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간이지만 영원한 광명

<우리가 빛이라 상상하는 모든 것>

by CINEKOON


시간을 훔치는 도시가 꼭 어디 뭄바이 뿐이겠는가. 뉴욕, 런던, 파리, 도쿄, 그리고 서울까지 다 그러할 것이다. 도시 바깥으로부터 흘러들어온 사람들이 모이고 또 고이는 대도시의 삶. 그래서 때로는 이 큰 도시에서 나 하나 없어진다고한들 그 누가 신경쓸까 싶어지기도 하고. 하지만 그렇기에 우리 개인 하나하나가 더 소중하다. 누구도 신경쓰지 않을 것 같은 이 큰 도시에서, 그래도 신경써줄 수 있는 바로 내 옆의 사람들. 그리고 바로 지금 이 순간. <우리가 빛이라 상상하는 모든 것>은 인도의 대도시 뭄바이를 배경으로 세 여자의 이야기를 펼쳐내며 '바로 지금 이 순간'과 '옆에 있는 사람들'의 중요성을 설파해낸다. 어쩌면 그 두가지가 우리 삶에 있어 가장 중요한 '빛'일지도.


다큐멘터리 감독 출신인 파얄 카파디아의 첫 장편 극영화. 그러다보니 영화 곳곳에 다큐멘터리적 감각이 깃든다. 애초 시작부터 영화는 뭄바이에 사는 평범한 사람들의 삶과 이야기를 보여주고 들려준다. 그리고 이야기가 진행되는 와중에도 중간중간마다 썩 다큐멘터리적인 시선으로 '공간 안의 인물들'을 담아낸다. 아니, 어쩌면 '시간 안의 인물들'이었을지도 모르겠다. 뭄바이는 그대로지만 그 안에서 흐르는 시간은 언제나 같지 않으니. 어찌되었든 그런 다큐멘터리적 감각으로 영화는 줄곧 인물들을 도시와 그 시간 안에서 보듬어낸다.


병원의 간호사로 일하고 있는 세 여자. 직업여성으로서의 삶이 녹록치는 않지만 그런대로 버티며 살아가려 하나, 현실적이면서도 마법적인 장애물들이 자꾸 그녀들을 막는다. 남편을 저멀리 독일로 떠나보냈던 프라바는 의문의 전기밥솥을 택배로 전해받는다. 그리고 그로인해 남편의 부재가 자꾸만 스며든다. 닦아내고 쥐어짜내도 계속 밀려 스며드는 물기처럼, 남편의 부재를 온몸으로 껴안는 프라바는 바로 그래서 새로운 사랑과 새로운 기회를 막아낸다. 반면 아누는 과감하게 무슬림 남자를 연인으로 받아들이고 남들이 수근대든 말든 사랑에 온몸을 투신한다. 여기에 파르바티는 건물주와의 갈등으로 집을 떠나야할 상황에 처하고...


뭄바이라는 공간으로 한데 묶이지만, 그로부터 훔쳐지는 건 시간이다. 프라바는 남편과 잠깐이나마 함께했던 과거에 매여 앞으로 나아가기를 두려워하고, 아누는 연인과의 아직 오지않은 미래를 추측한다. 놀랍게도 그중에서 가장 성장한 것처럼 보이는 건 파르바티다. 그녀는 오래도록 살았던 집을 떠나야할 상황에 놓여 그 곳에서 보냈던 과거의 무게를 힘겨워하지만, 그러면서도 새로운 도전으로 떠날 땐 과감히 떠난다. 어쩌면 바로 그래서 그녀의 새 동네에 이르러 프라바와 아누도 '바로 지금 이 순간'을 누릴 수 있게 된 것 아닐까. 파르바티 덕에 말이다.


삶의 버거움에 휘청거릴 때가 누구나 있다. 그게 일 때문이든 관계 때문이든 말이다. 그럴 때 자체 처방할 수 있는 건 오직 바로 옆의 사람들과 바로 지금 이 순간을 바라보는 것뿐이다. 김종삼 시인의 시구처럼, 어쩌면 그게 이 세상에서 알파이고 또 영원한 광명인 건 아닐까 생각한다. 


tempImagexZPs63.heic <우리가 빛이라 상상하는 모든 것> / 파얄 카파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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