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초보아빠의 육아일기
우리는 30대 후반, 40대 초반의 부부이기 때문에
가능하면 아기를 빨리 낳기를 원했다
최근 비혼과 딩크족도 늘어나듯이 아기를 갖지 않는 선택도 할 수 있었으나
개인적으로는 아이와 함께하는 가정을 꿈꿔왔고
아내도 동의했기에 임신에 대해 계획을 세워야 했다
늦은 나이에 연애를 시작했기 때문에 결혼을 서두를 수밖에 없었고
9개월이라는 짧은 연애기간 중 결혼 준비에 4~5개월을 보냈기 때문에
둘이 함께한 추억이 많지 않았다 (제주도 여행, 스키장, 크리스마스 정도)
그렇기 때문에 신혼기간이 필수였다!
신혼기간이라는 특수한 기간 동안 할 수 있는 일들을 그려보자면
이곳저곳 여행 다니기
어설픈 요리 같이 하고 먹기
함께 취미 즐기기
둘이 같이 할 수 있는 운동하기 (커플 요가 등)
신혼집 인테리어
이런 것들인데 별거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신혼기간이라는 특수성이 더해지면 달달함이 배가 되니까
이때만 누릴 수 있는 거라고 생각했다
게다가 연애기간이 짧았기 때문에 신혼기간을 연애기간의 연장선상으로 생각할 수도 있었다
따라서 결혼 후 고민했던 임신 계획에 대해서는
신혼기간을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었는데
이 신혼기간을 얼마나 가져야 할지가 딜레마였다
신혼기간을 오래 갖자니 노산으로 인한 난임이 걱정이었고
신혼기간을 줄이자니 어쩌면 평생 한 번일 수 있는 가장 달달한 추억을 만들지 못할 것만 같았다
고민 끝에 그래도 6개월의 신혼기간은 필요하지 않을까 해서
이 딜레마의 합의점을 6개월로 잠정적으로 결론지었고
6개월 후 본격적(?)으로 아이를 갖기 위해 노력하기로 대합의를 이뤘다
결혼 전에는 아이 갖는 것이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다행히 주변 친척이나 여동생도 큰 어려움 없이 아이를 건강하게 출산하기도 했고
미혼 친구들이 껴있는 친구들의 모임에서도 결혼/육아에 대한 주제는
오래 얘기할 수 있는 주제가 아니었기 때문에 이 주제에 대해 깊게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게다가 40이 넘었지만 아직 미혼인 친구도 과반수 넘게 있어서 우리에게는 주제 밖의 이야기였다
6개월의 신혼기간 동안 자연스럽게 임신이 되면 가장 이상적이라고 생각했으나
결혼을 하고 나니 주변에서 들려오는 난임, 노산에 대한 걱정은 쉽사리 지워지지가 않았다
생각보다 알게 모르게 이 고민을 갖고 있는 부부가 많다는 것을
결혼을 하고 임신에 대해 관심을 갖고서야 알게 되었는데
나의 경우 늦게 결혼을 하다 보니 더욱 걱정이 되는 상황이 되었다
이 걱정을 얘기한다고 해서 해결되는 문제도 아니라고 생각했고
오히려 얘기하는 순간 부담을 지우는 것 같아서 속으로만 가지고 있었는데
어느 주말 늦은 아침 아내가 갑작스럽게 전한 임신 소식을 얼떨떨하게 들었다
나중에 한 얘기지만 아내도 그동안 임신 테스트기로 확인을 하고 있었고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클 것 같아 확실한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얘기를 하지 않았다고 했다
다행히 큰 어려움 없이 허니문 베이비를 가지게 되었는데
처음 소식을 들었을 때 감격에 겨워 눈물을 흘리거나 환호를 하거나
그러진 않았고 단지 실감이 안 났을 뿐이었다
사실 곧 출산을 앞두고 있는 지금 역시도 실감이 나지 않는데
와이프조차도 실감이 나지 않는다며 만삭의 배를 어루만지고 얘기하는 모습을 보자면
참 비슷한 사람끼리 만나서 부부가 되었구나라는 것을 다시 한번 상기하게 된다ㅎㅎ
결혼 후 1개월 만의 임신소식으로 인하여 찰나와 같은 신혼기간은 끝이 났는데
어차피 코로나 시국으로 여행도 못 가고 체육관에서 함께 운동할 수 없는
반쪽짜리 신혼생활을 즐길 수밖에 없는 거라면
일찍 아이를 갖는 게 더 잘 된 일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코로나를 뚫고 임신한 아이가 이제 정말로 코로나를 뚫고 세상에 나오기 직전이다
한참 활동하기 시작할 돌 이후에는 어서 코로나가 종식되어서
둘이 못다 한 신혼의 달달함을 셋이서 즐길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