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 플로리안(Florian)에서 카사노바 되어보기
#012. Italy.Venezia_day1
피렌체에서 이딸로를 타고 2시간 6분. 베네치아 산타루치아 역에 도착했다. 본조르노 베네치아~ 아침에 피렌체에서 출발할 때만 해도 흐린 날씨였는데 베네치아에 도착하자 해가 나는 것이 베네치아 마저도 우리를 반겨주는 듯했다. 기차역에서 나오자마자 바다가 보이는 것이 물 위의 도시 베네치아에 온 것을 바로 실감할 수 있었다. 베네치아는 자동차가 다닐 수 없어서 바포레토(Vaporetto)라고 하는 수상 버스가 주요 교통수단이다. 우리는 2일권 바포레토를 티켓을 구입했다.
노선이 많아서 어디서 버스를 타야 하는지 처음에 조금 우왕좌왕하긴 했는데, 뭐 어딜 가나 잘못 탔으면 다시 타면 된다는 마음으로 일단 구글맵이 알려준 대로 탑승. 구글맵은 베네치아의 골목골목을 찾는 데는 별로 도움이 되지 않지만 교통편을 확인하는대는 지나칠 만큼 유용했다. 구글짱 너 인정~
바포레토를 타고 25분 정도 가니 우리 숙소가 있는 리알토 다리가 보인다. 베네치아에서 가장 사람이 많이 몰리는 스폿 중에 하나이기도 하다. 워낙 미로 같은 베네치아인지라 에어비앤비 호스트가 우리의 종착역 리알토 다리 역 앞에 친절히 마중 나와있었다.
베네치아의 첫인상은 도떼기시장. 사람이 정말 많았다. 우리 숙소가 있는 곳이 리알토 다리 바로 앞이라 더 혼잡하게 느꼈는지도 모르겠다.
이곳에서 유명한 수소(SUSO)라는 유명한 젤라토 가게가 집에서 걸어서 10걸음이라니... 베네치아의 숙소는 한마디로 초 역세권에 위치.
사람들을 헤치며 호스트를 따라서 좁은 골목골목을 미로처럼 빠져나오니 드디어 숙소 도착. 1층 현관문이 멋스럽다. 로마와 피렌체의 현관문들이 대부분 뻑뻑해서 있는 힘껏 돌려야 했던 것과는 달리 베네치아 현관문은 아주 스무스하게 열렸다. 호스트도 열쇠 부러지니까 살살 돌려달라고 먼저 부탁을 했다.
가볍게 짐을 풀고 우리는 일단 밖으로 나왔다. 가장 먼저 우리를 반겨준 것은 곤돌라(Gondola). 한번 타볼까 했었지만 모든 관광객들의 모델이 되어야 하는 관계로 부끄러움 많은 나는 가볍게 패스~
일단 베네치아에 왔으나 산마르코 광장부터 가보기로 했다. 숙소에서 걸어서 10분 정도밖에 걸리지 않는다고 구글맵은 친절히 알려줬다. 베네치아를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화려함'. 골목골목 작은 상점에는 정말 시선을 강탈하는 액세서리들이 즐비했다. 보는 이의 혼을 쏙 빼놓는다. 쇼핑을 극도로 싫어하는 나 조차도 한 번 들어가서 구경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이니... 지갑 루팡임에 틀림없는 곳이다.
아직 점심 식사 전이라 맛있게 생겼길래 들어가서 피자 한 조각씩 서서 먹고 나왔다. 이탈리아에서는 무조건 피자가 제일 싸다. 한국에서 김밥 한 줄 먹는 기분이다. 그중에서도 마르게리따~~~
드디어 산마르코 광장 도착. 미로 같은 좁은 골목으로 이루어진 베네치아라 어딜 가나 시간 가는 줄 모르는 탐험이 펼쳐진다. 바다와 인접해 있는 곳이라 그런지 여느 광장과는 달리 사방이 뻥 뚫린 그런 기분을 느꼈다. 이제 비둘기와 갈매기는 없으면 허전한 친구가 되어있었다.
고향이 베네치아인 카사노바가 즐겨 찾았다고 하는 카페 플로리안(Florian)은 산마크로 광장의 상징과도 같다. 와서 직접 보니 사교의 장이 될 수밖에 없는 분위기다. 한눈에 봐도 그 역사와 전통을 느낄 수 있었다.
성당 우측으로 나오니 바로 바다가 보였다. 바닷가에는 바포레토 역과 수상택시, 곤돌라 정거장이 사이좋게 자리 잡고 있었다.
걸어 다니다가 심심하면 바포레토 타고 구경하고 내리고 싶은 역 있으면 내려서 구경하다가 또 심심하면 바포레토 타면 될 것 같은 베네치아다. 베네치아에서의 일정은 아무 계획 없이 왔는데 답이 나왔다. 노선이 틀려도 별로 걱정이 되지 않는 곳. 베네치아의 매력이다.
심심한데 한 바퀴 돌아볼까? 빛의 도시이자 물 위의 도시 베네치아. 우리에게는 바포레토 2일권이 있지 않은가? 일단 무작정 배에 올라 베네치아 한 바퀴를 돌기로 한다. 1시간 동안 배 위에서 만났던 베네치아의 멋진 풍경들이다. 어디가 어딘지는 각자 알아서 찾아보도록 하자.
숙소 바로 옆에 면세점이 하나 있는데 그 건물 옥상에 올라가면 베네치아를 조금 높은 곳에서 내려다볼 수 있는 작은 전망대가 하나 있다. 명품관 옥상 정도로 생각하면 된다. 단, 미리 예약을 해야 한다. 우리는 저녁 7시 타임으로 사전에 예약을 했다. 참고로 화장실이 유료인 이탈리아에서 백화점, 면세점 등의 건물로 들어가면 깨끗한 화장실을 무료로 사용할 수 있으니 장 트라볼타 분들은 이탈리아에 가면 참고하면 좋을 것 같다.
내려오니 7시 30분 당연히 배가 고플 시간. 에어비앤비 호스트가 알려준 현지인들이 자주 가는 식당에 가보고 싶어 졌다. 베네치아는 정말 좁은 골목골목들로 되어있어서 길을 잃기 십상이다. 구글맵으로 찾아가도 정확한 길을 안내해주지는 못한다. 대략적인 방향만 확인하고 걸어가면 어떻게든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는 마법 같은 곳이기도 하다. 그래서 골목 곳곳에 주요 관광지 방향을 안내해주는 방향 표지판을 자주 볼 수 있다.
식당에는 잘 찾아서 갔는데 조금 늦은 어중간한 시간이라 사전 예약 없이 간 턱에 자리가 없어서 아쉽지만 발길을 돌려야만 했다. 밖으로 빠져나오니 바포레토 역이 하나 있어서 바포레토 타고 산마르코 광장으로 가서 저녁을 먹었다. 동네 마을버스 타는 기분으로 타는 수상버스 바포레토 매력적이다.
산마르코 광장 근처에서 저녁을 먹고 우리는 다시 광장으로 왔다. 야경은 어딜 가나 진리다. 밤에 보는 산마르코 광장은 낮에 보았을 때 보다 더 로맨틱하다. 카페 플로리언에서 흘러나오는 멋진 연주에 베네치아의 밤에 흠뻑 취해본다.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리알토 다리 위에 올라가니 멋진 야경이 우리를 반겼다. 밤의 도시 베네치아로 닉네임을 바꿔줘야 할 듯하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많아 겨우 숙소 입구로 들어갈 수 있었던 이 골목이 밤이 되니 한산해졌다. 덕분에 밤 12시까지 문을 여는 수소 젤라토 가게에서 여유롭게 젤라토를 사 먹을 수 있었다. 수소 젤라토에는 컵도 과자로 만들어서 쓰레기를 만들어내지 않는 점이 참 인상적이었다.
이렇게 베네치아에서의 첫날이 지나간다. 먼저 한 가지 고백하자면 이탈리아에 와서 정말이지 일 생각은 1도 나지 않는다. 과일 찾아 시장이나 마트 다닌 적도 없고, 오히려 그동안 내 안에 꿈틀대고 있던 예술혼을 불태우고 싶다는 생각만 난다.
내일은 이탈리아 해방일이면서 산마르코 축일이다. 산마르코 광장에 행사용 무대가 설치되는 것이 내일 뭔가 할 것 같다. 이번 여행은 피렌체는 부활절, 베네치아는 산마르코 축일. 아주 행사만 골라다니는 재미난 일정이 되어버렸다. 내일은 부라노, 무라노 섬에 가보려고 한다. 베네치아에는 이틀만 머물 예정이라 나의 남아있는 모든 체력을 다해 아침부터 밤까지 미친 듯이 놀아볼 생각이다.
이 글은 이탈리아에서의 보름간의 개인적인 가족 여행 기록입니다. 여행 정보 전달을 위해서도, 맛집을 소개하기 위해서 쓴 글도 아닙니다. 제가 느낀 이탈리아의 모습을 사진과 함께 하루하루 기록한 개인 일기장입니다. 여행 전 정보를 얻으려는 목적으로 이 글을 읽으시는 분이 있다면 그냥 가던 길 가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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