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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민 Apr 06. 2018

만인의 꿈, 책 내기

세상엔 나 같은 사람이 너무 많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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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주 어렸을 때부터 책을 내는 게 꿈이었다. 책을 낸다는 건 = 내 얘기를 듣고 싶어 하는 사람이 많다는 것이므로, 내 책이 나왔을 때 나는 어떤 분야에서 인정받는 사람이 되었다는 아름다운 가설이 세워져 있었다. 결국 책은 수단일 뿐, 사회에서 영향력 있는 사람이 되는 것이 진짜 꿈이었다. 그런데 세월이 흐르면서 도서 시장도 많이 변화했고 내가 책을 내고 싶은 이유도 달라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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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여전히 책을 내고 싶지만, 예전만큼 간절하다거나 유일한 꿈은 아니다. 일생에 한 번쯤 도전해보고 싶은 분야 혹은 혹시 모를 노후 준비 정도인 듯하다. 내가 약아졌기 때문일 수도 있지만 현실이 그렇게 만든 것 같다. 요즘은 마음만 먹으면 누구나 책을 낼 수 있다. 옛날처럼 명성이 높은 사람이나 작가들만 낼 수 있는 게 아니니까. 내가 지금 글을 쓰고 있는 브런치에서 나를 작가라 불러주는 것도 그것에 대한 방증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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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 출신인 나는 고향 친구들 사이에선 가장 먼저 유럽을 다녀온 사람이자, 매년 해외여행을 가는 유일한 사람이었다. 그런데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하며 만난 대부분의 사람들은 1년에 한 번은 해외를 다녀왔다. 째끔 충격이었다. 허헛. 사실 난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여행 에세이를 내고 싶었기 때문이다. 나름 많은 사연을 가지고 있다 생각했다. 특별한 이유로 떠났고, 다양한 사람들을 만났고, 재밌는 에피소드도 많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시중에 이미 나와있는 얘기들이었다. 여자 혼자 떠난 여행, 1년간 세계 여행, 엄마랑 아들이 떠난 여행 등과 비교해 내 책이 더 잘 팔릴만한 컨셉이 없다.(아직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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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때 에세이를 많이 읽던 시절이 있었다. 말랑말랑을 넘어 물렁물렁해 금방 사라져 버릴 것 같은 내 감성을 다독다독해서 제자리에 돌려놔주는 책들. 너무 공감됐고 위로를 받았다. 나도 글 쓰는 훈련을 조금만 하면 한번 써볼 수 있겠다 싶었다. 어차피 밑천은 내 일상과 감성이니까! 어떤 책에서 본 글인데, 지금 거장이라 불리는 작가들도 첫 책을 낼 때는 신인이었고 주목받지 못했지만 다음책 다음책을 내다보니 인정받게 되었다고 했다. 그럼 나도 가능할까? 하는 생각이 잠시 들었지만 그 작가님들의 엄청난 시간 투자와 노력을 따라갈 각오가 없었다. 한 달 벌어 한 달 사는 내가 생업을 포기하며 글쓰기에 올인할 자신이 없었다.(지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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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뜻 보면 책 시장이 활성화되는 것 같다. 오상진 김소영 부부와 방송인 노홍철 등 유명한 사람들이 서점을 냈고 젊은 사람들 사이에서 이슈가 됐다. 그런데 막상 그 서점에 가보면 책을 읽는 사람은 거의 없다.(평일 낮에 가서 그럴 수도 있지만) 맞게 귀결된 생각일지는 모르지만, 어쩌면 그런 곳이 생기고 이슈가 되는 이유는 새롭게 즐길거리를 찾는 사람이 늘었기 때문인 것 같다. 책이라는 소재가 고상해 보이기도 하고 사진 찍어 올리기도 폼나니까? 이 또한 내 추측이지만, 그런 느낌 있는(!) 책방에 가더라도 원래 책을 안 읽던 사람이 책을 사는 경우보다는 원래 책 읽기를 좋아하는 사람이 다른 책을 보는 경우가 많을 것 같다. 그렇다면 과연 수요의 확장이 가능할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어차피 안 읽는 사람은 계속 안 읽고, 읽는 사람만 더 많이 읽을 텐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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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변에는 책을 읽는 사람은 있지만 제대로 읽는 사람은 드문  같다. 매달 3권의  읽기를 목표로 세운 분이 있다. 그분은 읽은 책에 대한 본인의 감상을 얘기한 적이  번도 없다.  '좋다' 정도의 코멘트뿐이다. 입이 무거운 사람일까? ㄴㄴ! 다른 이야기는 아주 잘하므로! 이렇듯 책을 눈으로만 읽고 자기 것으로 소화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은  같다. 근데 글도 마찬가지인  같다. 최근 SNS 블로그에서 보면 말맛이 좋은 짧은 글귀나 멋진 단어로 쓰인 감성글을 많이   있다. 그리고 책으로 출간되기도 한다.  경험상 그런 책들은 깊이가 없거나 소장 가치가 없었다. 누군가 열심히 썼을 글을 보며 내가 감동을 받지 못했듯   또한 사람들에게 그렇게 느껴질 수 있겠지? 참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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