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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벽보배 Oct 24. 2018

자존감이 금수저

어차피 수저 타령을 할꺼라면, 금수저 타령을 하겠어!

사그라 들 줄 알았지만 꺼지지 않는 흙수저 타령


전에 책에서 읽었나 드라마에서 봤나. "할머니가 그랬어. 자기 밥숟가락은 자기가 쥐고 태어난다고" 이런 대사 한 문장이 머릿속에 남아있다. 그러니까 결국 무슨 수저든 굶어 죽으란 법 없이 태어나는 게 사람이고, 그 숟가락으로 뭘 먹고 어떤 사람이 되는지는 먹는 사람에게 달린 거란 소리.

수저 타령이 시작된 게 근래 1년 사이 아니었던가? 금수저를 물고 태어났다는 말까지는 그저 우스갯소리로 들었지만, "흙수저"라는 말이 어느 순간 나오면서부터,  대한민국의 대다수를 절망으로 몰아가는 단어 같아서 나는 "흙수저"라는 말이 너무 싫다. 재미있는 건 "너는 금수저 물고 태어났다"라고 하면 보통 내가 무슨 금수저냐고 펄쩍 뛰며, 나도 흙수저라고 대부분 말하지 않나? (진짜 누가 봐도 금수저 물고 태어난 사람들이 이러면 꼴 비기 싫다는 게 함정이긴 하지만.)그리고 진짜 금수저들은 수저 타령은 안 한다. 그들은 그런 용어를 언급할 필요도 없거든. 그럼 중산층 이하 대부분의 많은 한국사람들은 그냥 다 비슷한 수준으로 태어난 건데 다 같이 "나는 흙수저"라며 절망할게 뭐야.

게다가 "흙"수저라는 말도 그렇다. 흙으로 만든 수저 잘 구우면 그게 고급 도자 기지! 흙이 뭐 어때서!! 물론 전혀 다른 세상에서 태어난 복 받은(끝까지 복으로 끝나길 바람. 중간에 망가지는 사람들이 많음) 사람들도 많지만, 수많은 사람들이 모두 삶을 위협받을 정도로 "열악한" 환경에서 태어난 게 아닌데, 자꾸 스스로 우리가 열악하게 태어났다고 비하하는 것 같아서 별로다. 적어도 우리는 아프리카의 어느 어린아이들처럼 물을 못 마셔서 죽거나, 밥을 못 먹어 죽지는 않지 않나? 그들은 "숟가락"같은 건 필요도 없다. 먹을 것만 있다면 손으로라도 먹을 테니.

자극적 단어를 좋아하는 쓸데없는 사람들이 만들어낸 불필요한 생산물 같은 느낌. 혹은 누군가 만들어 낸 단어를 끊임없이 계속 이슈화 시키고 써가면서 일부러 이 삶의 팍팍함에 어떤 목적을 두고 고착시켜 버리는 느낌이다. 절망으로 대동단결시키고자 하는 불순한 무리들의 흉악한 계략이랄까?!! 대체 이 수저 타령은 어디서 시작됐을까?

사람은 결국 그가 하는 말처럼 살게 된다. "흙수저"라고 나의 상황을 비하하며 사느니 그 시간에 숟가락 같은 건 꿈도 못 꾸는 불쌍한 사람들을 도와줄 수 있는 멋진 사람이 되도록 한번 더 노력하는 사람이 되어야지.

p.s.
 흙수저라고 스스로를 비하할 시간에, 한 달에 3만 원으로 한 아이를 살리는 월드비전 국제 아동 돕기를 추천. (뭐 그게 아니라면 어느 기부 단체에 작은 정성이라도 좋다.) 정말 숟가락 들 힘도 없는 아이들에게 진짜 삶을 선물할 수 있다.

                                                 

출처 ForSuchATimeDesign




자존감만큼은 내가 금수저

언제 써놨던가. 임시 저장된 글이 있다. 다시 읽어보니 그때 왜인지 모르지만 저 단어들에 꽤 화가 나 있었나 보다. 뭐 그래도 다시 읽어보니 꽤 맞는 말을 써 두었다. 나는 그때만큼 지금도 여전히 흙수저라고 스스로를, 서로를, 모두 우울하고 보잘것없는 사람처럼 만드는 건 싫다.


이왕 다 같이 수저 타령을 한다면 내가 "금수저"인걸 찾고 살면 되지 않을까?


예를 들면, 나는 자존감이 매우 높다. '자존감을 높이는 방법', '자존감 높은 사람들의 열 가지 특징', '내 아이의 자존감' 뭐 이런 종류의 "자존감"에 대한 책들도 꽤 많이 나오던데, 나는 다행스럽게도 이런 책의 도움이 필요하지 않을 정도로 스스로에 대한 만족감과 기대감, 자신감이 매우 높다. 이건 타고난 것도 있고, 자라면서 형성된 것도 있다. 그러니까 자존감만큼은 나는 금수저로 태어난 것이다. 혹은 은수저 정도로 태어났는데 좀 더 모아서 금수저로 바꾸었달까?


그렇게 살면 된다. 우울하게 파고 들어가 봐야 그 끝에 희망이 있을 리 없고, 절망스러운 생각만 계속한다고 해서 그 끝에 마법 같은 반전이 기다릴 리도 없다. 뭐라도 꿈꾸고 노력하고 시도해야 "결과"라는게 나온다. 이미 글러먹었다고 생각하고 거기서 더 좌절로만 나아가면 더 폭망 할 뿐이다.


출처 ForSuchATimeDesign




정말 자존감이 높은 사람은 수저 타령 같은 건 하지 않는다.

자신을 믿는 사람, 자신의 미래를 꿈꾸는 사람, 자기에 대한 확고한 신념이 있는 사람은 물론 힘든 시간을 겪을 수는 있겠지만 결국은 자기가 그리는 삶에 가까워지게 된다. 모든 것을 이루고 모든 것을 가질 수는 없더라도 그 근처, 그 비슷한, 그것에서 새롭게 뻗어나간 그런 길을 가게 된다. 자존감 높은 사람들은 자기가 "금수저"라고 대책 없이 살지도 않고, "흙수저"라고 비관하지도 않는다. 그저 그냥 상황을 인지하고 더 나아갈 뿐이다. 재미있는 건 주변에 자존감 낮은 사람들이 보통 "자존감 높은 사람들의 열 가지 특징" 뭐 이런 책들을 읽다가 - 한없이 부러워하다가 -  "아.. 나는 역시 가진 것도 없고 되는 것도 없고 망한 흙수저야"로 귀결하며 또 숟가락 타령을 하고 있더란 것이다.


그러니 숟가락 타령하며 흙 파고 있을 시간에, 내가 가진 재능중에 "금수저"인걸 뭐라도 하나 찾아내 보기를 추천한다. "나는 기억력이 금수저", "나는 예쁜 얼굴이 금수저", "나는 서글서글 좋은 성격이 금수저", "나는 금수저 친구가 많으니까, 친구 찾는 능력이 금수저".... 이렇게 좋은걸 찾다 보면 그 부분의 자신감이 생기고, 그만큼의 자존감이 올라간다. 이왕 전 국민이 숟가락 타령을 해야겠다면 이제 흙수저 타령은 다 같이 그만두고 우리 같이 금수저가 되어 보면 어떨까? 장담한 건데 한 숟가락만큼이라도 자존감도 높아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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