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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EO Dec 13. 2021

침 뱉는 사람보다 흘리는 사람이 더 무섭다고?

팀장은 조직의 성과뿐만 아니라 스트레스도 관리해야 한다.

침 뱉던 사람이 침 흘리는 사람이 되는 과정


학습된 무기력을 설명할 때, 가장 많이 사용되는 예는 말뚝에 묶인 서커스단 코끼리다. 어린 코끼리를 잡아 튼튼한 말뚝에 묶어놓았을 때, 처음에는 격하게 저항하지만 있는 힘껏 저항해도 도망칠 수 없음을 알게 되어 순응하게 되고, 심지어 성체가 되었을 때, 썩은 나무 말뚝에 묶어놓아도 도망치지 않는 상황이다. 직장 생활에서도 구성원은 열심히, 잘해보려는 의지로 도전해보지만 환경적, 구조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못하면 그 의지는 꺾이게 되는데, 이 역시 일종의 학습된 무기력의 사례가 아닌가 생각한다.


직장 생활에서 사람들이 무기력해지는 과정은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가 제안한 분노의 5단계와 유사하다.  


1. 부정: 내가 겪고 있는 이 상황이 다른 구성원과 별반 다를 것이 없다고 생각한다.

2. 분노(본격적으로 침을 뱉기 시작한다): 왜 나에게만 이런 상황이 생겼냐고 생각하기 시작한다. 친한 동료들과 술을 마시면서 혹은 근무 시간 중 메신저를 통해 뒷담화를 하거나, 사내 혹은 사외 익명 게시판 등에 글을 남겨 분노를 표출한다.

3. 협상: 자기 생각이나 태도를 바꿔서 상황을 개선해보고자 노력한다. 회의에서도 조금 더 적극적으로 의견을 제안해보고, 다른 구성원이 꺼리는 업무도 자원하는 등의 노력을 한다.

4. 우울: 노력을 해도 바뀌지 않는 상황에 대해 무기력감과 우울감이 증폭된다.

5. 수용(침을 흘리기 시작한다): Burn-out 되어서 은둔자처럼 일한다. 이직, 퇴사를 고민한다.


위의 과정을 보면 구성원이 학습된 무기력에 빠지는 과정의 초입은 '분노' 단계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시점에서 주변 사람들 대부분은 관심을 가지고 해결을 해주려고 하기보다는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 이상의 반응(이야기라도 들어주면 다행이다)을 보이지 않는다. 문제는 구성원이 학습된 무기력에 빠지고 있음을 팀장이 알게 되는 시점은 대부분 분노 단계 이후라는 점이다. 특히, 팀장과 구성원 간에 소통이 원활하지 않다면 구성원이 수용 단계에 접어들어서야 팀장이 상황을 파악할 수도 있다. 결국, 아무리 침을 뱉어가며 주변에 분노를 표출한들 상황이 나아지지 않으면 침 흘리는 무기력한 사람으로 변하게 되는 것이다.


팀장은 조직의 성과뿐만 아니라 스트레스도 관리해야 한다.


(인정하든 인정하지 않든) 구성원이 학습된 무기력에 빠지는 상황에 대한 책임은 팀장에게 있다. 조직 내 문제를 해결해서 조직을 잘 꾸려나가야 하는 책임이 있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이런 관점에서 팀장은 구성원의 스트레스도 관리해야 한다. 그 이유는 아래와 같다.


첫 번째, 구성원의 스트레스 유발 요인이 대부분 조직 안에 있기 때문이다. 스트레스의 주요 원인은 조직 내 구성원 간의 갈등, 개인 성향과 조직이 추구하는 일하는 방식의 불일치, 일하는 환경 등이다. 모두 조직의 구조, 제도적 문제이다. 당연히 조직 관리자인 팀장이 조직 내 구조적 문제를 해결해야 할 책임이 있다. 하지만, 팀장 대부분은 조직 내 스트레스 유발 요인을 개선하기보다는 ‘본인만 스트레스받나?’, ‘그런 정신력으로 어떻게 직장 생활을 하나?’라며 개인의 탓으로 치부하는 경우가 많다.


두 번째, 조직의 성과를 내는 사람은 구성원이기 때문이다. 스트레스 수준이 너무 높아지면 구성원들의 부정적 인식이 증가하는 효과를 유발한다. 이로 인해 생산성이 저하되고, 이직률이 올라가며, 윤리적(주로 음주와 관련된) 문제가 발생한다. 결국, 팀장이 구성원의 스트레스를 관리하지 못해서 유능한 구성원들이 회사를 떠나거나 제 역할을 하지 못하면, 조직 전체의 성과도 영향을 받는다.


설상가상으로 조직이 받는 스트레스의 총량은 매년 늘어나기 때문에 팀장이 구성원의 스트레스 수준을 관리하기는 분명 쉽지 않은 일이다. 매년 조직의 목표는 전년 대비 높게 잡히고, 이에 맞게 할 일은 늘어나기 때문이다. 결국,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 나오는 붉은 여왕의 이야기처럼 팀장은 스트레스의 총량이 커지더라도 구성원이 받는 스트레스를 일정 수준 이하로 유지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 팀장은 조직의 성과, 역량만을 주기적으로 진단하지 말고, 구성원 개개인이 받는 스트레스의 수준을 주기적으로 진단해야 한다. 그리고, 구성원이 받는 스트레스 요인을 분석하고 자신이 해줄 수 있는 한도 내에서의 해결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


좋게좋게 넘어가지 않았을 때 좋은 사람은 팀장이다.  

 

위와 같은 이야기를 들었을 때 팀장들의 반응은 대부분 ‘팀장이 모든 걸 다 해줘야 하나? 팀장이 얼마나 힘든 줄 아냐? 우리가 제일 힘들다.’ 일 것이다. 그리고 구성원들에게도 ‘너도 힘들고 나도 힘드니, 좋게좋게 넘어가자.’라고 이야기할 것이다. 하지만, 이걸 알아야 한다. 좋게좋게 넘어간다고 구성원들의 스트레스 수준은 절대로 좋게좋게 변하지 않을 거라는 사실을.


구성원은 본인의 상태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기 전까지는 대부분 팀장에게 이야기하지 않기 때문에 먼저 와서 이야기할 때까지 기다리면 너무 늦는다. 이쯤 되면 이미 마음은 떠났을 것이고, 아무리 달래고 보듬어 줘도 예전으로 돌아가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러므로 침을 흘리는 단계가 아닌 침을 뱉고 있는(조직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는) 구성원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서 초기에 발 벗고 해결해야 한다. 불만이 있을 뿐 아직은 무기력해지지 않았고, 몸담은 조직에서 직장 생활을 하고자 하는 마음이 아직은 남아있는 상태이기 때문이다. 이런 일들에 좋게좋게 넘어가지 않고 해결하려고 할 때, 조직이 살아나고 성과가 좋아질 것이다. 이것이 좋게좋게 넘어가지 않았을 때 좋은 사람은 팀장이라고 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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