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셋탑박스를 켜고 본방사수를 하는 드라마가 생겼다.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 ... 나는 왜 이 작품에 빠져들었을까?
천재가 더 천재를 만났다
한석규가 연기하는 장태수 경감은 일부 정보로 범인의 심리와 상황을 추리해내는 천재다. 그러니 이 천재가 추리하기 힘든 단 한명의 인물, 딸 장하빈. 아빠를 너무 잘 알기에 헛갈리는 정보와 거짓말로 아빠를 농락하며 추리를 혼란스럽게 만든다. 마치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와 '오빠가 뭘 잘 못했는지 아직도 몰라?'식 대화의 늪에 빠진 듯한 한석규에 아빠남자들을 몰입하게 만든다.
대립구도가 흥미를 더한다.
과거 아들의 죽음이라는 비밀에 더불어 딸이 연루된 듯한 현재 살인 사건의 추리 플롯 사이에서 아빠와 딸 이외에도 다양한 대조적인 인물들이 이야기에 몰입하게 만든다. 이성적인 범죄행동분석팀장과 다혈질의 강력팀장, 논리적인 분석관과 감성적인 분석관, 질책하는 엄마와 자책하는 아빠, 몸이 먼저 움직이는 깡패와 머리가 먼저 움직이는 여고생 등 이들의 갈등과 화합사이에서 훙미로운 서사가 증폭된다.
흥미로운 각본과 연출의 밑그림에 촬영과 조명이 색을 선명하게 한다.
위의 서사와 구조가 각본과 연출에서 시작되었다면 마무리는 촬영과 조명이 다한다. 매 장면은 사진 작품과 같은 구도를 가지고 카메라와 조명의 무빙으로 감정을 더한다. 특히 대립된 인물들이 같은 공간에 있을 때의 씬은 화면만으로도 그들의 감정이 느껴진다.
부녀가 서로를 의심하고 감정적 가학을 하는 막장적 가족 서사에서 일본 소설의 플롯이 살짝 느껴지지만, 전반적으로 완성도 있는 영화를 보는 듯한 높은 수준을 보여준다. 무엇보다도 한석규가 아니었으면 이렇게 주인공의 감정적 갈등을 표현할 수 있었을까 싶다.
오랜만에 감정선이 좋은 작품을 만나서 기쁘다. 그러나 한편으론 새로운 걱정이 생겼다. 앞으로 3주를 또 어떻게 기다려야 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