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 백수일기와 버킷리스트
나 이제 뭐하지?
처음으로 퇴사 후 이직을 하지 않고 쉬기로 결정했다. 늘 바로 이직을 해왔던 터라, 나 스스로에게도 주변 사람들에게도 내가 쉬겠다고 결정내린 건 크나 큰 변화였다.
그런데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던 ‘일’이 나에게서 빠져버리자 어느 한 편으로는 텅 빈 공허한 느낌이 들었다.
그 공허함 속에서 마주한 건 바로 ‘나’
다른 사람들과 만나서 이야기하고 시간을 보내는 것도 너무 좋지만, 지금 이 시기에는 ‘나’와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야 할 것 같았다. 상처받은 나를 보듬고, 다시 나아갈 힘을 축척할 시간이 필요했다.
그런데 막상 ‘나’를 위한 시간을 보내자니 남아도는 시간엔 무엇을 해야할 지, 나를 위해 어떤 시간을 보내야 할 지 막막했다.
그러다가 문득 떠오른 일기장.
대학 입학 후 취업 전까지 나는 늘 일기장을 들고 다니던 사람이었다. 떠오르는 생각을 정리해 쓰고, 기록하고.
오랜만에 그 때 썼던 일기장을 다시 펼쳐보니 23살의 나와 지금의 나는 똑같은 고민을 하고 있었다.
하고 싶은 일이 너무 많아 그 중 무엇을 선택해야 할 지, 어떤 분야로 가야 할 지 모르겠다는 나. 사람 사이의 관계에서 힘들어하기도 하고 행복해하기도 하는 나.
23살의 내가, 지금의 내가 하고 있는 고민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을까?
앞으로 어떤 내용이라도 좋으니, 우선 기록을 하자 싶어 무작정 일기장을 샀다. 얼마나 될지 모르겠지만, 나의 시간을 기록할 노트.
가장 첫 페이지는 백수기간에 하고 싶은 버킷리스트로 채워넣었다.
오로지 나 자신에게 집중하는 시간,
나만의 이야기를 써내려가야지.
이 일기장이 어떤 내용으로 채워지게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