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블랙페이스가 논란이다.
여기는 내 생각 쓰는 곳이니 거두절미하고 나의 생각부터 말하고 싶다. 고등학생들이 잘못한 거 맞다. 샘 오취리가 맞다.
샘 오취리가 한 말이 맞을 뿐만 아니라 그것을 지적한 행동까지 맞다.
2년 전 생각이 떠오른다. 당시 <프로듀스 48>이라는 프로그램의 인턴 PD였다. 나는 방영 전 편집 중인 첫 화를 보게 되었고, 다음날 담당 PD에게 이런 쪽지를 건넸다.
전광판에 ‘블랙 팀’이 뜬 직후, 한 연습생이 “(블랙이) 우리 얼굴색”이라는 말을 합니다. 자신의 어두운 피부 톤에 대한 자조 섞인 반응이며, 타인종에 대한 차별적 의미가 전혀 없는 맥락임은 분명합니다. 그럼에도, 방송에 담기에 적절한 내용인지 고민이 됩니다.
피부를 ‘블랙’이라는 색으로 지칭하는 것 자체가 인종주의를 연상시킬 수 있으며, 세계적으로는 금기이기 때문입니다. 역설적이지만, 인종차별적 언어에 대한 무지가 인종차별을 표현하기도 합니다. 하여 그 의도가 결백할지라도 받아들이는 해외 시청자들에게는 마음이 불편할 수 있는 대목입니다.
공들여 만들어놓은 프로그램에 지적질하는 인턴. 주제넘다고 할 수도 있겠다. 좋게 보이지 않았던 거 같다. 제언은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PD는 다만 “딱 봐도 그런 의도가 아니지 않냐”라고 했다. 예상한 결과였지만, 그래도 난 그 편을 택했다.
누군가는 잘못됨을 짚어내야 한다. 차별은 누구에게나 배워야만 아는 영역이기 때문이다. 그게 인종차별이건, 성차별이건, 노인차별이건 뭐건. ‘역지사지’라는 말이 있지만 실제로 우리는 타인으로는 한순간도 살아보지 못한다.
각자의 가치판단으로 대체하는 영역이 아닌, 제아무리 뛰어난 공감 능력이나 판단력을 가진 사람도 너나할것없는, 모두가 배우는 영역. 배워야만 하는 영역. 우리를 가르치기에 샘 오취리만큼 제격인 사람이 또 있을까. 방송 활동을 하며 애국(?) 발언으로 여러 번 화제가 된 그다. 그는 한국을 사랑할 뿐만 아니라, 오랫동안 먼저 한국을 배웠다.
한낱 인턴이었던 나보다 더 많은 용기가 필요했을 테다. 그래서 더욱 샘은 고등학생들에게 훌륭한 선생님이 되었을 것이다. 몹시 엉뚱하고도 아쉬운 전개로 인해 샘은 대신 사과를 했다.
차별은 배우지 않고는 무지한 영역임을 인정하지 않는 사람들은 늘 같은 말을 한다. “그런 의도가 없었다”는 말로 자신의 가해 행동을 가벼이 만드는 것만큼은 배우지 않았으면 좋겠다.
나는 또 2년 전처럼 지적을 삼갈 수 없어 이 글을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