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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sslee Feb 03. 2022

오스트리아 대도시에 유기견은 10여 마리뿐? 비결은?

'동그람이:동물 그리고 사람이야기' 에 연재된 글입니다.

혹시 오스트리아를 여행한 사람이 있다면 묻고 싶다. “길고양이 혹은 떠돌이 개를 본 적이 있는가?” 도심 안 공원에서 간혹 토끼나 고슴도치가 발견되는 경우는 있어도, 어둠 속에서 노란 눈을 빛내는 고양이를 본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놀랍게도 7년 가까이 빈에 살았던 나 역시 단 한 번도 유기견이나 유기묘를 본 적이 없다. 한 번도 의문을 품어보지 않았지만 생각할수록 놀라운 경험이다. 그렇다면 빈에는 유기견과 유기묘가 없는 것일까.

혹시 오스트리아를 여행한 사람이 있다면 묻고 싶다. “길고양이 혹은 떠돌이 개를 본 적이 있는가?” 도심 안 공원에서 간혹 토끼나 고슴도치가 발견되는 경우는 있어도, 어둠 속에서 노란 눈을 빛내는 고양이를 본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놀랍게도 7년 가까이 빈에 살았던 나 역시 단 한 번도 유기견이나 유기묘를 본 적이 없다. 한 번도 의문을 품어보지 않았지만 생각할수록 놀라운 경험이다. 그렇다면 빈에는 유기견과 유기묘가 없는 것일까.


물론 빈에서도 유기동물은 발생한다. 실수로 반려동물을 잃어버리든, 고의로 버리든 말이다. 길을 잃은 동물로 의심되는 동물(조류, 파충류 등 포함)을 발견한 시민은 동물복지부(MA60)에서 운영하는 핫라인으로 전화해 구조를 요청할 수 있다. 이 전화는 매일 24시간 운영된다. 구조된 동물은 빈 시에서 운영하는 동물보호소 ‘티어크바티어’(Tierquatier)나 시와 협력관계에 있는 동물보호단체 시설에서 보호한다.


동물을 잃어버린 사람은 빈 시에서 운영 중인 실종동물 현황 홈페이지를 통해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이 사이트는 동물보호단체들과 협력관계를 통해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 이 동물들은 발견일로부터 30일 안에 반려인을 찾는 경우 기존 반려인에게 인도되지만, 30일이 넘으면 유기동물로 간주돼 입양을 기다리는 처지가 된다. 기존 반려인이 나타나더라도, 30일이 넘었다면 정해진 입양 조건과 절차를 거쳐야만 데려갈 수 있다. 현재 이 홈페이지에는 10여 마리의 반려견과 50여 마리의 고양이, 기타 조류와 파충류 등이 ‘분실’ 상태로 등록되어 있다.

빈 시에서 운영하고 있는 실종동물 현황 홈페이지에 올라와 있는 강아지(왼쪽)과 파충류.

180만여 명이 살고 있는 빈 정도의 대도시에서 이는 놀랍도록 적은 수다. 그 이유는 우선 오스트리아 정부의 적극적인 노력을 꼽을 수 있다. 티어크바티어는 단순히 보호소 운영뿐 아니라 위험에 놓인 동물의 제보를 받고 적극적으로 구조에 나서는 기관이기도 하다. 티어크바티어는 빈 시내에 있는 9개 동물보호단체와 협력관계를 유지하며 역할을 분배하는 동물보호의 ‘컨트롤 타워’ 역할도 하고 있다. 티어크바티어와 많은 동물보호단체들의 유기적인 협력이 구조와 보호에 큰 성과를 내고 있다.


두 번째로 동물등록제의 순기능이 있다. 오스트리아는 반려견 내장칩이 의무화되어 있다. 칩에는 반려인의 이름, 생년월일, 현재 주소 등 정보가 기입된다. 반려견을 잃어버렸을 때, 내장칩은 반려인을 찾는 결정적 열쇠가 될 수 있다. 


의외의 사실, '오스트리아 사람들은 개보다 고양이를 더 좋아한다'?


그런데 여기서 궁금증이 생긴다. 현재 빈에 등록된 유기묘는 많다고 할 수는 없지만, 유기견과 비교해보면 5배가 넘는 숫자를 보이고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빈에서 수지를 입양해서 그런지 내 시선은 반려견 문화에 더 쏠리지만, 오스트리아에서 가장 인기 있는 반려동물은 단연 고양이다. 오스트리아 일간 ‘OE24’의 2017년 5월 보도에 따르면 오스트리아에서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는 전체 가구 중 반려견 가구는 20%에 불과하다. 반면 반려묘 가정은 전체 반려동물 가족 중 42%를 차지한다. 이 정도라면 ‘인간 최고의 친구’라는 타이틀을 적어도 오스트리아에서는 개가 고양이에게 내줘야 하지 않을까 싶을 정도다.


빈에서 길고양이를 본 적이 없기에 몰랐던 사실인데, 오스트리아에서 길고양이 문제는 도시보다 농촌에서 크게 불거지고 있다고 한다. 대부분의 오스트리아 길고양이들이 적어도 한 번 이상 집에서 살아본 적 있는, 사실상의 유기묘라고 한다. 오스트리아에서는 자유롭게 집 밖을 오가는 반려묘들이 많다. 고양이를 위해 창문으로 사다리나 계단을 놓아주는 집도 흔히 볼 수 있다. 도시보다 시골에 유기묘가 많은 이유도, 농장에서 키우는 고양이들은 자유롭게 집 안팎을 오가며 지내다 어느 날 돌아오지 않은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고 한다. 

오스트리아 농촌에는 고양이가 집 안팎을 자유롭게 오가도록 창문에 사다리를 설치해놓기도 한다.

유기묘 전문 구호단체 캇젠탄트(Katzentant)에 따르면 수컷 유기묘의 평균 생존기간은 1~3년, 암컷은 3~4년이라고 한다. 대부분의 길고양이, 특히 새끼와 함께 다니는 고양이 무리는 영양실조 상태에 놓여있다. 질병 전염에도 취약해 개체 수가 늘어날수록 출혈성 백혈병(FeLV), 복막염(FIP)과 고양이 에이즈(FIV)에 걸릴 위험도 높아진다. 고양이들은 반려견과 달리 사람과의 사회성이 낮기 때문에 구조가 어렵고, 때문에 야생에서 죽을 확률도 높다고 한다.


특히 겨울은 길고양이에게 가장 힘든 시간이다. 실제로 영하의 추위 속 길거리 생활에서 생존할 확률은 매우 낮아 길고양이들은 다음 해를 버티지 못한다. 설사 구조된다 하더라도 고양이의 입양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 고양이는 입양 희망자들이 기대하는 것처럼 부드럽고 친근한 동물이 아니기 때문이다. 


길고양이에 대한 우려는 고양이의 놀라운 번식력과도 관련이 있다. 암컷 고양이는 첫 발정기 이후 최대 1년에 3번의 발정기를 가진다. 그리고 매번 3~5마리의 새끼를 얻는다. 고양이들 발정은 소리로 구분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암컷 고양이의 경우 아무런 징조 없이도 가임기가 오기도 한다. 우려되는 것은 평소에 자유롭게 집 안팎을 오가던 집고양이였더라도, 이 기간 동안 수컷 고양이를 찾아 가출하는 일이 발생할 수 있다. 이는 길고양이가 되는 가장 흔한 이유라고 한다. 고양이의 번식력은 어마어마해서 2마리의 암수 고양이는 5년 뒤 1만2,000여 마리까지 번식할 가능성이 높다.

유기묘 구호단체 '캇젠탄트'에 따르면 두 마리의 암수 유기묘가 만나면 5년 뒤에는 약1만2,000여 마리까지 번식할 수 있다고 한다.


유기동물을 부르는 오스트리아의 '다른 표현'에서 동물을 대하는 태도를 엿보다


이런 이유로 오스트리아는 2016년 4월 1일부터 모든 고양이에게 법적으로 중성화를 시행하고 있다. 오스트리아 내 동물보호단체들도 길고양이의 구조에 쏟는 노력 못지않게 길고양이 중성화에 힘 쏟고 있다. 동물보호단체 피어포텐(Vier pfoten) 단체에서 실시하고 있는 ‘포획-중성화-방사(CNR, Catch-Neuter-Release) 운동’은 말 그대로 길고양이를 포획, 중성화시킨 후 다시 풀어주는 캠페인이다. 이 운동은 장기적으로 개체 수를 조절할 수 있고, 보호소 수용을 대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상적인 구조 방법이라고 피어포텐은 주장하고 있다.


오스트리아 동물보호부 역시 피어포텐과 같은 입장이다. 동물보호부는 야생에 익숙해진 상태의 고양이를 보호소에 수용하는 것은 동물 인도적 측면에서 해결책이 아니라고 여기고 있다. 동물보호부에서도 길고양이 중성화, 구충, 피부염 치료 등 건강 유지를 위한 의료적 처치를 제공하고 있다. 중성화에 드는 비용은 시청과 구청, 그리고 수의사 단체가 공동으로 부담한다.


어떤 상황에서도 반려견, 반려묘가 길거리에 살게 되는 것은 반려인과 동물 모두에게 안타까운 일이지만, 그런 상황 속에서도 고양이의 특성을 고려하여 고양이를 억지로 보호소로 데려오지 않는 오스트리아 동물구호법은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이었다. 보호뿐 아니라 구조 역시 사람의 상식이 아닌 동물 인도적 시각에서 이루어져야 한다는 접근 방식은, 반려인이라면 한 번쯤 생각해봐야 할 부분이라 생각된다. 수지를 위한다면서도 수지의 입장이 아닌 내 처지를 우선해 반려생활을 했던 것은 아니었는지 다시 돌아보는 계기가 됐다.

오스트리아에서 길을 떠도는 개나 고양이는 '반려인을 잃은 개 또는 고양이'라고 지칭한다. 픽사베이

오스트리아의 유기견, 유기묘 정보들을 찾아보며, 흔히 사용하던 ‘유기’라는 단어가 얼마나 슬픈 뜻인지 새삼 느껴졌다.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유기’란 ① 내다 버림, ② 어떤 사람이 종래의 보호를 거부하여, 그를 보호받지 못하는 상태에 둔다는 뜻이다. 오스트리아어로 반려인을 잃은 개(Verminsste Hunde)와 고양이(Vermisste Katze)는 말 그대로 '잃어버리다'(Vermissen)라는 단어를 붙여 쓰고 있다. 왜 한국에서는 반려인을 잃은 동물에게 '버려졌다'라는 표현을 썼을까. 사람 입장에서는 버린 것이지만 동물 입장에서는 잃어버린 것인데 말이다. 같은 상황을 묘사하는 다른 표현 안에 한 사회가 동물을 대하는 통념이 담겨있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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