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파닭은 오직 왕천 뿐
파닭은 나의 고향 음식이다.
고향인 조치원에 갈 때마다 빼놓지 않고 먹는 음식이다.
서울 사람들은 파닭이 조치원 음식이라는 걸 모르는 것 같지만.
서울에서 마주친 파닭
때는 바야흐로 2010년, 내가 대학교를 서울로 가면서 처음 서울생활을 시작했을 때다. 그때 즈음부터 프랜차이즈 치킨집들을 중심으로 파닭이라는 새로운 트렌드가 치킨 문화에 자리 잡았다.
나는 서울에 처음 올라와서 친구들과 학교 선배들이 파닭을 먹는 모습에 충격을 받았다.
조치원 말고 다른 곳에도 파닭이 있었어??.....라는 생각 때문인데 당황스럽게도 사람들은 내가 어렸을 때부터 파닭을 먹었다는 사실을 믿지 않았다. 요즘 생긴 파닭을 어렸을 때 어떻게 먹어 봤냐는 거다.
다시 2차 쇼크.
그 해답을 난 미용실에서 찾을 수 있었다.
서울의 한 미용실에서 대기하는 동안 보라고 준 잡지를 의미 없이 뒤적거리다가 음식 칼럼에서 파닭에 대한 글을 보게 되었다.
"충남 조치원에서 시작된 파닭은 현재 전국으로 퍼져 치킨계의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 잡아....."
음... 그랬던 거였군. 단지 사람들이 파닭이 조치원 음식이라는 것을 몰랐던 거다. 하긴 내가 생각해도 내 고향인 조치원은 그다지 유명할 만한 게 없긴 하다.
파닭의 역사
파닭은 정확하게 1978년에 만들어진 음식이다.
닭을 튀겨 먹는다는 문화가 대한민국에 처음 생겨날 즈음에 조치원에서는 시장에서 닭튀김을 파는 점포가 하나 생겼다. 그곳이 바로 모든 파닭의 원조이자 조치원 토박이라면 모두가 알고 있는 "왕천닭집". (그 당시 시장 골목은 '치킨집'이 아닌 '닭집'이라고 불렀다. 이유는 나도 잘....)
이 왕천닭집에서 닭튀김을 팔면서(그 당시엔 '치킨'이 아닌 '닭튀김'이라는 음식으로 불렀다. 이유는 나도 잘...) 조치원 사람들은 이게 닭튀김이라는 음식이구나, 하고 알게 된다.
나도 겪은 정신적인 충격 중 하나는 처음 다른 지역으로 갔을 때 주변에서 시켜먹는 후라이드 치킨을 보고 "아... 원래 치킨이라는 게 다들 이런 걸 먹는 거였구나."하고 처음 알았다는 거다. 조치원 토박이들에게는 이 왕천파닭의 치킨이야말로 표준이 되어버린 것이다.
흔히 모든 시장들이 그러하듯 원래 한 지역에서 잘 되는 상품은 주변 가게들이 비슷하게 따라 하게 되기 마련이다. 어깨너머로 비슷하게 따라 하게 되니까. 그래서 조치원 시장에서 볼 수 있는 치킨들은 모두 왕천파닭과 비슷한 치킨들이다.
그러다가 원래의 왕천파닭의 주인아저씨가 세상을 떠나시고 그 아들이 가게를 물려받으면서 왕천닭집은 시장을 벗어나 충청권 전역으로 진출하게 된다. 이어서 사장이 된 아들이 왕천파닭을 프랜차이즈화 시켰기 때문이다.
그게 전국적으로 파닭의 존재가 알려진 계기가 되어 각종 프랜차이즈에서는 다른 방식의 파닭들을 내놓게 되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왕천파닭의 본점과 비슷한 맛을 내는 곳은 없다. 같은 왕천파닭의 프랜차이즈 지점이어도!!
왕천파닭의 체인점들은 줄줄이 왕천의 명성에 흠집을 내면서 몇몇 지점은 실패를 하게 된다. 이로서 왕천파닭은 파닭이라는 종류의 치킨을 전국에 알리면서 지금까지도 본점만 장사가 엄청나게 잘 되는 조치원 제일의 닭집으로 남아있게 된다.
파닭과 파+닭은 다르다
나는 항상 주변 사람들에게 서울의 파닭들은 그냐 파+닭이라고 얘기하곤 했다. 그 이유는 직접 왕천파닭을 먹어봐야만 알 수 있다.
서울의 파닭은 평소대로의 치킨에 파가 같이 나와서, 그 파와 치킨을 함께 먹는다. 그럼 뭔가 덜 느끼한 것 같고 매콤한 듯하면서 더 새로운 맛인 것 같은, 그런 방식의 마치 "쌈"을 연상시키는 듯한 치킨이다. (물론 나의 주관적인 견해이지만..... 난 여태 그렇게 느끼며 먹었다)
하지만 진정한 파닭이라면 그런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파닭이란 파와 같이 먹는 닭이 아니니까!!!!!
정확하게 얘기하자면 "튀김옷과 닭의 살점들에 파향이 베어 들어간" 치킨이다. 그것이 파닭에 있어서 파의 진정한 목적. 실제로 왕천 파닭을 사본 사람은 알겠지만 냄새가 주변에 진동하는 정도가 장난이 아니다. 고소한 치킨 냄새와 상쾌한 파향이 주변에 굉장히 빠른 속도로 확산된다.
또 한 가지 파닭의 특징은 바로 튀김옷이다. 파닭의 모든 맛은 이 튀김옷이 절정을 이루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파닭의 맛은 굳이 표현하자면 "간의 미학"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비법은 알려져 있지 않지만 예전에 법이 바뀌기 전에 시장에서 닭집들은 생닭을 즉석에서 도살해 음식을 만들던 시절, 동네 어르신들이 본 것에 의하면 무언가 베이킹소다 같은 거라든가 레몬즙, 염지를 하고... 어쩌고 하는 다른 곳과는 뭔가 다른 과정이 있는 모양이다. 실제로 뛰어난 미각을 가진 사람이라면 레몬 느낌과 무언가 튀김옷에 다른 느낌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양 또한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한 마리가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두 마리의 양이다. 닭은 호수마다 크기가 다른데 굉장히 큰 닭을 써왔다고 한다. 나는 오늘 4마리를 사 왔으니 8마리 정도의 양을 사 온 셈이다.
조치원에서만 맛볼 수 있나요?
그럼 이제 이 닭의 맛을 조치원에서만 맛볼 수 있는지가 궁금할 거다. 대답은 "Yes..... or No".
이 애매한 대답은 뭐냐고? 일단 내가 알고 있는 바로는 Yes가 맞다. 왕천파닭의 프랜차이즈들이 실패한 이유가 궁금할 거다. 이유는 만드는 방법을 똑같이 가르쳐줘도 재료의 공급과 기름의 교체는 지점마다 알아서 하게 된다는 점에 있다.
실제로 왕천파닭 본점은 기름을 굉장히 자주 바꾼다. 원래 예전부터 그래 왔으니까. 무슨 이유인지 몰라도 오래된 기름으로 계속해서 튀기게 되면 똑같은 맛 자체가 안 나오는 모양이다. 그리고 공급받는 닭 자체도 호수 자체가 달라지고 질이 달라지다 보니 맛의 차이가 생기는 듯하다.
일반 프랜차이즈에서는 똑같이 따라한 치킨도 없다. 그러면 결국 본점으로 가야 할 수밖에 없는 거다.
그런데.....!!!!
때는 옛날 옛적, 언제인지는 모르지만 한 조치원 처자가 서울 사람과 결혼을 하게 되고 고향인 조치원에 내려가 신랑에게 왕천파닭의 맛을 보여 줬다고 한다. 그 맛에 반한 남자는 "이거다!!!"라는 확신에 현재는 돌아가신 전 사장님의 뒤를 몇 달간 따라다니면 결국에 유일한 수제자로서 그 비법을 배웠다고 전해진다.
그렇게 해서 지금 강남 논현 근처에 유일하게 본점과 맛이 똑같은 왕천파닭의 지점이 있다고 한다. 다만 나는 강남 쪽으로 갈 일이 자주 없어서 아직까지 가본 적이 없어서 정말로 맛이 똑같은지 검증을 해보진 못했다.
그 맛이 궁금한 사람들은 한 번 찾아가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거다. (하지만 얼마 전 친구에게 들은 바로는 가게가 없어졌다고 하는 것 같다)
매우 개인적이고 주관적인 글쓰기.
음악과 소설을 사랑하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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