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해 깊숙한 곳에 살고있던 물고기 한 마리가 해수면으로 향합니다. 그가 살던 곳은 춥고 어두운 암흑 뿐이었기에, 온 세상은 그렇게 춥고 어둡기만 한 줄 알았습니다. 언젠가 바다 위에는 하늘이란 지붕이 있고, 대기가 있고, 해와 별이 있어 온 세상을 밝히니 그 따스함과 아름다움을 이루 말할 수 없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해와 별을 보고 싶다는 간절함으로 그는 오랜 시간 지느러미가 찢어지는 고통도 잊고 달리고 또 달렸습니다.
해수면에 도달한 물고기는 마침내 별을 보았습니다. 강물처럼 흐르는 별무리, 은하수는 참으로 아름다웠습니다. 낮에는 햇볕에 비추인 밝고 영롱한 세상의 아름다움이 있었습니다. 찬란한 색으로 물들은 세상은 모든 것이 풍요로워 보였고 감탄이 절로 나왔습니다.
하지만 평생을 깊은 바다 속에서 살아온 그에게 햇살은 눈과 살을 태우는 무기와 같았습니다. 수압이 없는 대기의 가벼움으로 몸을 마음껏 움직일 수 없었고, 바람에 일렁이는 파도는 처음 겪는 두려움이었습니다. 게다가 그가 살던 방식으로는 배를 채울 수도 없었습니다. 심지어 그를 노리고 달려드는 갈매기란 놈들은 한시도 숨을 돌릴 틈이 없게 했습니다. 오직 별만이 그의 위안이 되었지만 별은 그저 저 하늘 위의 별일 뿐이었습니다.
심해에 살던 물고기는 동경 해오던 해수면에 도달했지만, 막상 그에게 특별히 날개가 솟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예전 방식으로 숨을 쉴 수 있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그저 낯선 이방인이자 여전히 기이한 물고기일 뿐이었습니다. <終>