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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EO Aug 16. 2021

뒷담화는 정크푸드다.

누가 하는지 보다는 왜 하는지를 고민해 보자.

스트레스를 받으면 정크푸드를 먹는 이유?


단기적인 스트레스를 받으면, 교감 신경계 흥분으로 위장 운동이 감소하면서 생리적으로는 식욕이 감소한다. (실연을 당하면 식음을 전폐하는 것이 대표적 사례이다.) 그런데, 스트레스가 장기화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스트레스가 장기화되면 신체는 생존 본능을 활성화시킨다. (원시 시대에 맹수에게 쫓길 때의 그 생존 본능 맞다.)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은 뇌와 근육에 많은 에너지를 보내기 위해서 혈당을 올린다. 그러기 위해서는 당연히 재료가 필요하므로 식욕이 증가한다. 모든 에너지를 뇌와 근육에 보내야 하므로, 체온을 유지하기 위한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지방이 두꺼워지는 부작용은 덤이다. 반대로 행복 호르몬인 세로토닌은 감소한다. 세로토닌이 부족하면 음식에 대한 갈망이 강해지면서 지방, 염분, 그리고 단 음식을 많이 섭취하게 된다.


스트레스가 장기화되는 대표적 장소는 직장이다. 그 이유는 아래와 같이 설명이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1. 나와 안 맞는 사람과 하루 종일 지지고 볶아야 한다.

2. 하기 싫은 일도 억지로 해야 한다.

3. 상황이 수시로 변하기 때문에 의도한 대로 일이 진행되지 않는다.

4. 1, 2, 3을 다 참고 일해도 제대로 평가를 받는다는 보장이 없다.

5. 1, 2, 3, 4가 언제 좋아질지 알 수 없다. (그래서 우리는 그토록 연말 조직 변경에 관심이 많은가 보다.)


기약 없는 장기적인 스트레스에 노출된 직장인들이 정크푸드의 유혹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뒷담화는 정크푸드다.


그런데, 직장인에게 정크푸드 이상의 카타르시스를 주는 것이 있으니 바로 ‘뒷담화. 팀장한테 얼토당토않은 일로 깨지고 나서, 친한 동료들끼리 메신저로 울분을 토해냈을 때의  통쾌함은 다이어트 때문에  주간 탄수화물을 끊었다가 치팅데이에 치킨을 먹었을 때의 그것이다. 심리적 관점에서 정크푸드와 뒷담화의 공통점은 아래와 같다.


첫 번째, 뒷담화는 부정적 감정에서 탈출하는데 도움을 준다. 네덜란드 그로닝겐 대학교 연구팀에 따르면, 뒷담화를 하는 동안에도 정크푸드를 먹을 때처럼 세로토닌이 분비된다고 한다. 또한 뒷담화를 하면 ‘정서적 환기 효과(Emotional Ventilation Effect: 자신의 불쾌한 감정을 누군가에게 털어놓음으로 인해 속이 후련해지는 효과)’로 인해 부정적 감정 탈출에 도움이 된다.


두 번째, 뒷담화는 심리적 안정감을 준다. 브라이언 벤더는 '정크푸드는 심리적 안정감을 제공하기 때문에 빠른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라고 말했다. 고열량, 고지방 음식들은 가장 편안하고 즐거웠던 기억을 상기시켜 먹는 사람에게 기쁨과 만족감을 가져다준다. 조직심리학 관점에서도 뒷담화는 공유하는 대상과의 정서적 교감을 통해 심리적 안정감을 갖게 한다. 이러한 정서적 교감은 개인과 집단 간 유대 강도가 강할수록 집단의 규모가 클수록 강하게 일어난다.


이런 이유로 직장인들은 대부분 온/오프라인을 가리지 않고 자신에게 스트레스를 준 대상에 대한 뒷담화를 즐긴다. 그리고, 뒷담화의 주된 대상은 모두가 예상했듯 리더이다.


뒷담화를 안 듣는 리더는 없다.


‘없는 데서는 나랏님 욕도 한다.’는 말이 있다. 뭘 해도 뒷담화를 들을 수밖에 없다는 말일 수도 있겠지만, ‘백성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나랏님은 애초에 없다.’는 이야기로도 해석할 수 있다. 당장 구성원이 어떤 사람들인지 생각해보자. 나이, 성별, 성장 과정, 업무 성향이 전부 다르다. 그런데, 리더의 입장에서 아무리 노력을 해도 그들의 다양한 요구와 흥미, 선호도, 의사소통 방식에 초점을 맞춰서 소통하기에는 매우 어렵다. 특히 구성원이 많아질수록 불가능에 수렴하게 된다. 마치 ‘링겔만 효과의 확장판’ 같다. (구성원이 많을수록 노는 직원도 많아지고, 뒷담화도 많이 듣는다.)


리더와 구성원 간뿐만 아니라 당연히 구성원 간에도 직장 생활에 대한 태도, 이슈에 대한 관점, 서로에 대한 인식 수준이 다르다. 당연히 이로 인한 그들간의 관계 갈등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안타깝지만 이때도 리더는 뒷담화에 오를 수밖에 없다. 리더는 조직의 책임자로서 갈등을 중재할 책임이 있기 때문이다.


뒷담화를 듣는 것은 불쾌한 일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구성원의 뒷담화는 마치 스트레스 받았을 때 정크푸드를 먹는 것처럼 그저 타의에 인한 장기적인 직장 스트레스로 인해 상처받은 자신을 달래기 위한 행동임을 이해해야 한다.


뒷담화에 감정 섞지 말고, 경고등이 켜졌다고 생각하자.


리더는 조직 관리자로서 뒷담화를 개인적으로 받아들이지 말고, 자신을 포함한 조직 내 문제점을 알려주는 경고로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구성원의 뒷담화를 '운전 중 갑자기 들어온 엔진 오일 경고등' 정도로 생각해 보는 것은 어떨까? 경고등은 단순히 자동차의 성능을 유지하기 위해 켜질 뿐이지 '왜 이것도 모르냐? 운전할 자격이 있긴 한 거냐? 불 들어올 때까지 모를 줄 알았다.'라는 의미는 아니다. 반대로 운전하는 입장에서도 '이놈의 차는 엔진 오일 먹는 하마네.' '설마 퍼지겠어? 좀 더 타야겠네.'라고 생각할 필요도 없다. 경고등이 들어왔으니, 가까운 정비 센터로 가야겠다고 생각하면 된다.


비록 뒷담화로 썩 기분이 좋지는 않지만, 리더는 뒷담화의 내용을 바탕으로 원인(구성원과의 의사소통은 문제가 없었는지, 충분한 정보를 공유하고 있는지, 그들의 업무와 성장 방향이 각자의 성향과 잘 맞는지 등등..)을 파악하고, 나름의 개선안을 마련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 뒷담화의 원인이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고 해도 리더는 구성원의 스트레스 상황을 인정하고, 스트레스를 줄여주는 방향이 무엇인지 적극적으로 소통해야 한다. 리더가 먼저 마음을 열고 심리적 안정감을 심어준다면, 비로소 그들도 마음을 열 것이다. 야근에 시달리고 집에 와서 밤늦게 치킨에 맥주를 먹고 있을 때, 잠에서 깬 엄마가 '너 그러다 살찐다.'라고 이야기하는 것 보다는 '많이 힘드니 무슨 일 있니? 엄마가 뭐 해줄까?'라고 이야기할 때, 속에 있는 이야기가 나오지 않는가? 바로 그런 마음으로 그들을 대해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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