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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니 Jun 13. 2021

꽃다발의 기능

[주간단상] 단조로운 일상(Yawny Routine) 6월 1호

몇 주간 연애사업에 심각한 위기가 있었다. 누가 나는 더이상 사랑노래를 듣지 않는다고 했었나. 역시 플래그는 함부로 세우는게 아니다. 지난 한 달 동안 나는 사랑노래만 들었다.


선생님은 학생들에게 묻는다.

'여러분, 우리가 평소에는 자각하지 못하지만 없으면 소중함을 깨닫게 되는 것들에는 뭐가 있을까요?'

그렇다면 아이들은 이렇게 대답할 것이다. '공기요!' '건강이요!' '가족이요!'

그러면 나는 거기에 난입해서 이렇게 말하겠다. '오래 사귄 연인이요!'


오래 사귄 연인의 포지션은 정말 애매하다.

가장 가깝고 서로를 잘 알지만 결코 가족은 아니다. 언제든 말 한마디로 끊어낼 수 있는 관계. 그런데도 서로는 그 소중함과 위태로움을 종종 잊고, 안일하게 굴다가 위기를 맞는다. 그렇게 서로의 존재에 대해 경각심을 깨우치고 나면 다시 우리의 시간을 이전으로 돌린다. 계속 이렇게 하다보면 똑같은 반복만 될지, 다른 미래를 맞이하게 될지 모를 일이다.


지금 내 책상에는 화해 후 받은 꽃이 놓여있다.

연애 위기 때마다 아름다운 과거를 떠올리는 '궁상의 주마등'에 꼭 포함되는 몇 장면이 있었다. 궁상의 주마등이란, 이별 앞에서 아름다웠던 과거를 떠올리며 이제는 끝나버린 관계를 애도하는 시간이다.

주마등 안에 포함되는 장면 중 하나는 어느 일요일 햇볕이 잘 드는 카페에서 그가 뜬금없이 작은 꽃다발을 사온 날이었다. 당시에는 '기분은 좋은데...갑자기?'하며 얼떨떨한 마음이 들었었는데, 회상할 때는 '사랑이 머무를 때 깨닫지 못했던 나'라며 자책하는 장면이었다. (감정이 과잉된 상태임을 감안하도록 하자)

그런데 이렇게 또다시 꽃을 받음으로써 새로운 주마등 장면이 추가되었다.


막상 꽃을 받았던 순간은 행복했지만, 이후로 딱히 꽃을 계속 들여다보거나 가꾸지는 못해서 지금은 다 시들어버렸다. 일주일을 채 못 가 바짝 말라버린 꽃을 보면서, 나도 참 나라는 생각을 한다. 과거 꽃다발 장면을 그렇게 추억할 때는 언제고. 다시 비슷한 장면이 되풀이되어도 나는 당시와 별 다를게 없다. 설레고 열정적인 연애를 원하지만, 정작 그런 것이 있다 해도 온종일 생각하지 않는다.

그래도 나는 말라버린 꽃을 버리지 않는다. 이 꽃의 처음을 상기시켜주므로. 어쩌면 꽃의 역할은 이것으로 충분하다. 비록 영원히 싱싱할 순 없어도, 꽃을 받던 때를 떠올리게 해주는 것.


우리는 시간의 연속성 앞에서 필연적으로 처음에 머무를 수 없지만, 계속해서 그 처음을 공유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 괜찮은 것일지도 모르겠다. 오래도록 같은 과거를 함께 쌓아간다는 것이, 그런 관계를 유지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건지 아니까.


그러니까 애인님아, 우리 이 장면이 주마등이 아니라 추억으로 남을 수 있게 잘해보자.


[주간단상] 단조로운 일상(Yawny Routine) 6월 1호

21년 5월 24일 - 6월 6일의 기록

브런치에 올리기엔 잡스럽지만 블로그에 올리기엔 쓸데없이 진지한 것들의 모음집.


지난 주 주간단상을 빼먹었으니 2주간의 기록.


이별(위기) 앞에서의 콘텐츠 소비


1. 책장에 꽂힌   지난 연애 관련 책을 읽는다.

처음 샀을 때는 별 감흥이 없어서 책장행이었던 책인데, 이렇게 흥미로울수가..!


2. 웹툰의 이별장면은 다 캡쳐한다(원래 이렇게 이별장면이 많았었나..?)

네이버웹툰 '홍차리브레(꼬모소이 작가)'


3. 갑자기 내 애착유형이 너무 궁금해진다.

근데 왜 이렇게 다 부정적이니?


4. ???

정유정 작가 - 종의 기원

결론은 4번이 제일 위로(!)가 되었다.

일상이 엉망일 땐 더 엉망인 것을 보면 위로가 되는 것인지,

소설에 푹 빠져있을 때는 잠도 일찍 잘 자고(살인사건이 일어나는 꿈을 꾸긴했지만), 괜한 감상에 젖어 우울해있는 시간도 적어지면서 상황을 오히려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정리할 수 있었다.


'그' 꽃다발


주린이 일기ㅡ줄때먹 하자

나는 한 번 사면 물리든, 수익이 나든 매도를 못하는 타입이었는데, 그러다보니 수익 나던 종목들도 점점 손실을 보게 되었다. (주식은 우상향한다면서요ㅠ)

그래서 한동안 인고의 시간을 보내다가 드디어 미국주식의 포트폴리오 중 꽤 많은 비중을 차지하던 아이가 다시 수익을 내면서 꽤 많은 이익을 내고 팔았다! (씹씹이 27불에 나온 사람 나야나)

요새 수익나는 종목들 몇 개 정리하면서 꽤 이익실현 좀 했더니 마음이 두둑하다(계좌의 파란불은 더 심해졌지만^.ㅜ)

어디 또 오를 주식 없나요~ 예수금이 놀고있어요(몰빵 멈춰!;)


출판은 먼 이야기

안다. '출판'자체는 맘만 먹으면 할 수 있는 구조라는 걸.

그래서 몇 번 출판용 글을 쓰려고 시도를 해봤으나(사실 오늘도 해봤으나), 나는 긴 호흡의 글이 너무 어렵다. 쓸말도 없거니와, 그 긴긴 글 동안 흥미가 떨어지지 않게끔 독자를 끌고갈만한 기획을 하는게 어렵더라.

내가 가진 스토리는 너무나도 한정적이고, 내가 아는 지식 또한 한없이 얄팍하므로.

그래서 나는, (성과와는 상관없이) 이렇게 한 권의 책을 써낸 사람들이 존경스럽다. 책의 첫 페이지부터 마지막 페이지까지, 그 긴 호흡을 쭈욱 끌고 글을 썼다는 것이 어찌나 대단해보이는지.


사실 나는 출판보다는 온라인 매거진을 발행하고 싶은데, 요 몇 주에는 [주간단상]마저도 지속적으로 발행할만한 소스가 없다는 것을 느끼고 고민에 빠졌다.

아무래도 나는 온전히 나에 대한 글만 쓰다보니 소재가 한정적이고, 레퍼토리도 반복된다. 그럼에도 계속 나에 대한 글만 쓰는 이유는 다소 비겁하다. 나에 대해선 내가 제일 잘 아니까, 누구도 '그건 아닌 것 같은데요', '공부를 좀 더 하셔야겠어요'라는 말을 할 수 없기 때문에. 그냥 내가 쓰고싶은대로 쓰면 되는 것이다. 나는 읽히는 글을 쓰고싶으면서도, 사람들의 반응은 무섭다. 그래서 아무도 건드릴 수 없는 영역의 것들만 쓴다.

그러나 지속가능한 글을 쓰려면, 한정적인 나 자신 뿐만이 아니라 나를 둘러싸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써나가야 할 것이다. 아무래도 지금 나에게 필요한 것은 끈기도, 기획력도 아닌 생각을 표현해보는 용기인 것 같다.


(경)주간단상에 광고가 들어왔습니다(축)

는 인간PPL.

그 옛날 세월호 집회에 같이 갔던 친구가 내 브런치에 꼭 자기를 언급해달라는 의뢰다.

대학생 때는 만나면 주로 실없는 농담을 주고받았던 것 같은데, 직장인이 되어서 만나니까 오히려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게된 것 같은 친구.


제 친구X는요, (*BGM -  I believe)

이제 막 입사한지 1년 넘어서 어깨가 매우 올라가있구요,

친구 별로 없는데 친구 없다고 하면 싫어하구요,

동생한테 좀 잘해주라고 하면 자기같은 첫째 없다며 세상 억울해하구요,

너도 브런치 입성해서 같이 매거진 발행하자니까 알겠다해놓고 며칠 후에 작가는 됐는데 창피하다고 안알려줘요. (- -;)


대학생 때 처음 만난 친구들을 보면 조금 민망할 때가 있다. 그때와 지금의 내 모습이 너무 달라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연을 이어주는 X야 고마워. 사실 나도 친구 별로 없어. 그러니까 우리 너무 자주 보진 않아도 가늘고 길게 가자^_^


누가 '사업' 소리를 내었는가?

첫 회사의 팀장님을 오랜만에 만났다. 내가 아직 그 회사에 있을 때 사업하신다고 퇴사하셨는데, 회사 밖에서 더 친해진 분이다.

팀장님을 만나면 자꾸 당장 회사 때려치고 사업을 하라고 달콤한 유혹을 속삭이신다.....안그래도 한동안 잠잠했던 사업병(종의기원 '유진'에게 '개병'이 있다면 나에게는 사업병이 있다)이 도지려고 하는데 팀장님을 만나고나서는 불에 기름을 부은 것처럼 온통 머릿속에 사업 생각 뿐이다.


이렇게 얘기하니 벌써 사업자 몇 번은 내 본 경험자 같지만, 나는야 방구석 사업가. 항상 새로운 아이디어는 생기는데 실행력이 떨어져서 한 번도 실현해보지 못했다.

아아- 사업을 한 번 해본 사람은 계속 사업만 한다는데. 사업을 한 번도 안 한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하는 사람은 없다는데! 저도 그 강을 건너서 '사업가'의 반열에 들고싶습니다. 돈도 없고 기술도 없는데 아이디어 하나만으로 창업해도 될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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