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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문자cho Sep 09. 2019

좋은생각 10월호에 글이 실렸어요

제목은 '아빠의 편지' 부상은 안마기!

두 달 전쯤 우연히 ‘좋은생각’ 홈페이지에 들어갔다가, 글이 채택되면 선물을 준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사진 속 안마기가 너무 좋아 보여서 얼른 주제에 맞는 글을 써서 응모했습니다. 바로 아래 글입니다.


좋은생각 10월호에 제 글이 실렸습니다. 부득이하게 조금 다듬겠다고 하셨는데, 예상했던 것보다 많이 다듬어주셔서 읽는 재미가 있었습니다. 예쁜 삽화까지(!) 넣어주셔서 감동도. 55쪽에서 볼 수 있답니다.


대망의 안마기는 아주 잘 돌아갑니다. 몸 구석구석(등, 배, 팔, 종아리…)에 대봤는데, 목이 제일 시원합니다. 야호!


(제 컴퓨터에 있는, 윤문 되기 전 버전입니다.)

제목: 아빠의 편지


    반투명 비닐에 든 두둑한 종이뭉치. 부모님과 살던 집에서 첫 자취방으로 이사하던 날, 엄마가 나에게 그런 걸 건네주었다. 그동안 너 크면 주려고 모아두셨단다. 통장 꾸러미였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러나 마흔 통쯤 되는 육필 편지였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우편함 속 내용물을 살피던 엄마가 “이건 네 거”라며 건네던 봉투들이 흐릿한 기억 저편에서 떠올랐다. 일곱 살 된 나에게 도착한 우편물은 다름 아닌 아빠의 편지였다. 발신지는 늘 아빠의 사무실. 아빠는 출근 후 자주 집으로 편지를 쓰셨다.


    99년의 어느 하루는 아침에 딸아이 잠자는 모습을 둘러보지 못하고 나온 게 후회되셔서, 다른 하루는 딸아이에게 훌륭하다는 칭찬을 듣고 너무 힘이 나서. 어느 봄 날엔 아빠가 자기보다 천국에 먼저 가기 때문에 얼마나 좋겠냐는 썰렁한 논리를 듣고 일하다가 피식피식 웃음이 나서. 어느 학예회 날엔 수많은 아이들 가운데서도 당신의 시선이 집중되는 딸아이의 모습이 마치 ‘가시밭에 핀 백합화’ 같아서 쓰셨다. 그런 오글거림과 풋풋함을 넘나드는 편지들이었다. 작은 미소를 띠고 담담하게 추억을 펼쳐 보는데 코끝이 자꾸 시큰해졌다.


    귀여운(?) 어린 시절과 더불어 나의 과거 만행들이 속속히 밝혀졌다. 2010년엔 얼마나 엄마의 마음을 아프게 했는지, 그걸 지켜본 아빠는 마음속으로 얼마나 굵은 눈물을 흘렸는지. 아빠를 줄곧 행복하게 해 주었던 딸아이는 어째서인지 격렬히 반항했고, 불행하다고 외쳤고, 친구들에게 상처를 받고 또 상처를 주었다. 아빠는 그때마다 장문의 편지를 쓰셨다. 순종에 대하여, 덕성에 대하여. 세상의 풍부함과 빈약함에 대하여, 세상을 살아가는 올바른 힘과 자질에 대하여. 그것을 가르쳐주고 키워주고 싶은 아비의 마음이, 그러나 다그칠 수도 없고 당장 이해하도록 설명할 재간도 없는 번민과 걱정이 한 글자 한 글자에 담겨있었다. 결국, 아빠의 예언대로, 스스로의 힘으로 살아가야 할 날이 오고, 엄마와 아빠를 부모라기보단 하나의 사람으로서 이해하는 날이 왔다는 사실에 가슴이 자꾸 먹먹해지는 게 터질 듯 아려와서 힘을 빼고 눈물을 쏟아버렸다.


    아빠의 젊은 시절과 나의 어렸을 시절 이야기는 나의 발자취를 드러내며 나의 불완전함과 마주하게 한다. 그렇게, 내가 누구인지 상기시켜준다. 둥지에서 벗어난 나를 여전히 훈련시키는 길잡이이고, 타인이 앗아갈 수도, 잠깐의 헛디딤에 놓칠 수도 없는 내면의 힘을 주는 속삭임이다.



이 소녀가... 전가요? (파닥파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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