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덧 집에서나 회사에서나 어느 모임을 가게 되면 나이로 보나 얼굴로 보나 또는 그 위치로 보나, 어떤 기준에서이던 중간지점은 훨씬 넘은 후반에 조금 더 가까워진 나이가 되었다. 그래서 월급은 더 받고, 해외로 어딘가로 좋은 곳도 훨씬 더 많이 다녀보았고, 생활은 여유로운 듯거래처의 젊은 직원들과 사회에서의 어린 후배들은 종종 동경의 시선으로 바라본다.
그러나 사실은, 그들을 부러워하는 마음은 애써 티내지 않으며, 굵어가는 팔자 주름, 흰머리가 날마다 신경쓰여 집에 가는 길 신호대기에서 괜히 흰머리를 들춰 보는 날들이 늘어 점점 서글퍼 진다. 무엇을 하던 박수만 받던 젊고 패기 있던 중간의 시절은 다 보내고, 실수하나도 허투루 이해나 너그러운 용서를 받지 못하는 그런 자리에서, 더군다나 매체에서 연일 백세 시대를 얘기하는 요즈음 마음이 조급해지지 않을 수가 없다. 그렇지만, 실수 투성이로 남들 앞에서 덜덜 떨며 프리젠테이션을 하는 어린 후배들은 여전히 이뻐보이고, 밉지 않으며, 그래서 갈 길이 훨씬 많이 남은 그들이 부럽기도 하다.
나이 40 중반을 훌쩍 넘은 나이에 테니스를 시작했다.
처음 테니스 라켓을 잡았었던 10년전쯤엔 장마철이라 비가 온다는 핑계로, 잦아지는 저녁약속을 핑계로 이런저련 이유로 총 4군데의 레슨장을 다녔던 기억이 나는데, 등록할때마다 3개월을 채넘기지 못했었고, 그랬던 데 대한 아쉬움도 미련도 없었다.
어느날 문득 내 몸도 마음도 더 낡기 전에 반려자쯤은 아니더라도 그 수준 이상의 남은 인생의 절반 이상은 동반하고 싶은 것 중 '스포츠' 하나쯤은 가지고 가야겠다라는 마음을 먹게 되었다. 테니스가 떠올랐고, 테니스 레슨을 받기로 마음을 먹었다. 결심한지 채 한시간도 되지 않아 집근처 마침 새로 오픈한 실내테니스 코트를 찾아 바로 등록했다.
20-30대 어린 친구들이 처음 레슨할 때부터 멋들어진 테니스 스커트와 레깅스를 입고, 인스타에 네이버밴드에 테니스 입문을 뿜뿜할 때, 슬픔 살짝 보태어 말하자면, 반백이 다 되어 가는 이 나이에 시작해서 무릎이 나가서 아예 운동을 영영 못하게 되면 어쩌나 내돈 내고도 눈치를 보며 겨우 시작을 했다. 여자1년은 남자 한달이라는 둥, 어쩌다 끼이된 게임에서는 나이와 실력이 늘 반비례여서 시작부터 끝까지 미안함과 어색함으로, 내 앞으론 연습을 진짜 열심히 하리라 다짐하며 마무리하곤 한다. 제대로 게임이라도 할라치면 나는 도대체 몇 살이나 되어야 실력이 될 것이며, 클럽에서 받아는 주려나 하는 후회와 걱정으로 이쁜 옷도 제대로 못 입고, 추리닝에 티셔츠 걸쳐 입고 연습이라도 열심히 하자 하지만 여전히 즐겁기도 하고 고난스럽기도 한 테니스 레슨이 이렇게 시작되어 이제 겨우 일년을 맞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