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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나다 이군 May 20. 2024

바람 부는 날에 새들은 집을 짓는다

그 계절엔 언제나 바람이 불고

바람이 불면 나무는 언제나

제 살을 드러내며 하얗게

허우적거렸다


나무는 고지식하여 부는 바람에

제 몸을 흔들지만 어쩌면

이것은 나무의 융통성이다.


나무가 그렇게 바람을 흘려보내면

바람은 나무에 머물지 못했다

바람이 머물지 못하는 나무엔

지친 새들이 날아들었고

세상을 뒤집는 거센 바람에도

나무는 제 몸이 흔들려 찢길 망정

날아든 새를 

품에서 내어놓지 않았다.


그래서 바람 부는 날이면

새들은 나무에 숨어들었고

새들은 나무에 집을 지었다

새들은 알고 있다.

바람 부는 날에 지은 집은

날아가지 않는다는 것을.


그리고 이것은 바람이 가져온

그들 만의 융통성이다.


계절은 언제나 그 봄에 바람을 보내지만

나무는 제 몸을 열어 새를 품고

새들은 나무를 찾아 

집을 짓는다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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