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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정씨 Mar 26. 2019

버티면 이긴다

#20. 정말 이기는 거 맞아요?


조금만 참아봐, 버텨봐

퇴사하기 전,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이다.

조금만 버티면 금방 사람이 뽑힐 거라고, 그러면 일이, 부담감이 줄어들지 않겠냐고.

조금만 참으면 너를 괴롭히던 저 사람이 너보다 먼저 그만둘 거라고, 버티는 게 이기는 거니까 그 사람이 원하는 대로 나가버리지 말라고.


그래서 나는 버텼다. 내 마음에서 들리는 소리를 무시하고 3-4개월가량을 더 버텼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회사 입구만 가면 숨이 잘 쉬어지지 않았다. 거의 매일 편두통약을 달고 살았다. 특별한 이유 없이 자꾸 눈물이 났다. 분명 운동을 하며 몸을 단단히 다졌는데, 내 뜻대로 되지 않았다.


 


마음이 무너졌다.


마음이 무너지니 몸도 무너졌다. 모두 무너지고 나서야 겨우 버티기를 포기하고 그곳에서 벗어날 수 있었는데 한 번 무너진 마음은 쉽게 회복되지 않았다. 쉬면서도 ‘버티면 이긴다’라는 말이 계속해서 나를 가로막았다.


그 사람이 아니라 ‘겨우 그것도 못 버틴’ 내가 문제였던 게 아닐까?

나중에 새로 이직하는 곳에서 ‘또 못 버티고’ 포기하고 싶으면 어떡하지?

이렇게 도망치듯 나온 나를 다른 사람들이 비웃지는 않을까?


이런 생각에 사로잡힐수록 괴로운 건 나였다.

분명 퇴사를 했는데도 회사 근처에 가면 다시 숨이 쉬어지지 않았다. 마치 트라우마처럼.


더 깊은 수렁에 빠지기 전에,

나 스스로를 괴롭히는 일을 멈추고 싶었다.

그래서 과거도 미래도 아닌 현재만 보기로 했다.

다 내려놓은 지금은 버틸 것이 아무것도 없으니까.


-

버티면 이긴다 라는 말에 나를 묶지 말아야지.

버티다 버티다 마음이 무너지면,

그 마음을 다시 세우는데 더 오랜 시간이 걸리니까.


만약에 진짜로 버티는 게 이기는 거라면,

나는 그냥 지는 쪽을 택할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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