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고기도 씹어본 놈이 씹는다지만
둘째를 낳는 것에 대해 생각해봤어
애 키운 게 그렇게 힘들다지만
이상하게 하나를 낳아본 사람이
또 둘째를 낳고 싶어한다.
육아의 진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에 그것을 두려워하면서도
막상 기회가 오면 기꺼이 받아들이겠다는 사람들.
그만큼 아이가 사랑스럽기도 하고
아이와 부부가 한 가족이 되어 이렇게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느낄 때면
말로 표현못할 뿌듯함과 안정감도 느껴진다.
게다가 첫째 때는 몰라서, 힘들어서, 화나서, 욱해서 넘겼던 것들을
다시 한번 기회를 주십쇼
이번엔 잘 해보이겠습니다!
라는 이유도 있을 것이고,
어쩌면 무리에 끼지 못하고 혼자 겉도는 첫째가 안쓰러워보여 친구라도 만들어 주고 싶다,
라는 이유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실상은
둘째 프로젝트 실행의 문턱에서
'앞으로 아이가 아플 때나 힘들 때, 엄마와 아빠의 손이 필요할 때 도움 못줄게 뻔한데..
첫째아이와 같은 처절함과 미안함을 다시는 안겨주고 싶지 않다.
양심이 있는 부모로서 할 짓이 아니다'
라는 마음으로 포기하는 사람도
정말 많다.
"내 인생에 둘째는 절대로 없어!" 라던 회사 언니가
둘째 임신 소식을 알렸다.
전화기 너머로 울음소리가 들렸다.
축하하면서 나도 울었다.
첫째아이는 내년에 10살.
낳으려면 진즉에 연년생으로 낳았지, 이렇게 10년터울로 낳는 경우는 희귀하다 희귀해.
이제 끝이 보일 것 같은 육아가 다시 제로베이스에 서게 된 것이다.
내가 그 언니 살아온 걸 봐와서 안다.
백일도 안된 아기를 어린이집에 맡기고 회사 다녔거든.
그래서 많이 울었거든.
애가 아파도 맡기고 회사 나와야 했거든.
진짜 아픈 사람은 언니인데..
비상근무과 야근을 해야할 때 아이 봐 줄 사람이 없어 발 동동 굴려야했거든.
그래서 또 많이 울었거든.
아이 낳더니, 당신 많이 변했어, 초과근무도 안하고 바로 땡퇴근이네? 라는 말을 들으면서도
네네 웃으며 울어야했거든.
나 결혼할 때 제일 반대했거든.
너라도 자유롭게 살지 왜 그러냐고.
나 아기 낳을 때 걱정 제일 많이 했거든.
아직 세상은 언니가 아기 낳을 때랑 바뀐 게 없다고.
한때 언니와 나는
회사에서 언제든지 맘 놓고 잘 부릴 수 있는
씩씩하고 튼튼하고 술 잘먹는 여직원이었다지.
이제는 불량직원이되었지만.
애한테도 미안하고
회사에도 미안하고.
이제 그러기 싫어서 둘째 안 낳을란다.
그러던 언니의 둘째 소식.
그런데 왜..
엄마만 미안해야하는거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