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차와 말차의 차이를 잘 모르겠어요. 사실 저는 여태 녹차랑 말차가 똑같은데 기분 따라서 초록색 강조하고 싶으면 녹차라고 하고 일본에서 온 차 느낌 내려면 말차라고 하는 줄 알았어요."
"약간 IPA처럼요? 저는 그게 라거랑 똑같은데 해외에서 온 느낌 내려고 IPA라고 하는 줄 알았거든요. “
"그러니깐요! 약간 부끄러워지는데, 무슨 그냥 커피와 티오피마냥 얘기하고 있네요!"
동기와의 대화에서 서로 웃음을 터트렸습니다. 녹차와 말차가 정확히 어떻게 다르냐는 그녀에게, 저는 맥주는 몰라도 차는 조금 아는 본업의 관성에 휩쓸려 본업이었던 적 없는 녹차학과 교수님처럼 개념적인 설명을 늘어놓기 시작했습니다.
한마디로, 녹차와 가루녹차와 말차는, I my me mine 같은 거라고. 본질적으로는 다 같다고 할 수도 있고, 맥락에 따라서 다르다고 할 수도 있다고.
1. 녹차란 무엇인가
원래 차는 '차나무'의 잎을 말합니다. 여기서 '차나무'는 식물의 한 종류고요. 허리정도까지 자라고, 매해 새로운 잎이 지고, 봄에 다시 푸르게 나는.
학명으론 '카멜리아 시넨시스'라고 하는데, 카멜리아가 동백꽃이라는 걸 눈치채셨다면, 정체를 알아차리기 쉬워집니다. 차나무와 동백나무의 생김새는 실제로 자매처럼 닮았습니다. 차나무꽃은 동백꽃보다는 크기가 작으며 하얀색입니다. 동백꽃처럼, 차나무도 겨울에 꽃을 피웁니다.
야생 상태에선 산 중턱의 돌더미 같은 곳의 틈새에 나무처럼 자라기도 한다는데, 인간에게 재배되는 상태에서의 차나무는 허리정도까지밖에 자라지 않는 수풀 같은 모습입니다. 차나무의 생김새를 잘 익혀두면 한국에서도 야생 차나무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저는 전라남도 강진군의 월출산에 다산초당 올라가는 산책길에서 보았습니다.
이 차나무의 잎을 따서 물에 우리면 차가 되는 것입니다. 물론, 실제로는 그렇게 간단하진 않은 공정 과정을 거쳐야 비로소 녹차 맛이 나기 시작합니다. 싱긋한 찻잎을 나무에서 딴 그대로 물에 우리면, 떫은 생풀맛만 납니다. 하지만 이럴 땐, 소주에 우려 보십시오. 우리 회사에선 옛날부터 내려오는 '차 소주'인데, 봄철에 작게 핀 사랑스러운 새순을 살짝 서리하여 주머니에 넣고 다니다가, 저녁즈음 소주잔에 담그면 차향이 배어 나와 아주 향긋한 별미가 된다는 전설이 있습니다.
다시 얘기로 돌아오면, 차는 영어로는 cha, tea, chai 등으로 표현되는데, 다 같은 차나무 잎을 말합니다. 그뿐만 아니라, 녹차, 홍차, 백차, 말차도 모두 같은 차나무의 잎에서 만들어집니다. 전자는 유럽 상인들이 아시아에서 찻잎을 수출할 때 교류했던 지역의 방언에 따른 이름 차이, 그리고 후자는 가공에 따른 여러 맛과 색의 차이로 그 종류가 파생된 겁니다.
2. 가루녹차란 무엇인가
설명에 속도를 내보겠습니다. 가공된 차나무 잎을 물에 우려서 마시는 것을 침출차라고 하겠습니다. 우리가 흔히 아는, 몇 분 간 뜨거운 물에 우리고 빼내는 티백 형태의 녹차가 여기에 포함됩니다. 그와 다르게 이 차나무 잎을 갈아서 물에 타면, 가루차입니다. 침출차는 찻잎에서 우러나온 수용성 성분만 섭취하는 것이고, 가루차는 찻잎을 통째로 섭취하는 차이가 있다는 점을 기억하면, 가루 녹차가 더 영양소가 풍부하고, 맛도 색도 더 진하다는 점을 기억할 수 있습니다. 같은 재료지만, 섭취 방식에 따라 보리차와 미숫가루의 같은 큰 차이를 만듭니다.
3. 말차란 무엇인가
이 가루녹차는 다른 말로 말차입니다. '분말'에 쓰는 한자 가루 말(末)을 사용한, 가루녹차의 또 다른 한자식 이름입니다.
4. Matcha란 무엇인가
영문 표기로 자주 보이는 matcha는 말차의 일본어식 발음을 영문으로 옮긴 형태입니다. 찻잎을 가루 형태로 분쇄한 가루 녹차는 한국어로 말차(抹茶), 일본어로 맛차(抹茶, まっちゃ), 영문으로는 matcha로 가장 흔하게 표기합니다.
그렇다면 말차를 영어로 malcha라고 표현해도 틀린 것이 아니지 않냐며 동기가 질문합니다. "네가 그냥 matcha라면, 이 가루녹차는 malcha야"라고 하는 광고를 만들면, 일본의 색채를 지우고 한국 차의 고유성을 드러낼 수 있을 것 같다고 합니다. 틀리진 않습니다.
맛차라고 표현하면 의도엔 없는 ‘더 맛있는 차’로 들릴 탓에, malcha라고 표현하면 어딘가 나쁘게 들릴 탓에(*접두사 mal-은 나쁘다는 의미) 우리는 말차와 matcha에 정착했을지도 모릅니다. 이름의 혼용과 그로 인한 혼란에 대해 이 녹차학과 교수가 대신 사과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