아시아나 광고 촬영지 탐방이 된 베네치아에서의 하루

화려함의 끝판왕 빛의 천국 베네치아

by 공씨아저씨

#013. Italy.Venezia_day2


베네치아에서의 두 번째 날. 아울러 이탈리아 여행의 마지막 날 아침이 밝았다. 드디어 나의 일기도 이제 끝이 나겠지. 이탈리아에 와서 늦잠을 자본 적이 한 번도 없는 것 같다. 늘 새벽이면 눈이 떠졌다. 시차 때문은 아니고 매일매일이 설레고 기대되는 마음 때문이었을 것이다.


아침 일찍 일어나 동네 한 바퀴를 산책한다. 새벽의 동네 분위기는 한산하다. 라이터 좀 빌려달라는 할아버지도 만나고... 언제부터인가 동네라는 단어가 자연스럽게 입에서 튀어나오는 나 자신을 발견하고 놀라곤 한다.


다리 위에서 한가롭게 놀고 있는 갈매기
쉽게 볼 수 없는 리알토 다리 뒷골목의 한산함
언제나 북적이던 숙소앞 광장과 골목


바포레토 리알토 역


바포레토는 관광객들의 운송수단이자 이 지역 주민들의 이동수단이기도 하기에 새벽 5시 30분부터 운행을 시작한다. 바포레토 정류장마다 지역 주민들을 위한 별도의 출입구가 따로 있다. 관광지이다 보니 이른 시간부터 영업을 하는 탓에 7시가 조금 넘으니 배에서 내리는 출근하는 사람들도 벌써 역 근처는 북적인다.

BIENNALE ARTE 2019 광고가 한눈에 들어온다


오전 10시 정도면 관광지는 사람들로 북적이기 때문에 조금 한적하게 관광지를 둘러볼 요량이면 8시 전에 움직여야 한다. 오늘은 아침 일찍 부라노와 무라노를 가보기로 했다. 무라노는 본섬에서 가까운 곳에 있는 작은 섬이고 부라노는 배를 타고 1시간쯤 가야 한다. 부라노 가는 바포레토를 타기 위해 역으로 걸어간다. 골목길의 풍경은 언제나 아름답다. 새로운 골목을 만나는 재미는 베네치아만에서만 누릴 수 있는 특권이다. 한 번쯤 길을 잃어버리지 않으면 이상한 곳. 어느 골목으로 들어와도 기분 좋은 방황으로 이어지는 베네치아의 골목 산책이다.



부라노행 바포레토 정류장 앞


탑승 시간까지 구글맵이 친절하게 알려주기 때문에 불필요한 시간을 낭비할 필요가 없다. 시간에 맞춰서 우리는 부라노행 바포레토에 올랐다. 부라노섬은 아이유 뮤직비디오로 잘 알려진 곳이기도 한데 사실 그전까지 알고는 있었지만 뮤직비디오를 본 적은 없었다. 배 위에서 섬에 가는 도중에 유튜브를 통해 뮤직비디오를 봤는데 공교롭게 아이유가 뮤직비디오에서 탔던 배, 아이유가 앉았던 그 자리에 내가 앉아있다. 아이유에게 미안한 이 기분은 무엇인지.


부라노 역에서 내리면 바로 보이는 작은 공원
이 곳이 마을로 들어가는 입구다


부라노는 그냥 작은 섬이다. 지금은 관광지가 되었지만 마을 주민들이 일상을 보내는 그들의 삶의 터전이기도 하다. 어부들이 자기 집을 잘 알아보기 위해 집들을 이렇게 칠했다고 하는데 이것이 볼거리가 되어 지금은 유명 관광지가 된 곳. 얼핏 보면 일부러 조성된 곳 같기도 하지만 이런 사연이 있다고 하니 동네가 조금 달라 보였다.


진하면 진한대로 빛바래면 바랜 대로 벗겨지면 벗겨진 대로 모든 집들이 참 예쁘다. 어디를 찍어도 무엇을 찍어도 동화 속 풍경 같은 감동을 주는 부라노다. 말이 필요 없다. 사진이 증명한다.



아침 시간은 약속이나 한 듯이 집집마다 빨래를 너느라 여념이 없었다. 빨랫줄에 걸려있는 빨래마저도 아름다움 속에 자연스럽게 녹여버리는 것이 부라노의 매력이다.



비슷비슷해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그 어느 집 하나 똑같은 색은 없다.



아침 일찍 부라노에 와서 여유 있게 동네를 잘 산책할 수 있었다. 9시가 넘어서자 관광객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섬으로 들어오는 관광객들과 바통터치를 하며 우리는 무라노로 향하는 배에 올랐다. 무라노 역시 작은 섬이다. 유리공예로 잘 알려진 곳이다. 무라노의 첫인상은 부라노와 닮은 듯 하지만 이내 무라노만의 매력에 빠져든다. 이미 관광객들이 많이 와있어서 그런지 부라노 보다는 조금 더 활기찬 마을의 느낌이라고 할까.



어디선가 청명한 소리가 들려온다. 소리에 이끌려 발걸음을 옮기니 멋진 연주가 펼쳐지고 있다. 아이들이 몰려들자 연주자는 아이들 취향에 맞는 만화 주제곡으로 곡을 바꿔 연주하는 센스를 발휘했다. 그냥 듣기 너무 미안할 정도로 연주를 잘해 연주가 끝나고 아낌없는 박수와 함께 주머니를 털었다.


유리공예 마을답게 와인잔으로 연주하는 거리의 악사



유리 공예의 마을답게 마을은 아기자기한 공예품 가게들로 즐비했다. 베네치아 본섬에서 보았던 화려함과는 조금 다른 정교한 아기자기함이 느껴졌다. 저걸 어떻게 유리로 만들었을까 싶은 것들이 마음을 쏙 빼앗았다. 빈 트렁크 하나 들고 와서 싹 쓸어가고 싶을 정도로 예쁜 유리 공예품들이 많았다.



낡고 빛바랜 옛 간판과 골목은 세월의 흔적을 잘 말해주는 듯했다.


섬 안에도 바포레토 정류장이 여러 군데 있었다. 이탈리아 해방일이기도 한 오늘이라 coop을 비롯해 문을 닫은 상점들도 많이 보인다.


유리공방의 벽면


사람들이 많아서 마땅히 앉아 쉴 곳이 없던 차에 우연히 발견한 골목 쉼터. 나무가 만들어준 아담한 그늘이 우리를 위해 기다려주고 있는 것만 같았다.



빨간 벤치에 앉아 쉬고 있는 노부부의 아름다운 모습


점심은 무라노 섬 야외 식당에서 마르게리따로 간단히 해결하고 우리는 무라노를 빠져나왔다. 숙소에서 잠시 쉬다 어제 가서 허탕을 치고 온 식당이 아른거렸다. 조용한 골목의 느낌과 가게의 분위기가 이 곳은 진짜라는 확신이 있었다. 그래서 다시 도전해보고 싶은 오기가 생겼다. 이탈리아에서의 마지막 저녁을 이곳에서 마무리해도 좋을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


그래서 오늘은 저녁 오픈 시간에 맞춰서 미리 기다리고 있다가 6시가 되자 마자 입장. 역시 만족스러웠다. 어딘지는 소개하지 않을 것이다. 나만의 스폿으로 간직하고 싶은 곳. 또 어느 블로그에 올라가 알려져 한국인들 바글바글한 식당의 모습 그리고 인스타에 올릴 셀카와 음식 사진 찍는 풍경들의 상상이 유쾌하지 않은 이유에서다. 그냥 이 곳은 현지인들이 편하게 식사할 수 있는 장소로 남겨두는 것이 관광객으로서의 예의일 것 같았다.



저녁을 먹고 나니 조금씩 어둑어둑해졌다. 베네치아에서 그리고 이탈리아에서의 마지막 날 밤. 아찔한 추억을 만들고 싶었다. 야경은 언제나 진리이니 어느 곳에서 아경을 볼까 하다가 모 항공사(라고 쓰고 아시아나라고 읽는다) 광고에 나왔던 푼타 델라 설루트(punta della salute) [푼타 델라 도가나]에 한번 가보기로 결정. 식당 앞에 위치한 바포레토 역에서 배를 탔다. salute역에서 내려 조금만 걸어가면 삼각형으로 된 섬의 꼭짓점 같은 곳이 나온다. 더 이상 앞으로 나갈 수 없는 섬의 끝자락.


산타마리아 델라 살루테 성당(Basilica di Santa Maria della Salute)


그 앞에서 보면 건너편의 산 마르코 광장의 모습이 보인다. 사람들이 많이 없어서 여유 있게 바다를 바라보았다. 하늘은 점점 푸른색으로 변하고 상점에서는 하나씩 불이 켜지기 시작하는 가운데 곤돌라 한대가 유유히 내 앞을 지나간다.



그냥 여기서만 이 아름다운 베네치아의 마지막 밤을 마무리 하긴 아쉬워서 salute 한 정거장 전인 아카데미아 다리(Ponte dell'Accademia)로 서둘러 걸어갔다. 숙소 앞 리알토 다리보다 이 곳에서 본 풍경이 더 멋지다는 이야기가 불현듯 생각났기 때문이다. 걸어가는 길이 페기 구겐하임 박물관 뒤쪽이라 골목골목에 작은 갤러리와 예쁜 공간들을 구경한 건 더할 나위 없는 행복이다. 짧은 일정 탓에 구겐하임에 들어가 보지 못한 건 조금의 아쉬움으로 남지만...



아카데미아 다리 위에 올라가니 조금 전 우리가 있었던 푼타 델라 설루트의 모습이 보였다.



해가 뜨는 것도 순식간이지만 짙은색의 파란 하늘에서 보랏빛 검정 하늘로 바뀌는 것도 순식간이다. 불과 10분 사이에 베네치아의 모습은 이렇게 변해있었다.



아카데미아 다리 밑으로 내려와 다리까지 함께 카메라에 담으니 한 폭의 그림이 따로 없었다. 오늘의 아경은 100점 만점에 100점.



떠나야 할 때를 알고 떠나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밤새 눈에 담아두고 싶지만 짧기에 아름답고 아쉽기에 마음속에 더 강하게 남는 법. 바포레토를 타고 숙소로 돌아오는 밤 풍경을 잊지 못한다.


산타마리아 델라 살루테 성당(Basilica di Santa Maria della Salute)


에르메스 매장


숙소 근처 작은 골목에 위치한 곳인데 간판만 봐서는 을지로 만선 호프 오비맥주집의 비주얼을 하고 있는데 미슐랭이라고 한다.



로마에 도착한 첫날부터 매일매일 일기를 썼다. 어떤 날은 조금 길게, 너무 피곤한 날은 졸린 눈을 비비며 간단하게라도 그날의 일들을 기록했다. 그때의 그 느낌이 시간이 지나면 잊혀질 것 같아서 말이다. 여행 후기라기보다는 그냥 나 스스로에게 남기는 하루하루의 일기였다.


이번 여행 중에 가장 잘했던 것을 꼽으라고 하면 맛집 찾아다니는데 헛된 시간을 보내지 않고, 쇼핑하는데 불필요한 시간을 보내지 않은 것이라고 말하고 싶다. 그리고 동네 탐방.


말이 길어지면 구차한 법. 더할 나위 없이 행복했던 지난 13일간의 일정이었다. 로마와 피렌체 그리고 베네치아 3곳을 여행했는데 어느 곳이 가장 좋았냐고 묻는다면 1초의 고민도 없이 '로마'라고 나는 답한다. 로마 1달 살이를 실천하는 그날을 꿈꾸며...




이 글은 이탈리아에서의 보름간의 개인적인 가족 여행 기록입니다. 여행 정보 전달을 위해서도, 맛집을 소개하기 위해서 쓴 글도 아닙니다. 제가 느낀 이탈리아의 모습을 사진과 함께 하루하루 기록한 개인 일기장입니다. 여행 전 정보를 얻으려는 목적으로 이 글을 읽으시는 분이 있다면 그냥 가던 길 가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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