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2월 7일
아는 총각에게 소개팅을 시켜줬다. 오늘 다 같이 만나기로 했는데 30분 전에 캔슬 놓고 도망갔다.
남자는 여자가 비웃을까 두려워하고 여자는 남자가 죽일까 두려워한다는 말이 여성이 느끼는 위험의 증거로 자주 사용되는데, 첫 부분도 진실이다. 보통 남자가 먼저 리드하며 작업을 걸어야 하는데, 이들에게 자신이 좋아하는 여성의 싸늘한 눈초리는 차라리 두들겨 맞기보다 무서울 수 있다. 여성을 상품화 한 사회에서는 그 남자의 여자로 서열이 정해지기도 해서이다. 예쁜 여성을 쟁취한 남자는 능력이 있는 남자고, 그렇지 않은 남자는 찐따가 된다. 이런 상황에서 거절당한 남성은 유일하게 허락된 감정, 분노로 자신의 서열을 발로 찍어누른 여성에게 폭발한다.
잘 나가는 남자라고 행복하지만은 않다. 여성에게 잘 대해주는 것보다 많은 여성을 물건 취급하며 최대한 섹스를 많이 하는 남자를 추켜세우는 문화, 무언가 대단한 일을 했으면 그 보상으로 여성이 따라올 거라 믿는 문화에서 그는 늘 경쟁하고 또 값이 매겨지고 있다. 그냥 좋아하는 여자와 같이 있는 것으로 충분하지 않다. 좀 더 성공하면 또 더 많은 섹스의 기회가 주어져야 할 것 같고, 반대로 내 옆에 있는 여성은 내가 실패하면 나를 떠날지도 모른다. 성공하면 돈이 따를 것이고, 그 돈으로 여자를 겟한다는 공식을 따라서, 여자 앞에서 재산을 과시한다. 그런 관계에선 언제나 불안하다. 나보다 더 잘난 놈이 나타나면? 이 여자는 나를 좋아하는 걸까 아니면 내 돈을 좋아하는 걸까.
재산에 따라 여자의 반응이 달라진다고 주입교육 받다 보니까 '대접'을 받지 못하면 나를 무시한다 느낀다. 그래서 가사노동도 더 돕지 않는다. 남자다운 해결방법은 돈을 더 벌어서 입주 가정부를 두는 것일 텐데, 그걸 못한다고 남자 몸으로 때우는 건 가오가 안 선다. 내가 노동을 팔아서 돈을 벌어왔으니, 그 대가로 이 여자의 노동과 봉사를 받아야 한다.
남자라면 여자보다 월등히 나아야 하고, 능력을 과시해서 보상받는 식의 관계만 배워왔다. 그런데 요즘 세상에 뭐 다들 비슷비슷하지 여자보다 압도적으로 잘날 수 있는 남자 그리 많지 않다. 그래서 불안하다. 누가 나를 좋아하지 않으면 돈 때문일 거라 지레짐작한다. 돈이 많았으면 더 잘 대해줬을 거라 굳게 믿는다. 그래서 내 불안함과 콤플렉스를 분노로 표현한다. 김치녀들. 지도 못 벌면서 날 무시해.
어릴 때부터 남자는 성욕이 강하다 배웠고, 실제로도 성욕을 강하게 느끼고, 남자를 위한 포르노로 성을 배운다. 내 마음을 받아주지 않는 여자에게 상처를 받으면, 그년은 그저 성상대에 불과했으므로 아무것도 아니라고 발악한다. 그게 가오가 선다. 내가 좋아하는 여자에게 까인 게 아니라, 그냥 한 번 자보려고 했는데 거지 같은 x이 딴 놈들이랑은 자면서 나는 돈 없다고 무시한 거라 한다. 남자들끼리 모여서도 여성들의 품평회를 하면서, 그들이 아무것도 아닌 섹스토이 정도인 것처럼 허세를 부린다. 노력해도 가까이 갈 수 없음을 성희롱과 김치녀 취급으로 커버한다. 성욕을 돈으로 해결하는 방법을 배운다. 포르노와 성매매가 여성과의 친밀한 관계의 대부분을 차지하게 된다.
그래서 당신들은 행복한가. 여성들도 불행한데, 재력으로 남자들 줄을 쭉 세우는 시스템에서, 능력 없는 남자는 인간 취급 안하는 사회다 보니 늘 내가 못 벌어서 이 여자가 날 싫어하나 전전긍긍하는 세상에서, 당신은 행복한가. 다가가고 싶다는 마음을 진심으로 전하는 대신 걸레x 어쩌고 뒷담화하면 자존심이 좀 덜 상한가. 정말로 당신은 인생이 포르노 영화가 되면 좋아할까. 과연 그럴까.
그냥 사람 대 사람으로 만나서 서로 배려하며 힘든 인생, 같이 사는 삶을 원하지 않는가, 당신은. 꼭 자신에게 가격을 매기고, 좋아하는 여자에게도 가격을 매겨야 하는가. 돈으로, 노동으로, 명예로 여자를, 성을 사면서도 그녀를 만족시켰는지, 딴 남자에 비해 어떤지 전전긍긍하지 않고, 그냥 마음 맞는 두 사람이 육체의 친밀함을 즐길 수는 없는가.
+남자도 성관계보다 자위를 선호할 때가 꽤 있다고 한다. 비혼을 택하는 남자들도 많다. 사회의 끊임없는 서열놀이, 줄 세우기, 그 외 연애에서 니가 얼마나 잘하는지 보자 시험하는 관계가 피곤해서 그럴 거라 생각한다. 남자답다는 것, 여자 앞에서 남자다움을 과시해야 한다는 것, 한 사람을, 혹은 한 가족의 생계를 책임진다는 것, 감정의 교감보다 공격적인 성욕만 허용된다는 것 역시 사람 참 피곤하게 하는 거라.
++예전 글인데 생각나서. 여자들은 모르는 남자의 인생
https://www.facebook.com/seattleyangpa/posts/1835167790102033
https://brunch.co.kr/@yangpayangpa/29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