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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니 May 28. 2021

'프레임 게임'이 되어버린 머니게임

[주간단상] 단조로운 일상(Yawny Routine) 5월 4호

지난주에는 내내 머니게임 영상만 보고 지냈다. 아니 이거 왜 이렇게 재밌는거죠?

두뇌게임이나 서바이벌 같은걸 좋아하지는 않는데 회사 대표H님과 슈카횽까지 언급하길래 한 번 보려고 들어갔는데, 일단 유튜브 '그것을 알려드림'을 만들던 진용진씨가 기획한 콘텐츠여서 1차 놀랐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머니게임은 '룰대로 진행되지 않았기 때문에' 이슈몰이가 더 잘 된 것 같다. (누구도 그걸 의도하거나 반가워하진 않는 것 같지만...) 만약 참가자들이 설계대로 충실하게 돈이라는 조건만 생각해서 행동했다면 지금처럼 [재미]있었을까.

머니게임의 의도는 모든 요소를 다 제외하고 돈이라는 기준만 인간에게 주어졌을 때 그들은 어떻게 행동하는지를 보고싶었으나, 실제 결과는 '모든 요소를 다 제외하고 돈이라는 기준만 주어진다'는 전제를 성립시키는게 어렵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 같다.


이번 콘텐츠를 보며 인상깊었던 것은, 마이너일 때와 메이저일 때 대중들이 반응하는 민감도가 너무나도 다르다는 것이다. 과거 마이너일 때 별 문제되지 않았던 사실들이(예를들면 언행이나 인성같은 것들) 메이저 판으로 나와 몰매를 맞는 걸보며, 왜 유명해지고 대중의 이목이 쏠릴 수록 말을 아끼고, 보수적인 행동을 하는지 비로소 이해가 되었다. 과거에는 배우나 정치인들이 본인과 관련된 이슈에 대해서 시원한 대답을 내놓지 않는게 답답하고 그러한 미온적인 태도가 오히려 문제를 악화시키는게 아닐까 생각했는데, 너무 작은 말 하나까지도 이슈가 되다보니 최대한 거르고 정제하고, 색깔과 주장을 빼고 무난한 것들, 대중적으로 통용되는 것들만 내놓게 되는게 아닐까.

나 역시도 어떤 글을 쓰든 별 파급효과가 없기 때문에 소재와 내용을 원하는대로 자유롭게 구상하지만, 만약 내가 쓰는 글 하나하나에 우르르 댓글이 달리고 2차 콘텐츠까지 생산된다면, 나는 무서워서 한마디도 못 쓸 것 같다.


그동안 유명인에 대한 많은 이슈들이 있었지만 유독 이번 논란이 나에게 더 크게 느껴지는 이유는, 도마 위에 오른 인물들의 날것들-예전 영상이나 사생활들-이 갑자기 메이저가 되어버린 지금까지도 그대로 노출되어 있기 때문인 것 같다.(혹은 원래 이런 류의 이슈는 항상 이와 같은 매커니즘이었는데, 내가 처음으로 이런 문제에 관심을 가진 것일 수도 있다.) 마이너 시절 그들의 모습을 보면 나만큼이나 엉성하고, 편파적이고, 개인적인데. 미처 준비 없이 발가벗고 대중 앞에 선 느낌이랄까.


미디어에 비추어지는 모습들로만 특정인의 행실과 인성을 모두 알 수도 없다고 생각하거니와, 그로 정의된 프레임은 진실과 퍽 다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말 그대로 특정 이미지를 가두어 놓는 '프레임'일 뿐이니, 많은 이해관계와 변수로 이루어진 사건과 인물을 어떻게 정확하게 정의하겠는가. 그렇기 때문에 나는 극도의 비난을 받고있는 인물도, 그에 반해 엄청난 추앙을 받고 있는 인물도 모두 대중 앞에서 까딱하면 한마디 말로 인해 '나락'과 '극락'을 오갈 수 있는 아슬아슬한 외줄타기를 하고있는 느낌이 든다.


이런 살벌한 현상을 해결하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남의 일에 너무 감정 싣고 발언하는 것을 지양하는건 어떨지. 너무 정 없다고 느껴질 수 있지만, 스몰브라더의 시대에는 이것이 미덕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모든 개인이 발언권을 가지게 된만큼, 그것이 모여서 누군가에게는 감당할 수 없을 중론이 될 수 있으니. (아, 정치나 제도에 대한건 남의 일이 아니니 제외)



[주간단상] 단조로운 일상(Yawny Routine) 5월 4호

21년 5월 17일 - 5월 23일의 기록

브런치에 올리기엔 잡스럽지만 블로그에 올리기엔 쓸데없이 진지한 것들의 모음집.


실은 요즘엔 아무 글도 쓰기가 싫다. 끊임없이 어질러지는 내 생각, 내 감정을 정리하고 싶지가 않아. 뭐랄까, 한 번 대청소를 하고 부지런히 관리하고 있었는데 집에 비가 샌다는 걸 알아버렸을 때의 의욕상실이랄까. 정리하면 뭐하나. 어차피 비오면 또 엉망이 될 것을.

그래도 물바다에서 살 순 없으니, 힘 닿는데까지 정리해보아야지.


신혼집들이

지난번 결혼한 친구의 집들이에 갔다. 남편이 집에 없어서 우리끼리 맛있는 것도 먹고 편하게 수다도 떨수 있어서 '오히려 좋아'. 친구가 결혼을 했으니 이제 우리와는 조금 다른 인생 무대를 살게될거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눈 앞에 놓인 고민들은 다들 비슷비슷하다. (예를 들면 주식?)

우리는 서로 결혼은 할 수 있을지, 혹은 이 결혼을 잘 한건지 불안감에 대한 속마음을 이 날 조금은 꺼내보인 것 같다. 그런데 사람이라는게 진짜 웃기지. 이전까지만해도 마음이 너무 힘들었는데, 나와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는 이들이 주변에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마음이 조금은 편안해졌다. 남의 불행으로 나의 평안을 얻은 것 같아서 미안하지만, 나만 이런게 아니라는 위로를 받은 것 같아서.


반려식물 시장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회사 사람들과 종종 앞으로 확장할 사업 모델에 대해 이야기하곤 한다. 그러다가 요즘 반려동물 시장이 엄청 성장했다는 이야기가 나왔는데, 나는 그럼 더 나아가서 앞으로 반려식물 시장은 어떨 것 같은지 물었다.

대표 H님은 시큰둥 했는데, 가게 앞에 화분들이 주르륵 나열되어있는걸 보고 '어, 이게...?'하고 흠칫했다-는 나만 재미있는 이야기.

그나저나 반려식물 시장은 정말 어떠려나. 나는 공간경험에 대한 가치가 높게 평가되고, 집을 가꾸는데 소비가 들어날 수록 반려식물 시장은 앞으로 발전할 것 같은데.


달달한(?) 배당금

내가 가장 세게 물려있는 삼성전자로부터 배당금을 받았다. 웃어야할지 울어야할지...


영상의 세계는 어려워...

석가탄신일, 남친몬과 나는 한남동에 갔다. 내가 요즘 영상을 배우고 싶다고 했더니 자기도 그렇다길래, '그럼 브이로그부터 시작해볼까?' 라고 해서 시작된 촬영지옥. 그러나 습관은 무섭다고, 사진각은 잡겠는데 영상각은 영 못 잡겠더라.


진짜 <편두통 보고서>

예전에 다른 독립서점에서 만났던 책인데, 사운즈한남 스틸북스에서 또 만난 올리버 색스의 '편두통'. 이 책의 첫 부분에는 편두통 기록에 대한 내용이 인용되어 있는데, 그 묘사가 너무 생동감이 넘쳐서 읽기만해도 없던 편두통이 생길 것 같았다. 까딱 잘못했다간 3일을 날릴 수 있기 때문에 얼른 책장을 덮었던 기억이.... 그래서 편두통의 은밀한 위로는 대체 뭐죠? 누가 결론만 알려주실 분.

(사실 내 <편두통 보고서> 도 그 기록의 스타일을 빌려서 썼다.)


당사의 장점은 아름다운 야경입니다(?)

이사한 사무실의 옥상 야경. 아, 아름답지 아니한가.

근데 이 시간에 어떻게 사무실 옥상을 찍었냐고? 아 잠깐. 눈물이...


쳇 베이커

내 유튜브 알고리즘이 좋아하는 종목 중 하나는 플레이리스트인데, 쳇 베이커가 뜨길래 들어가봤다. 이전에 '쳇 베이커 음악은 아름답지만, 그의 허무주의적인 사상이 진하게 묻어있어서 오래 들으면 위험하다'라는 내용의 댓글을 봐서 왠지 3분 이상 못 듣겠지만 궁금하기는한 쳇 베이커. 마치 선악과와 같은 느낌이랄까. 본투비블루를 꼭 추천하길래 일단 캡쳐를 해 놓았으나, 아마 사진첩 속  많은 책 표지들처럼 이 영화 역시 안 볼 가능성 99.9%... 재알못이라 죄송합니다.


귀사의 뛰어난 역량에 대해 알 수 있었지만, 아쉽게도 저와는 맞지 않아 함께하지 못할 것 같습니다.

지난주까지 회사에서 신규직원을 채용하고 있었는데, 대표 H님이 구직자들에게 연락처 공개 요청을 보낼 때 담당자를 내 연락처로 설정해놓았더니 자꾸 나한테 알림이 온다. (솔직히 공개 거부가 더 많다)

알림이 오면 나의 반응은 이렇다.

1. 사람인 연락처 공개? 어떤 회사에서 내 연락처를 요청하나?(헤헷!)

2. 아 뭐야, 회사 계정이네.

3. (거절이구나) 왜...차였을까...


항상 구직자의 입장이어서 몰랐는데, 막상 채용을 해보니 구인 역시 만만치 않음을 느낀다.

우선 회사에 대한 소개도 지원자에 대한 탐색만큼이나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구직할 때는 매우 중요하게 체크했으면서도) 자꾸 잊는다.

그리고 질문의 질에 따라 면접의 질이 달라진다는 것. (나도 그랬듯이) 면접자는 면접관이 면접을 진행하기를 기대하고, 웬만하면 적극적으로 이야기하거나 질문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회사에서는 사전에 (현업이 너무 바쁘다는 이유로) 면접 준비를 제대로 하지 못하고 들어가면 그 면접은...망하는거다.


이월로스터스, 책방 무엇보다

내가 너무너무 사랑하는 이월로스터스. 그냥 이 공간을 통째로 가지고싶다. 아무도 못오게하고 나만 있고싶어!!!

그리고 갑자기 장류진 작가 <달까지 가자> 가 당장에 너무 읽고싶어져서 근처 독립서점 검색해서 알게된 '책방 무엇보다'. 다행히 달까지 가자 책이 있어서 살 수 있었다. '어른이 되어 그만둔 것'이라는 책도 사고싶었는데, 괜히 센치해질 것 같아서 일단은 pass. 난 아직 덜 자란 청춘이고싶다~


달까지 가즈아

진짜 오랜만에 시간가는 줄 모르고 미친듯이 몰입해서 책을 읽은 것 같다. 장류진 작가님 진짜 넘 좋아해요...

"걱정 마. 우리 저기까지 갈 거잖아." 라는 말에 왈칵 눈물이 났다. 허무한 말이기 그지없는데 왜 그렇게 마음을 울리는지. 누가 나한테 그렇게 말해줬으면. 아, 코인 추천은 안받아요^^;


<달까지 가자>에 대한 감상평은 요기에

https://brunch.co.kr/@yawnyroutine/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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