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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르조 Jan 29. 2023

삶의 닻: 운동

230128

우리에겐 삶의 닻이 필요하다.


어느 걸그룹 가사 중 이런 말이 있다.  "누가 뭐라 해도 난 나야 난 그냥 내가 되고 싶어."

곡 전개도 단순하고 가사도 귀에 쏙쏙 박혀서 운동할 때 자주 듣는다. 들을 때마다 드는 생각이 있다. '좋은 말인데, 나는 누구인가. 이 노래를 부른 5명의 멤버들은, 지금 내가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알까.' 현대에 와서 신과 종교라는 절대적인 가치를 파쇄해버린 우리는 모두 흩어져버렸다. 제도화된 종교의 빈자리에 돈, 권력, 명예, 사랑 등 새로운 종교가 똬리를 틀었다. 나의 종교가 남의 종교에 우선하지 않고 모두가 서로의 다름을 인정해야 했기에 우린 혼란에 휩싸이고 말았다. 모든 게 의미가 되고 아무것도 의미가 되지 않는 어둠에 이르고 말았다.


결국 우리의 삶은 "내가 무엇을 원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으로 쓰인다. 우리는 각자의 종교를 찾고 그것을 다듬어 내려가 자신을 찾아나간다. 하지만 우리는 생각보다 연약한 존재이고 매번 본질에 충실하기 어렵다. 답을 찾다 길을 잃어 자신의 생을 길바닥과 아편굴에 쓰기도 한다. 그러다 돌아오지 못하기도 한다. 하지만 우리는 결국엔 우리 모두 자신의 길을, 종교를 찾아나가는 것을 본질적으로 원하고 있다.


바로 이 본질로 돌아오기 위해서 우리는 삶의 닻이 필요하다. 우리가 스스로를 잃어버리지 않은 채 자신이 선택한 길로 돌아오기 위한 닻 말이다. 사람마다 자신의 닻은 다를 수 있겠지만 닻은 필수적으로 한 가지 기능을 해야한다. 생각을 지우는 것 말이다. 우리의 삶에는 필요 이상의 자극이 흘러넘치고 이에 따라 우리의 생각은 이리로 갔다가 저리로 갔다가 하곤 한다. 때론 자극이 없을 때도 우리는 생각의 열차를 무한정 만들어 스스로를 괴롭게 하기도 한다. 계속 떠오르는 잡념을 거세하기 위해 우리는 우리만의 닻을 활용해야 한다.


내게 삶의 닻은 운동이다. 특히 다른 물건이 제공하는 무게에 의지하지 않고 나의 몸뚱이가 무게가 되는 맨몸운동이 좋다. 턱걸이, 딥스, 푸시업과 같은 운동들 말이다. 운동을 시작하기 전 혼탁했던 내 마음은 동작을 하나씩 수행할 때마다 깨끗해져 간다. 호흡은 점점 가빠져오고 생각은 사라진다. 시간이 되면 하고 목표에 도달하면 끝낸다. 무리하지 않고 꾸준히 하면 된다고 스스로에게 타이른다. 내게 운동은 단순히 근육을 생성하는 과정이 아니다. 매일 스스로를 다잡고 본질에 충실하기 위한 하나의 의식이다. 내 삶의 닻이다.


명상, 서예 등 운동이 아닌 다양한 정신적인 활동도 삶의 닻이 될 수도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우리는 동물임을 기억해야 한다. 움직이는 생물 말이다. 신체가 없이는 정신도 있을 수 없다. 건강한 신체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는 말은 너무나 쉽다. 그것을 하루하루 지켜내는 것은 무척이나 어렵다. 


맨몸운동 외에도 웨이트 트레이닝, 요가, 필라테스, 크로스핏 등 자신을 다스릴 수 있는 운동은 이 세상에 많다. 우리 자신을 찾아가기 위해 자신의 닻 하나쯤은 선택을 해보자. 분명히 삶을 한 걸음씩 뚜벅뚜벅 걸어 나가는데 멋진 역할을 해낼 것이다. 당신의 닻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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