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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담 Oct 20. 2024

그만 쓰라고?

[다들 그렇게 살아요. 뻔한 이유로 행복하게] 11

['다들' 그렇게 살고 있는 '우리'는 바로 당신이고 나이다. 당신이 나이고 내가 당신인 '우리'는 모두 연결되어 있다. 뻔한 이유로 뭉근한 행복을 바라는 당신의 가슴이 나의 등을 밀어주고 나의 가슴이 당신 이 되어 주면서.]




꿈을 꾸었다. 정말 다행히 꿈이었다. 잊히기 전에 써야 한다. 지금 양치도 하지 못하고 앉았다. 화면이 켜지는 동안에 계속 기억을 더듬고 있다. 장면을, 소리를. 


수업 중이었고, 이런저런 활동을 시키고 있었는데 얼굴이 뭉개져 누군지 모르는 한 아이가 들리게 소곤거린다. 시선을 나에게서 천장으로 옮겼다 창밖으로 고정시킨 후. 

 


"뭐라는 거야. 이딴 걸 왜 해야 하는 건데, 왜? 왜?. 안 그러냐? 어? 어?"



꿈속 내 시야에 들어 찬 피사체는 뿌였지만 목소리는 선명하다. 내가 어떻게 반응하는지, 물컹거리는 미끼를 던져 놓고 기다리는, 아귀들 같다는 생각을 했다. 


표정으로 응원하듯 둘러싼 무리들 가운데서 그 아이는 허연 이를 드러내며 주변 아이들과 나를 번갈아 힐끔거리면서 희죽거린다. 그래 내가 어떻게 반응해 줄까, 하고 잠시 생각하는 사이에



"잘 쓰지도 못하면서 왜 자꾸 쓰는지 몰라! 좋아요도 없고 댓글도 없는 걸 보면 모르나. 크크. 그렇지? 그렇지 않냐? 크크크크크크크크크크......" 



갑자기? 하는 생각도 잠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주변에 있던 아이들도 그제야 참지 못하고 같이 웃는다. 나를, 나의 반응에 관심 없는 듯 전혀 나를 쳐다보지는 않고, 그렇다고 대놓고 웃지도 않으면서 흐흐흐 거렸다. 


지저분한 무인도에 서 있는 기분이었다. 어떤 아이는 허연 눈동자만 보이는 듯 섬뜩하기까지 하다. '그러게, 모르는 가봐?' 하는 눈빛으로. 꺼졌다, 켜졌다 하는 나의 의식 사이에 이 생각만 반복했다. 


'이거 꿈이잖아, 꿈. 얼른 깨라, 얼른.' 다 맞는 말이어서 꿈속에서 한마디 대꾸도 못하는 상황을 얼른 벗어나고 싶었다. 그런데 몸은 전혀 움직이지 않았다. 아니, 무기력했고 벅차게 슬펐다.  


'잠들기 전에 너무 많이 먹어서 그런 거잖아? 그 많은 것들을 다 먹었잖아! 그러니까 잠자는 동안 튀겨진 살 덩어리들이 위장에서 녹아내리느라 밤새 꿈틀거리니 이런 꿈을 꾸는 거 아니냐고.'


'그러게. 잠자리 전에 왜 그렇게 먹어대, 먹어대긴?.' 꿈속에서도 나는 나를, 나의 생각을, 감정을, 느낌을 그리고 거기에 반응하는 나의 주변을 묘사하지 못하는 이유에 대한 엉뚱한 핑계만 찾고 있었다. 지금껏 무엇을 썼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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