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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다해 May 14. 2020

DAY + 28 / A MONTH

 오늘로 퇴사한 지 한 달이 넘었다. 한국을 떠난 지도 거의 한 달이 되었다. 애초에 목표했던 한 달의 휴식기가 이제 이틀 남았다. 괜히 마음이 조급하다. 분명 생각으로는 월요일부터 바로 인터뷰를 할 수 있게 준비하려고 했지만, 꾸물대는 날씨와 쳐지는 기분을 핑계로 이틀을 연달아 아무것도 하지 않고 날렸다. 어찌나 의미 없이 이틀을 보냈는지 하루 종일 아이패드와 휴대폰을 가지고 있었으면서도 뉴스와 신문은 보지 않았다.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코로나 진행상황이 어찌 되는지 확인해보지도 않는다. 성격상 청사진이 그려지지 않는 일은 꺼려왔다. 새로운 일을 하기 전에는 완벽하려고 집착했고, 완벽하지 못할 것 같으면 미루거나 도피했다. 이번에도 걱정되는 일을 앞두고 도망가고 싶은 생각에 핑계 대며 미루는 것 같다. 막연하고 막막한 기분에 아무것도 시작하지 않는 본능이 발휘되고 있는 것 같다. (최근 읽은 책에서 이런 걸 병적 꾸물거림 morbid procrastination 이라는 정신의학적 용어로 정의했다.)

 조급 해봐야 얻을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애초에 아무것도 하지 않으려고 계획한 홀리데이에 뭔가를 하려고 마음먹는 것도 이상하다. 마음을 급하게 먹거나 말거나 시간은 그저 흘러가고 세상은 돌아간다. 그 안에서 안달복달하지 않기로 하고 온 참이니 제발 불안하지 말고 그냥 푹 쉬자.

 어차피 언젠가는 닥쳐서 헤쳐나갈 일로 벌써부터 스스로를 괴롭히지 말자. 어떻게든 될 거다. 뭘 해도 굶지 않고 살아갈 자신은 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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