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제법 선선해졌다. 아침에 집을 나서며 숨을 들이마시면 콧속으로 건조하고 찬 공기가 들어와 콧속을 마르게 한다. 사우디에도 겨울이 다가오고 있다.
“사우디에도 겨울이 있다고?”, “1년 내내 더운 곳 아니야?”, “온통 사막뿐이잖아.”
나도 그런 줄 알았다. 2011년 전까지는 말이다.
2011년 1월, 전 회사의 첫 해외출장지는 사우디였다. 짐을 싸는데 어머니께서 한마디 하신다.
"너무 반팔만 챙기는 거 아니니? 추울 텐데."
"괜찮아요. 사우디로 가는데요 뭘~"
그래도 못 이기는 척 긴팔 하나를 가방에 넣었다.
더울 줄 알았던 공항에 도착했는데 한기가 느껴졌다.
'아 망했다'
사우디에 머물렀던 10일 중 5일 동안 비가 그것도 이틀은 폭우가 쏟아졌고 정말 추웠다. 정확한 온도는 알 수 없었지만 적어도 10도 아래로 내려간 것은 분명했다. 그렇게 첫 사우디 출장은 덜덜 떨며 감기로 고생했던 기억뿐이다.
며칠 전엔 겨울을 알리는 비가 한바탕 쏟아졌다. 폭우로 회사 직원들은 10시나 되어서야 사무실에 들어섰고 딸아이의 학교 오후 수업은 취소됐다. 배수시설이 열악한 탓에 길거리는 물바다가 됐고 침수된 지역을 보여주는 사진들이 SNS에 떠돌았다.
사우디의 계절은 여름과 겨울 둘로 나뉜다. 10월 말부터 5월 초까지 겨울이라 부르는 그 시기는 정말 지내기 좋다. 월별로 다르지만 평균 10-25도 사이의 온도를 유지해서 야외활동하기 좋고 저녁만 되면 바비큐를 위한 숯불 준비로 집집마다 불 피우는 냄새가 피어오른다. 겨울에 휴가 가면 바보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반면 여름엔 너무 더워 야외활동은 엄두도 내지 못하는데, 이럴 땐 한국으로 휴가를 떠난다. 사실 에어컨을 마음대로 켜지 못하는 한국이 내겐 더 덥게 느껴지긴 하지만.....
사우디 사람들은 남부 지방으로 피서를 떠나는데, Abha는 그중 최고 인기 지역이다. 한여름 기온이 평균 20도를 유지하는 데다 예쁜 꽃들이 만발하고 초록 초록한 산으로 둘러싸여 있기 때문이다.
오늘 아침 아내가 12월에 휴가를 가자고 한다.
“사우디에서 겨울에 휴가 가면 바보인데?? “라고 하니 눈이 보고 싶다고 한다. 딸아이도 스키를 타러 가자고 아우성이다.
그래! 사우디 겨울 참 좋지만 눈이 없다. 콧물을 얼리는 그 공기도 그립다.
가자. 먼 한국 대신 가까운 이탈리아로 가자!
돌로미티에서 눈도 보고 스키도 타자. 베네치아까지 5만 원이니 잠시 바보가 되어도 좋은 금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