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연금과 AI 작곡

AI시대에도 찾아온 봄, 봄이 묻는 ‘창작의 가격’

by Jay


매년 3월, 거리에서 들려오는 전주만으로도

우리는 봄이 왔음을 직감한다.

버스커버스커의 ‘벚꽃엔딩’은 단순한 대중가요를 넘어

봄을 알리는 하나의 ‘계절적 현상’이자,

경제적으로는 가장 완벽한

‘패시브 인컴(Passive Income)’의 모델이다.

우리는 이를 두고 ‘벚꽃연금’이라 부른다.

하지만 성큼 다가온 봄기운 속에,

인간의 노동 없이도 1초 만에 곡을 뽑아내는,

AI라는 거대한 물결도 숨겨져 있다.


1. 계절의 지배자들:

‘벚꽃연금’과 ‘크리스마스 연금’


장범준의 ‘벚꽃엔딩’과

머라이어 캐리의 ‘All I Want for Christmas Is You’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이른바 '연금복권'으로 불리는 두 곡은

복제의 한계비용(MC)이 0인 디지털 환경에서

수익이 특정 IP에 집중되는

슈퍼스타 경제학의 전형을 보여준다.


봄, 크리스마스마다

다른 노래가 대체할 수 없는 정서적 상징성을 획득하며

시장에서 완벽하게 차별화된 자산이 된 결과다.

승자독식 원리에 따라 미세한 차이가

기하급수적 보상 격차를 만들며

창작자에게 막대한 경제적 지대를 선사한다.


‘봄=벚꽃엔딩’,

‘크리스마스=All I Want for Christmas is You'라는

경로 의존적 소비 관습은 네트워크 효과를 통해

곡의 생명력을 무한히 연장한다.

결국 이는 기술적 레버리지와

문화적 서사가 결합해 만든

완벽한 무형자산의 승리 사례다.


벚꽃엔딩에 봄마다 쌓여온 저작권료는

누적 60억 원을 상회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머라이어 캐리는 크리스마스 시즌마다

매년 약 30억 원 이상의 수익을 올리고 있으며,

누적 저작권 수익만 수천억 원에 달한다.


하지만 만약 이 ‘투입’의 주체가

인간이 아니라면 어떨까?


2. 창작의 한계비용이 ‘0’이 되는 순간:

기안84부터 ‘Heart on My Sleeve’까지


최근 방송인 기안84는 AI 작곡 프로그램을 활용해

몇 초 만에 수준급의 곡을 만들어내는 모습을 보여주며

대중에게 충격을 던졌다.

하지만 이는 시작일 뿐이다.

2023년, 드레이크(Drake)와

더 위켄드(The Weeknd)의 목소리를

AI로 복제해 만든 곡 ‘Heart on My Sleeve’는

틱톡과 스포티파이에서

수백만 회 재생되며 차트를 뒤흔들었다.

실제 아티스트는 단 한 소절도 부르지 않았음에도

대중은 그들의 ‘스타일’에 열광했다.


최근에는 Suno AI나 Udio 같은 서비스가 등장하며

프롬프트 한 줄로

화성학적 결함이 없는 완벽한 곡을 1분 안에 뱉어낸다.

과거 작곡가가 밤을 새우며 오선지를 채우던

노동의 한계 생산성(MPL=ΔQ/ΔL)이

AI라는 자본(K)에 의해

무한대로 수렴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제 질문은 ‘AI가 곡을 쓸 수 있는가’에서

‘AI가 쓴 곡에 누가 돈을 지불하고,

그 돈은 누구의 주머니로 가야 하는가’로

옮겨가고 있다.


3. AI 저작권료를 바라보는 두 가지 시선


관점 1: ‘도구적 레버리지’ 론

- 프롬프터의 창의성을 인정하라


첫 번째 관점은 AI를 인간의 능력을 증폭시키는

‘고도화된 악기’로 보는 시각이다.

굴착기를 운전해 땅을 판 노동자에게 임금을 주듯,

AI에게 정교한 지시(Prompt)를 내려

결과물을 유도한 ‘인간 기획자’의 노동 가치를

인정해야 한다는 논리다.


이 관점에서 저작권료는

AI 서비스 이용자나 곡의 최종 편집자에게 귀속된다.

이는 ‘효율성’의 측면에서

AI 창작 생태계를 활성화하는 유인이 될 수 있다.

기안84가 AI를 활용해 곡을 만들었을 때,

그 곡의 방향성을 결정하고 최종 선택을 내린

‘인간의 의지’에 저작권을 부여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관점 2: ‘공유 자산’ 론

-학습 데이터의 주인은 ‘모두’이다


두 번째 관점은 AI의 결과물이 순수한 창작이 아닌,

인류가 쌓아온 기존 저작물의

‘통계적 재조합’에 불과하다는 시각이다.


AI는 장범준의 감성과 베토벤의 화성을

수억 번 학습한 결과물일 뿐이다.

따라서 AI 저작물에 독점적 저작권을 부여하는 것은

오히려 기존 창작자들의 권리를 침해하는

‘무임승차(Free-rider)’ 문제를 발생시킨다.

경제학적으로 볼 때,

AI 창작물에 대한 저작권 인정은

사중손실(Deadweight Loss)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

창작 유인이 없는 AI서비스 또는 플랫폼에

독점권(저작권)을 주는 것은

소비자 후생만 감소시키기 때문이다.

따라서 AI 저작물은 저작권료를 징수하지 않는

‘퍼블릭 도메인(Public Domain)’으로 두거나,

징수하더라도 그 수익을

AI 학습에 기여한 원저작자들을 위한

공적 기금으로 환원해야 한다는 논리다.


결론: 새로운 ‘문화적 사회계약’이 필요한 시점


‘벚꽃엔딩’, 'All I want for Christmas is you'가

주는 감동은

그 곡을 쓴 작곡가가 인간으로서 가질 수 있는 서사와

인류가 함께 공유하는 계절의 기억이

공감을 통해 맞닿아 있기 때문에 극대화된다.


AI는 코드와 데이터를 복제, 재생산할 수는 있지만,

그 노래가 거리에서 울려 퍼질 때

우리가 느끼는 ‘봄과 크리스마스에 대한 설렘’이라는

맥락까지 설계할 수는 없다.


정책 현장에서나 경제학의 수식 안에서나,

결국 핵심은 ‘지속 가능한 창작 생태계’다.

AI라는 파괴적 혁신이

창작의 문턱을 낮추는 도구가 될지,

아니면 인간 창작자의 연금을 앗아가는

포식자가 될지는

우리가 설계할 새로운 저작권의 규칙에

달려 있을 것이다.



[경제학 돋보기]

경로 의존성(Path Dependency): 과거에 내린 선택이나 관습이 관성에 의해 현재의 경제적 행위를 지배하는 현상. '봄=벚꽃엔딩'이라는 공식이 차트 역주행을 만드는 근거가 된다.


지대 추구(Rent-seeking): 저작권처럼 법적으로 보장된 독점적 권리를 이용해 초과 수익을 얻으려는 행위. 연금형 수익의 법적 토대가 된다.


한계 생산성(Marginal Productivity): 노동(L) 한 단위를 추가로 투입했을 때 늘어나는 생산량. AI는 인간 작곡가의 투입 시간 대비 생산 효율을 무한대에 가깝게 증폭시킨다.


사중손실(Deadweight Loss): 시장의 독점으로 인해 사회 전체의 후생이 감소하는 부분. 창작 동기가 불필요한 AI에게 과도한 독점권(저작권)을 부여할 때 발생하는 경제적 비효율을 의미한다.


공동 소비(Joint Consumption): 한 명의 생산이 수많은 소비자에게 동시에 전달되어도 그 가치가 줄어들지 않는 특성. 디지털 음원과 AI 저작물이 '슈퍼스타'와 '빅테크'에게 수익을 집중시키는 근본적인 이유다.



화, 목, 금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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