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초보아빠의 육아일기
육아는 체력 싸움이라는 걸 익히 들어 알고 있다.
인터넷에서 떠도는 육아 선배들의 경험담이나 짤을 통해서도 쉽게 알 수 있는데 육아를 접해보지 못한 신혼부부 입장에서 그 강도가 과연 어느 정도일까 궁금하다. 인터넷 글이나 지인들의 말에 따르면 그냥 내 시간은 당연히 없어지고 잠도 못 잘 수준이고 항상 피곤에 절여 저 있을 것으로 상상이 되는데. 인생을 살면서 그 정도 강도로 살아본 적이 과연 있을까 싶은 수준이다(군대도 규칙적이지 않은가). 오히려 그런 얘기를 들으니까 어느 정도 대비? 아니 대비라기보다는 내 개인적인 시간에 대해 미리 포기하게 돼버리게 된다. 이게 좋은 건지 나쁜 건지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그냥 죽은 듯 지내는 기간이라고 생각하는 게 마음이 더 편하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마지막에 얘기하는 건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무 예뻐'라는 말이 딱 하나의 위로가 된다.
그렇다면 나의 체력은 어떨까? 어렸을 때는 허약 체질이었고 청소년기에는 체력장 3~5등급에 오래 달리기는 뒤에서 순위를 다툰 것으로 보아 체력이 좋은 편은 아니었다. 성인이 된 이후는 간간히 운동을 해서 그런지 다행히도 러닝 속도도 매년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크게 아파본 적도 없고 수술을 해본 일도 없고 감기도 잘 걸리지 않은 것으로 보아 약한 체질은 아닌 것 같다. 가급적이면 운동은 지속적으로 하려고 하는데 회사 다니면서 운동을 하기가 쉽진 않지만 체력과 몸 관리를 위해서 노력해오고 있었다. 하지만 코로나 시대에 접어들면서 헬스장에서 운동하기가 불가능하게 되자 홈트로 전환을 해야헀다.
홈트로 웨이트는 할 수 없고 스쿼트, 크런치, 푸시업, 아령 운동 정도의 루틴으로 하는 정도였다. 일주일에 2~3회 정도로 체력 유지 정도로만 하고 있었는데 어느 날인가 오른쪽 어깨가 뻐근해지더니 팔저림 현상도 동반하고 손목도 아픈 것이 심상치가 않았다. 게다가 휴게소에서 음식을 잘 못 먹어서 그런지 몸에 두드러기도 발생하고ㅠㅠ. 어깨는 아프고 두드러기도 나고 내 나이 40 초반에 처음 겪어보는 증상이라 예전 같았으면 무시하고 그냥 넘어갈 것을 바로 병원에 가보기로 했다. 무엇보다 곧 출산할 아이가 있지 않은가!
40대가 되면서 처음 느껴보는 몸의 변화였다. 이제 나도 노화를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적어도 나에게는 인생의 큰 사건이 되었다. 나는 평소와 다를 바 없이 생활했는데, 나는 아무 잘못한 게 없는데 노화가 덜컥 찾아오는 것 같아 억울했다. 그리고 슬펐다. 앞으로는 이런 일들이 더 많아질 텐데... 이런 식으로 병에 걸리게 된다면 어떤 기분일지 조금이나마 상상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아이가 자라서 한창 놀아줄 시기가 되면 나는 40대 후반이 될 것이다. 우리 아기에게는 슈퍼맨 같은 아빠가 되고 싶은데 40대 후반의 슈퍼맨이라니... 잘 매치가 되지 않는다. 평균적인 아빠만이라도 되고 싶다.
나의 어렸을 적을 생각해보면 주말이면 어딘가로 자주 놀러 갔던 기억이 있다. 놀러 간 곳에서 하도 많이 걸어서 다리가 아파 잠을 설쳤던 적도 부지기수였다. 구체적으로 생각나지 않지만 집이 아닌 새로운 장소에서 사람들을 만나고 밥을 먹고 어떤 때는 지루해하고 신나게 놀았던 기억이 좋았고 아직까지 내 기억에 남아있는 것으로 보아 좋은 추억임에 분명하다. 아버지의 성향이 사람 만나는 걸 좋아하는 성격이기도 했는데 그럴 때는 본인 혼자 가시는 게 아니라 가족을 대동했다. 그 시절의 아버지의 나이와 내 나이를 비교할 순 없지만 그런 일들도 다 체력을 요하고 에너지를 쏟아야 하는 일이다. 내가 그런 에너지가 없다면 주말에는 누워서 티비만 보거나 자고 있을 텐데 내 아이에게 그런 모습보다는 많은 곳을 다니고 즐거운 추억을 만들어주고 싶은 바람이다. 내가 그렇게 자라왔으니까.
아이와 잘 놀아주고 추억을 만들어 줄 수 있는 아빠가 되기 위해서는 체력과 건강 관리를 더 열심히 해야겠다고 다짐한다. 구체적인 계획을 해보자면 술 줄이기, 몸무게 유지, 식단 관리하기, 운동(홈트) 2~3회 하기(육아 중에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ㅠ)로 세우고 다시 실행할 계획이다. 큰 목표를 잡는 것보다는 작은 목표를 잡고 꾸준히 하는 게 중요할 것 같아서 새로운 기구를 들이거나 육아기간 중 헬스장을 끊는 무모한 짓은 생각해보지 않았다.
병원에 가서 찍은 엑스레이, 초음파 결과는 정상이었다. 다행히 특별한 증상은 발견되지 않았다. 집에서 잘못된 방식으로 아령 운동을 해서 그런지 어깨 쪽에 무리가 가서 그런 것 같았고 증상은 조금씩이지만 나아지고 있었다. 아기 출산 전까지 회복을 해서 다시 운동을 시작하고 체력을 만들어서 아기를 든든하게 번쩍 안아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