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 내 인생도, 나도 N분의 1
여러 가지의 나
개그우먼 박나래씨가 한 강연에 나와 이런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사람은 누구나 실패를 할 수 있잖아요.
그리고 그 실패가 인생의 실패처럼 느껴질 수 있어요. 하지만 여러분의 인생에 있어서 여러분은 한 사람이 아닌 거예요. 연애하는 나, 공부하는 나, 다른 일을 하는 나... 우리는 ‘여러 가지의 나’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 사람이거든요. 그걸 인지하고 있으면 하나를 실패하더라도 괜찮아요. 또 다른 내가 되면 되니까.”
약간은 멍했다. 나도 다른 일을 안 한 건 아니었는데 내 인생의 초점은 다 ‘일’이었다.
일을 잘하고 싶었고, 회사 밖에서도 일을 잘하기 위해 새로운 것들을 배우려 했다. 다양한 것을 하고 싶으면서도, 그것의 종착지는 결국 ‘일’이었다.
그래서 50대가 되어도 내 일을 하고 있으면 좋겠다는 꿈을 꿨다. ‘회사에서는 성격 좋다는 말보다 일 잘한다는 말이 좋다’는 생각에 빠진 채로.
퇴사를 고민할 때도 일을 하고 있지 않은 나를 상상할 수 없어 텀 없이 이직을 했다.
그렇게 내 존재를 증명하고 인정받고 싶었다.
그런데 심리상담 선생님이 이런 질문을 해주셨다.
“왜 회사로부터 인정받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본인 인생의 모든 초점을 왜 회사에, 일에 맞춰요? 다정씨는 그래서 힘든 거예요. 나라는 사람을 외부에만 맞추려 하니까.”
‘일’이 나를 성장시키는, 돈을 벌게 해주는 것과 같은 ‘수단’이었어야 하는데 일이 주가 되고, 내가 도구가 되어버렸던 느낌.
그렇게 나 스스로 한계점에 도달해 일을, 회사를 놓아버렸다.
다 놓아버리자 이제야 내가 보인다.
지금은 하나가 실패해도 ‘괜찮아’라고 할 수 있는
또 다른 나를 쌓아가는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