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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다해 Apr 29. 2020

DAY+11 / STEADILY

 무언가를 꾸준히 한다는 건 정말 만만찮은 일이다. 숨 쉴 때마다 하고 싶은 게 생겨나는 나에게 ’꾸준히’라는 말은 정말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최근에 그나마 꾸준히 잘 한 건 음식 사진을 찍어 인스타그램에 올리는 거 정도. 별 노력과 정성 없이 해대는 일이었지만 그나마도 질렸다. 무언가 새로 시작하려고 굳게 다짐하고 시작해봐도 길어야 3개월에서 4개월이면 잊힌다. 꾸준히는 나와 정말 거리가 먼 단어다.

 3월을 시작하는 첫날, 일요일. 밀린 에세이를 쓰기 위해 노트북을 들고 나왔다. 오스트레일리아로 떠나 오기 전에 다짐했던 리스트의 상단에 ‘매일 글쓰기’가 있었는데, 그보다 더 위에 있던 ‘아무것도 하지 말고 쉬기’에 눌려 며칠 동안 미뤄왔다. 일주일이 가까워지니 죄책감이 커져 마음이 불편했다. 이렇게 멈춰버리면 안 돼!

 게으름을 안고 해변에 앉아 늦장을 부렸다. 하늘이 가까워 해가 바로 머리 위로 떨어진다. 곱게 빗은 깃털을 자랑하는 갈매기가 거침없이 사람들 사이를 걸어 다녔다. 햇빛을 만끽하며 숨을 골랐다. 밀린 이야기를 쓸 마음의 준비를 마치고 사람들이 줄을 젤라토 가게를 찾았다. 대부분 아이스크림을 사서 나가 매장 안은 여유로웠다. 아이스크림을 들고 구석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휴대폰 사진과 지출 기록을 열어보며 부지런히 지나간 기억을 상기시켰다. 3월의 시작에서 2월의 끝을 마무리하려고 매달리는 .

/01MAR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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