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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주아빠 May 20. 2018

때론 액션 배우처럼, 때론 스타 성우처럼


딸이 2살반쯤 됐을 때부터 5살 반 될 때까지 3년 동안 열정 듬뿍 담아 그림책을 읽어주었습니다. 모험 이야기로 가득한 그림책을 읽을 땐 액션 배우처럼 과장된 동작과 흥분된 말투로, 감수성 촉촉한 그림책을 읽을 땐 낭송회에 등장한 시인처럼 차분한 표정과 낭랑한 목소리로 또 주인공이 여럿 등장하는 그림책을 읽을 땐 혼자서 1인 5역쯤은 가뿐히 해내는 스타 성우처럼 갖가지 톤과 다양한 표정으로 그림책을 읽어주었어요.


물론 그림책 전문가들의 이야기는 좀 다릅니다. 살짝 높은 톤으로, 조금 과장된 연기로, 여러 목소리를 연기하며 그림책을 읽어주는 건 2~4세 아이들 정도에게만 도움이 된다고 해요. 그 나이가 지나면 조용히 한 톤으로 읽어주는 게 더 좋다고 하고요. 차분한 낭독법이 이야기에 대한 집중력도 더 높여주고 아이 스스로 상상할 수 있는 여지도 더 많이 안겨준다는 거죠.  


그래도 제주아빠는 5살 반 때도 여전히 매일 밤마다 에너지 넘치는 동화 구연 선생님으로 변신했답니다. 무엇보다 아빠의 그런 모습을 우리 딸이 참 재밌어했거든요. 여기에 이야기도 분명 더 생동감 넘치게 들려줄 수 있고요. 


어차피 5살이든 6살이든 7살이든 조금 빠르거나 늦을 뿐, 아이가 혼자서 책을 읽고 싶어하는 때가 분명 다가옵니다. 그때부터는 읽어주고 싶어도 빠져줘야 하거든요. 그래서 그날이 올 때까지 목 아프고 몸 아파도 사랑과 정열을 다해 읽어주자 마음먹었답니다.    


물론 아이가 5살이 넘은 상황에서 처음 그림책을 읽어주려 하신다면 전문가의 의견을 따르시는 게 더 좋을 수도 있어요. 제 생각엔 처음 한 달 정도만 또는 하루에 한 권 정도만 동화 구연 선생님처럼 읽어주시면 어떨까 해요. 이미 이야기만 재밌으면 바로 귀를 쫑긋 기울일만한 나이니까요.   




또 그림책은 말 그대로 '그림'책이잖아요. 그러니 글보다는 그림에 더 관심을 갖게 해주셨으면 해요. 동화 구연 선생님들은 그림책의 내용을 다 외워 오신다고 하더라고요. 아이들을 그림 속으로 더 바짝 끌어들이기 위해서요. 


글은 좀 설렁설렁 읽어주셔도 된답니다. 모든 문장을 다 읽어줄 필요도 없고 글이 너무 길면 확 줄여 읽어주셔도 돼요. 한 페이지에 너무 오래 머물면 아이들은 금세 지루해하거든요. 간혹 그림책 본문 글을 한 글자씩 집어가며 읽어주는 부모님도 계시던데 그건 제발 피하셨으면 좋겠어요. 그림책은 한글 교재가 아니거든요. 자칫 아이들이 그림책 시간을 힘든 공부 시간처럼 느낄 수도 있답니다.   


그림책은 귀로 이야기를 듣고 눈으로 그림을 만나는 시간이랍니다. 그러니 아이가 그림에 집중하고 발견하고 상상할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마치 '보물찾기'에 나선 것처럼요. 표정, 배경, 소품에 대해 함께 얘기도 나누고 색감, 기법, 구도도 찬찬히 살피게 해주세요. 그렇게 재밌게 그림 탐험에 나서도록 도와주세요. 




아이와 그림책을 연결해 주는 것도 참 좋답니다. 그림책 읽어줄 때 주인공 이름을 딸 이름으로 바꿔 읽어주곤 했거든요. 아니면 주인공 이름을 우리 딸이 새로 정하게 하거나요. 그랬더니 그 책에 대한 아이의 집중도가 더 확! 높아지더라고요.  


그림책 속 주인공과 대화도 나누게 해주세요. "요 꼬마 친구가 이 책의 주인공 제임스래. 우리 인사 한번 건네볼까?" 그럼 우리 딸 손을 흔들면서 "안녕. 반가워~"라고 얘기하곤 했답니다. 그러다 중간에 주인공 목소리를 흉내 내서 또 한 번 딸에게 물어보는 거죠. "이거 분위기가 싸한데? 혹시 다음 페이지에 뭔 일 터지나?" 그럼 또 우리 딸 "무서운 악어가 기다리고 있어! 얼른 도망가~" 이렇게 책 속으로 쏙! 빠져들어 가더라고요. 이렇게 이야기에 살을 붙여 아이가 스스로 참여하는 시간을 만드는 것도 재밌게 책 읽는 방법이더라고요.  




마지막으로 한 가지만 더. 간혹 그림책 읽어주시면서 또는 그림책 한 권을 다 읽어주신 다음 아이에게 이런저런 질문을 건네시는 부모님들도 계신데요. 물론 이런 질문들이 아이의 상상력이나 논리력 또는 표현력을 키우는데 도움이 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 해도 너무 많은 질문을 안 하셨으면 해요. 아이가 그림책 읽는 시간을 마치 힘든 시험 시간처럼 느낄 수도 있거든요. 


질문 안 던지셔도 됩니다. 그냥 함께 그림책 읽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해요. 그래도 꼭 물어보고 싶으시다고요? 그럼 하루에 한두 개 정도 질문만요. 아이 스트레스받지 않을 정도만요.     


자, 지난 시간엔 그림책 시간표를 짜 봤고 이번 시간엔 그림책 읽어주는 방법을 살펴봤습니다. 그럼 이제 그림책만 있으면 바로 시작할 수 있겠죠? 아, 집에 그림책이 좀 있다고요? 그 책들은 언제라도 볼 수 있으니 새 그림책 빌려오자고요. 어디서요? 그야 당연히 도서관에서죠. 그럼 다음 시간엔 도서관과 그림책 이야기 들려드릴게요. 



blog.naver.com/jejudaddy



<제주아빠의 그림책 사용설명서> 연재 계획


프롤로그 | 딸에게 읽어준 그림책만 4,000권!


01. 그림책 담당, 가족 대표 선발전!

02. 엄마? 아빠? 당첨을 축하드립니다   

03. 스스로 만드는 그림책 시간표

04. 때론 액션 배우처럼 때론 스타 성우처럼 

05. 고마운 도서관, 게다가 무려 공짜!

06. 그림책 고를 땐 상상력과 감수성

07. 부모가 먼저 읽기, 효과가 어마어마! 

08. 질문이 많아지면 그림책이 싫어져요 

09. 전집 대신 소고기를 사주세요

10, 학습만화, 우리 약속 하나 할까?

11. 조바심 금물, 수학&과학 그림책

12. 영어 그림책은 공부 NO, 재미 YES! 

13. 위대한 위인전? 위험한 위인전!    

14. 그림 없는 그림책, 작가 데뷔 깜짝 찬스 

15. 혼자 읽기 시작하면 한발 뒤로 쓱~ 


에필로그 | 그림책 미션, 첫 마음을 기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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