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현수 Aug 19. 2023

대장암이지만 출근도 하고 일도 합니다!

옥살리플라틴은 불이다

** 옥살리플라틴은 제가 맞는 항암주사제의 이름입니다. 전세계 대장암환자의 표준 레지멘에 들어가있는  항암제입니다. 


옥살리는 불이다

암을 죽이기 위해  피속에 넣는 불이다

몸속에 열이 끓고

눈에서도  열이 뿜어진다


불이 온 몸을 도는 동안

나는 기운을 잃고 

옥살리 불약이 

내 몸의 암세포를 죽이는데 

불편이 없도록 

거동없이 누워있다. 


옥살리 불약이 

몸을 뜨겁게 달구어서 

차가운 것을 잡을 수도 없고

차가운 것을 먹기도 힘들다 


옥살리 불약이 

건강한 세포는 잘 놔두고

부디 떠도는 숨겨진 암세포만 잘 

골라 붙태우기를 빈다 


옥살리 불약을 맞고 와서 

누워 잠들었다. 


난 늙은 암 환자에서

몸속에 불과 열을 가진

늙은 용 한마리가 된다

전설이었던 이 늙은 용은

자신의 몸안 불로 인해 신음한다

속까지 다 타들어간다


다 타더니, 

타들어간 옛 몸을 버리고 

새 몸을 가지고 

다시 돌아왔다


꿈에서 깨어났다


옥살리 불약이 내 몸을 새롭게 해주었으면 한다. 

며칠간은 속에 불이 나서 

오심과 복통, 손발의 통증, 관절통, 

그리고 무기력에 지내겠지만

옥살리 불약이 암세포를 다 불태워서 

그래서 새로 태어나면서 

강철같은 용, 아니 인간이 된다면

이 며칠의 통증은 견뎌내리라








작가의 이전글 2023. 2학기. 개강 애도모임 매뉴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