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할 수 있는 지구 살리기
도서관에서 소설책을 한 권 빌려 나오는 길에 제목에 끌려 한 권을 더 빌렸다. 박경화 작가의 '지구인의 도시 사용법'이라는 책인데, 환경오염의 심각성과 에너지 절약의 중요성에 대해 일깨워준다. 안 그래도 환경에 대한 관심은 많은데 지식이 너무 없어 고민이던 차에 잘됐다 싶어 읽어 보기로 했다. 사실 그동안 너무 답답했었다. 내가 버리는 쓰레기가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겠고, 내가 당장 할 수 있는 건 분리수거를 제대로 하는 것 뿐인가 싶어서.
대학교에 입학하면서 본가에서 나와 기숙사에도 살았고 자취도 했다. 기숙사는 전기를 얼마만큼 쓰든 내 돈이 나가지 않는다. 그래서 여름에는 에어컨을 추울 정도로 세게 틀었고 겨울에는 바닥이 뜨겁도록 보일러를 틀었다. 자취를 할 때는 내가 세금을 내더라도 혼자 사니까 금액 자체가 크지 않았다. 그래서 그때도 전기던 가스던 막 쓰고 산 것 같다. 그러고 보니 모든 건 '내 돈이 나가냐, 안 나가냐'의 기준이었다. 그랬던 내가 이 책을 보면서 가장 크게 깨달은 건, 에너지 절약의 초점을 '내가 내는 돈'이 아니라 '환경 오염'에 맞춰야 한다는 것이다. 오래전 학교에서 배웠지만 잊고 지낸 것들을 일깨워줬다. 내가 이렇게 편하게 사용하는 전기가 위험한 방사능을 내뿜고 그 독성은 백만 년이나 지속되는 핵폐기물을 남기다는 것을.
현대인들은 충분할 만큼 충분한 물건을 가지고 있다. 옷을 꿰매어서 입는 것도 아니고, 그릇이 없어서 음식을 못 담아 먹는 것도 아니다. 이미 다 가지고 있음에도 신제품이 나오면 새로운 것을 사고 이전 것은 버려 버린다. 꼭 필요하진 않지만 남에게 과시하기 위해, 혹은 기분 전환으로 사는 물건들도 많다. 물론 돈을 지불하고 샀고 헌 제품도 분리수거함에 잘 버렸으니 법적으로 문제 되는 건 없다. 도덕적으로 잘못되어 누군가에게 피해를 주는 것도 아니다. 그런데 한 번쯤은 인식했으면 좋겠다. 내가 버리는 물건은 모두 쓰레기가 된다는 것을. 불필요한 소유를 줄이면 지구가 덜 망가진 다는 것을!
쉽게 얻은 것은 쉽게 버리게 된다. 아깝지도 않고 실증도 빨리 난다.
물건의 수명도 짧아지고 더불어 쓰레기는 더 많이 생겨난다.
보이는 건 미니멀리즘 일지 모르지만 목적은 조금 다르다. 이건 지구를 위해서다. 오늘 직장동료가 클렌징크림 신제품 프로모션 링크를 보내줬다. 신청만 하면 무료로 샘플을 준단다. 예전의 나라면 당연히 신청했겠지만 책을 읽고 난 후에는 참여하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았다. 이미 우리집에는 클렌징 폼과 티슈와 오일이 있고 다 쓰면 사용할 대기 제품들도 있다. 제품들의 껍데기가 재활용이 된다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아름다운 바다에 떠있는 쓰레기 섬의 일부가 될 수도 있고 바다에서 어떤 물고기의 밥이 될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물고기는 내 밥상에 오를지도 모르고!
출근 준비를 하며 마스크 챙기는 게 일상이 됐다. 더하여 중국에 대한 욕도 빠지지 않는다. 뿌연 하늘을 보면서도 중국 탓을 한다. 미세먼지 저감을 위해 차량 2부제를 한다는 기사 댓글에는 중국욕과 정부욕이 대다수다. 왜 중국에는 한마디도 못하면서 우리를 불편하게 만드냐는 거다. 그런데 오늘 기사에서 봤는데, 미세먼지 발생 초기에는 중국발 오염물질이 69%까지 차지했으나 후반기에는 국외 영향 51% / 국내 영향 49%로 분석됐다고 한다(2018.04 국립환경과학원, 서울시 보건환경연구원 조사 결과). 즉, 약 13억 인구가 배출하는 이산화탄소와 환경오염으로 우리나라까지 피해를 보는 건 사실이지만, 분명한 건 우리의 잘못도 크다는 것이다. 남 탓만 하기 전에 스스로 환경오염에 대해 너무 무지하지는 않은지, 어떻게 하면 개선될 수 있을지 생각해야 할 때가 온 것 같다. 나도 검색창에 '오늘 미세먼지 농도'만 검색할 게 아니라 미세먼지 원인과 당장 내가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을 검색해봐야겠다.
태평양의 섬나라 투발루는 기후 변화로 인해 바닷물이 점점 차오르면서 국토면적이 좁아지고 있다. 사람들의 생명까지 위협받는 상황이다. 방글라데시에도 홍수와 폭풍 등 기후재난으로 바닷가의 집을 잃고 도시로 나가는 사람들이 많다. 이주한 도시에서 그들은 최하층민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이 외에도 빙하가 녹으면서 보금자리를 떠나야 하는 알래스카 사람들, 갈수록 심해지는 사막화로 목축이 힘들어 더 멀리 이동하며 힘겹게 살아가는 몽골인들. 이처럼 기상이나 환경 이변으로 생활기반을 잃는 사람을 환경난민, 기후난민이라고 부른다. 나는 이런 단어가 있는지 상상도 못했다. 빙하가 녹으면 거기에 사는 동물들만 불쌍하다 생각했지 사람들이 힘들 거라곤 생각 조차 안 한 것 같다. '이사 가면 되지'라고 생각했나 보다. 근데 정말 슬픈 건 투발루 등 피해를 보는 나라에서 배출하는 온실가스의 양은 선진국에 비하면 엄청나게 미미한 수준이라는 것이다.(영국인들은 투발루 사람보다 평균 20배 이상의 온실가스를 배출) 왜 선진국 및 다른 나라에서 문제를 일으켜놓고 큰 문제를 일으키지 않은 사람들이 온몸으로 떠안아야 하는지... 우리가 아무렇지 않게 사용하는 에너지들이 누군가에겐 생사를 좌우하는 엄청난 일이라니.. 너무 미안해졌다.
"전기불 꺼라. 물 아껴 써라. 전기코드 빼라."라고 하시던 우리 할머니. 어릴 때는 중요성도 몰랐고 귀찮아서 하면서도 투덜댔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할머니는 가족들 양말에 구멍이 나면 실로 꿰매 주셨다. 거의 20년 전일이니, 경제적으로 힘들었던 시대였던 영향이 클 거다. 그런데 다시 생각해보면, 멀쩡한 건 고쳐서 다시 쓰고 당장 쓰지 않는 건 낭비하지 않는 건 단순히 돈 때문은 아닌 것 같다. 물건이든 자원이든 감사하고 소중하게 여기는 마음이었던 것 같다. 그런데 요즘 사람들은 어떤가. 뭐든 쉽게 사고 쉽게 버린다. 물건은 가게에 가면 있는 거고 전기나 물은 당연히 존재하며 영원할 거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어쩌면 우리 할머니는 흥청망청 쓰다가 요즘 같은 세상이 올 거란 걸 미리 예견하신 건지도 모르겠다. 앞으로 나도 절약하며 살거다! 물론 목욕을 할 때도 대야에 일정 양의 물만 받아놓고 씻으시던 할머니처럼 할 자신은 없다. 그래도 양치할 때 물은 컵에 받아쓰고 샤워기도 계속 틀어놓지 않을 거다. 환경 책을 보다 돌아가신 할머니의 지혜까지 발견하게 되다니. 거참.. 여러모로 고마운 책이군요. 후후
우리나라에도 환경을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이 어마어마하게 많다. 몽골에서 시작된 황사바람이 중국 대륙을 거쳐 우리나라에도 영향을 미치므로, 이를 줄이기 위해 십여 년 전부터 몽골에 나무를 심는 <푸른아시아>라는 단체가 있다.(완전 멋져!!) 또 공영 차고지에서 태양 에너지를 생산해 한국전력에 판매하고 오염 없는 에너지를 쓸 수 있게 하는 사람들. 태양열 조리기로만 요리하는 해바라기 식당. 그 외에도 집 난방을 절약하는 사람들. 안 입은 헌 옷이나 물건을 나눔 하는 사람들. 빗물을 모아 활용하는 사람들 등 환경을 생각해 번거로움을 감수하는 훌륭한 사람들이 많다. 이렇게 개개인이 십시일반으로 애쓴다면 지구가 더 망가지는 것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올해 5월에 하는 <서울 환경 영화제>에 가보려고 한다. 그리고 다른 환경 관련 책도 읽어 볼 예정이다. 생활 속 에너지 낭비와 소비가 지구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제대로 아는 것이 일단 중요한 것 같다.(근데 본질적 해결책을 모르니 답답하긴 함) 개인적으로는 범국민적으로 플라스틱 안쓰기 운동이 일어나면 좋겠기도 하고ㅠ_ㅠ 여튼!! 사람뿐만 아니라 공기, 흙, 동물 등 지구 상에서 연결된 모두가 함께 잘 살 수 있도록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