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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다해 Apr 30. 2020

DAY+12 / NEXT STAY

 에어비엔비의 모든 창문을 교체하는 공사를 아침 7시 20분부터 한다고 해서 아침부터 잽싸게 나왔다. 이해는 가지만 참으로 귀찮은 일이다. 그래도 호스트인 잭과 리아가 몇 번이고 양해를 구했으니 불편하지만 긍정적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아무래도 한국처럼 단시간에 뚝딱 해낼 것 같진 않아서 밖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기 위해 모든 전자기기를 챙겨서 나왔다. 이왕 이렇게 된 거, 집에서는 절대 하지 못하는(안 하는) 노트북이나 그림 작업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어딜 갈까 고민하다가 전부터 한가한 시간에 가려고 했던 빌즈로 갔다.

 한국에서 몇 번 간 적 있는 빌즈는 오스트레일리아에부터 시작해서 몇 개국에 걸쳐 지점을 갖고 있는 큰 카페였다. 주말에 그 앞을 지나쳤을 때는 사람들이 줄 서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그걸 보니 버터가 한 덩어리 올라간 빌즈의 시그니처 리코타 팬케익이 갑자기 먹고 싶어 졌었다. (아는 맛이 이래서 더 무서운 것이리라.)

 매장은 대부분의 다른 곳처럼 7시쯤 열었다. 대부분의 카페가 6시에서 7시 사이에 문을 열고 그 시간부터 손님이 온다. 오스트레일리아 사람들 진짜 부지런한 것 같다. (근데 나도 한국에서 7시에 매장 열었구나. 하하) 다른 곳 보다 좀 더 격 있는 분위기와 세련된 인테리어로 한국에서와 비슷한 분위기였다. 무엇보다 다른 곳에 비해 비싼 가격이 가장 한국스러운 느낌이었다. 그리웠던 리코타 팬케익과 함께 플랫화이트를 주문하고 막 문을 연 카페를 구경했다. 매장이 주변 다른 곳보다 더 깨끗하게 관리하는 듯했다. 벽과 기둥 근처에 놓인 큰 화병을 꽃과 나무로 장식하는 모습이 여유로운 아침의 시작을 느끼게 했다.

Flat Inspection

 어제저녁에 복합 사이트인 검트리에를 통해 울티모 지역의 마스터 룸 인스펙션 요청을 보냈다. 점심쯤 그 관리인에게 연락이 왔다. 2-3일 동안 여러 옵션을 두고 고민했는데 아무래도 그 집이 제일 맘에 들었다. 가격 때문에 고민하다가 경험한다는 마음으로 투자하기로 했다. 도저히 룸을 셰어 할 자신은 도저히 없고 혼자 쓰고 싶은데 이왕 그런 거 화장실 붙은 마스터 룸에서 당분간 살아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지내다가 경제적으로 정 안 되겠으면 이사하면 되니까. 하하.

 인스펙션 약속을 잡고 가는 길이 생각보다 멀었다. 중간에 갈아타는 과정에서 한참을 헤매고 난 뒤 그냥 크게 재지 말고 웬만하면 살아야겠다고 결정했다. 요 며칠 검트리와 에어비엔비를 들락날락하며 봤는데 다 거기서 거기였어. 가격에는 그만한 이유들이 있는 거야. 이 동네 부동산 물가가 미친 걸 어쩌겠어. 이것저것 길게 생각하고 따져봐야 힘만 들지. 암 그렇고 말고. 아니면 옮기면 되니까, 길게 생각하지 말자. 내 안의 파지티브한 귀차니스트가 문을 열기도 전에 그냥 그렇게 하기로 정했다. 대충 살자. (*이 결정을 크게 후회하게 됩니다.)

다음 주부터 시티 라이프!

 약속시간이 되어 만난 건물 앞에서 만난 울티모의 룸 관리인은 한국인이었다. 메이트들의 국적이 어떻게 되냐는 내 물음에 관리인은 한국인 여성들에게만 셰어를 한다고 했다. 한국인이 없거나 적은 곳을 가려고 굳이 영어 사이트를 찾은 건데 결과적으로 이렇게 되니 우스웠다. 관리인에 따르면 한국 여성들이 가장 집을 깔끔하게 써서 선호한다고. 사실 벌레와 공생해야 하는 생활환경에서 한국 사람들의 위생관념을 그리워하긴 했기에, 다행인 마음도 들었다.

 집은 사용 흔적이 많아 보였지만 관리가 꽤 잘 된 듯 보였다. 하얀 침대와 침구, 긴 창문으로 들어오는 햇빛이 마음에 들었다. 들어보니 클레어가 거실과 키친을 관리하고 있으니 방만 깔끔하게 사용하면 된다고 한다. 아쉬운 건 거실을 없애고 합판으로 가벽을 세워 방을 만들어 버려 공용공간이 없다는 것. 그래서 거실 공간 없이 창문 없는 부엌 공간만 있다 보니 플랫 메이트들과의 교류가 없는 될 것 같지만 크게 개의치 않았다. 무엇보다 같은 건물 1층에 분위기 좋은 카페와 5분이면 마트와 식당가에 닿는 거리가 마음에 쏙 들었다. 다음 주부터는 시드니 시티 라이프 시작! /02MAR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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