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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INEKOON Dec 08. 2023

관찰과 관심이란 소통의 기본 조건.

<레오>

한 초등학교 졸업반의 교실 한 켠에서 무려 74년동안 아이들의 모습을 봐온 도마뱀, 레오. 학교 교실에서 기르는 애완동물로서 많이 먹고 게으름만 신나게 부리면 되는 줄 알았는데, 어쩌다 들은 풍문으로 자신과 같은 도마뱀의 평균 수명이 75년이란 사실을 알게 된다. 74년간을 갇혀 지냈으니 생의 마지막 일 년은 그래도 하고픈 걸 하다 죽어야 여한없지 않겠는가. 그렇게 <쇼생크 탈출> 뺨치는 레오의 교실 탈출기가 시작된다. 하지만 위급한 순간 아이들 앞에서 말을 하게 되는데, 동물이 인간들 앞에서 인간의 말을 쓰지 않는 건 동물계의 불문율! 이를 어긴 레오는 아이들과 하나 하나씩 개인적 소통을 하게 되면서 점차 그들의 삶을 바꿔나간다. 


서당 개도 삼 년이면 풍월을 읊는다 했던가. 교실 한 켠에서 초등학교 졸업반 아이들의 모습을 구경한 게 자그마치 74년이니, 통찰이 생기지 않을래야 생기지 않을 수 없겠다. 그 74년 간의 세월을 통해 체득한 통찰을 통해, 레오는 졸업반 아이들의 고민을 들어주고 또 해결해주며 그들의 유년기 마지막 일 년을 좋은 기억으로 바꿔준다. 그런데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기껏해야 도마뱀 주제에 열 살이 넘는 아이들의 각기다른 고민과 그 해결책을 대체 어떻게 알아? 그래봤자 74년간 바닥에 누워 혓바닥으로 벌레나 맛본 인생 아니냐고. 


물론 레오에게 절륜한 화술이 있었음을 무시해선 안 된다. 도마뱀 치고 레오는 언변이 뛰어난 편이다. 적재적소에 농담을 섞을 줄도 알고, 이 순간엔 어떤 표정을 지어야 상대가 더 감화되는지 역시 잘 알고 있는 것처럼 보이고. 그는 분명 레오의 특출난 능력이다. 하지만 그외 소통의 기술은 매우 단순한 것이었다. 상대와 대화하며 마음을 얻는 일에 있어서 가장 기본이 되는 단순 기술. 그건 다름 아닌 관심과 관찰이었다. 


우리는 누구나 자신이 상대의 마음에 들기를 바란다. 그건 친구든 이성이든 가족이든 면접관이든 모두 마찬가지다. 우리 모두는 매일 하루종일 다른 누군가의 마음에 들기 위해 시간과 노력을 쓴다고. 그런데 레오가 알려준 그 비법은 매우 단순한 것이었다. 관심과 관찰. 하지만 때때로 진리는 단순함에서 나오는 법. 누군가에 관심을 쏟고 그 삶을 관찰하다 보면 그에 대한 답이 자연스레 나오기 마련이다. 레오는 그렇게 여러 아이들에 관심을 가지고 그들을 관찰하며 그들의 삶을 변화시킬 해법들을 비법 마냥 풀어놓았다. 거기에 다른 건 없었다. 아주 조금의 화술이 양념 마냥 그 위에 흩뿌려졌을 뿐. 


그런데 사실 관심을 갖고 누군가를 오래도록 관찰하는 일은 생각보다 정말 힘든 일이다. 그러니까 그게 거짓된 마음으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어쩌면 잠깐은 가능할지도 몰라. 하지만 그 가짜 마음으로 과연 그 관찰과 관심이 얼마나 갈 수 있겠어. 고로 레오의 가르침은 다음으로 한 번 더 변태된다. 상대에게 진심일 것. 아-, 상대한테 진심이면 된다는 거 누가 몰라? 이거 무슨 뻔한 자기계발서에서나 할 법한 멘트잖아?


하지만 다시 말해, 진리는 단순한 것이다. 명료하고 명쾌한 것이다. 뻔할지언정 들었을 때 누구나 무릎을 치며 동의할 만한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진리인 거지. 매사 상대에게 진심일 것. 한낱 도마뱀 주제에 삼라만상의 진리를 알고 있었다니, 부처님 말씀을 따르자면 레오 역시 부처였을지도 모르겠다. 


<레오> / 로버트 스미겔 & 로버트 메리아넷티 & 데이빗 와치튼하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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