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Where am I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다정씨 Jan 10. 2019

블라디보스톡 혼자 여행하기

#11. 낯선 곳에서 지난 시간 돌아보기

이제 자유의 몸이 되었으니 어디론가 떠나서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고 싶었다.

기왕이면 내가 한 번도 가보지 못한 곳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가서 오로지 나에게 집중해 지난 시간을 돌아보고, 마음을 추스르고 싶었다.

어디로 떠나야 할 지 고민에 고민을 한 끝에 결정한 여행지는 러시아 블라디보스톡.

러시아로 혼자 여행을 간다고 하니 다들 걱정의 한마디씩을 해주었지만, 나는 회사에 있는 것보단 편안할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퇴사한 지 2주 만에 혼자 여행을 왔다.



나는 왜 힘들었을까?



혼자 온 여행에서는 무엇이든 내 마음대로 할 수 있었다.

반나절 정도는 적응하는데 시간을 보내고, 숙소에 아무것도 안하고 누워 있기도 하고, 먹고 싶은 거 다 시킨 후 조금씩 먹어보기도 하고, 바다 앞에 멍하니 앉아 있기도 했다.


그러던 중, 우연히 찾아가게 된 연해주 국립 미술관.

보통 미술관은 작품이 가장 잘 보이도록 조명을 설치하는데 여기는 조명 밝기가 애매했다. 그런 탓에 어떤 그림은 특정 각도에서 보아야 제대로 보이고,

어떤 그림은 두 발짝 멀리 떨어져서 보아야 제대로 보였다.



그림도 가장 잘 보이는 위치와 각도가 있는데, 어쩌면 내 상황도, 내 마음도 그렇지 않을까?

멀리 떨어진 러시아에 와서야, 그 때의 내 상황이, 마음이 제대로 보였다.



지금은 잠시 쉬어가자.


의외로 이유는 쉽게 찾아졌다.

사람과 욕심. 그게 내가 가장 힘들었던 이유였다.

사람을 너무 쉽게 믿고, 내 마음을 연 것. 그 사람들 사이에서 상처받으면서도 버티기 위해 애쓴 것.

돈을 버는 회사에서 자아실현이라는 꿈을 품고, 성장하기 위해, 잘하기 위해 너무 힘을 쓴 것.


난생 처음 오는 낯선 곳에서도 길을 찾다보면 헤매기도 하고, 돌아가기도 하고, 우연히 좋은 사람을 만나기도, 안맞는 사람을 만나기도 하는데, 하물며 내 인생도 그렇겠지.

조금 헤매더라도, 조금 돌아가더라도 괜찮으니 너무 한 번에 잘하기 위해 애쓰지 말자. 힘을 빼자.


그리고 지금은 잠시 쉬어가자.



매거진의 이전글 해야한다는 강박증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