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금요일 또는 토요일에 로또를 산다. 이만 원어치씩. 1년이 52주니까 1년에 백사만 원어치씩 로또를 산 것이다. 언제부터 이렇게 샀는지 정확히 기억나진 않지만 적어도 7, 8년 이상은 됐다. 물론 깜빡하거나 사정이 있어 못 산 적도 있긴 하지만 지금까지 로또 사는데 소요된 총비용은 아마 팔백만 원이 훌쩍 넘을 것이다. 이렇게 적지 않은 금액을 투자해 부지런히 로또를 샀지만 1등에 당첨된 적은―당연하게도―없다. 가끔 오천 원, 어쩌다 아주 가끔 오만 원에 당첨될 뿐이다. 지금까지의 수익률을 계산해 본다면 얼추 마이너스 99% 정도? 로또 사는 금액을 적금에 꼬박꼬박 넣기만 했어도 이율 3%로 치면 이자로 최소 치킨 열 마리 이상은 사 먹을 수 있었을 텐데.
로또복권을 관리하는 기획재정부 복권위원회에 따르면, 로또 1등 확률은 814만 5,060분의 1이라고 한다. 또한 미국 국립번개안전연구원(이런 기관이 실제로 있다는 게 놀랍다. 도대체 뭐 하는 곳일까?)에 따르면 사람이 벼락 맞을 확률은 28만 분의 1이라고 한다. 이 두 통계(모두 2023년 기준)를 종합해 보면 로또 1등에 당첨될 확률이 살면서 벼락 맞을 확률보다 약 29배 희박하다는 의미이고, 달리 말하면 살면서 벼락을 29번 정도는 맞아줘야 로또 1등에 한 번 당첨될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렇게 말도 안 되는 확률에도 불구하고 난 매주 로또를 샀고, 이번 주도 물론 살 것이며, 아마 앞으로도―갑자기 죽지 않는 이상―계속 살 계획이다. 어차피 안 된다는 걸 알면서도 극도로 낮은 확률에 줄기차게 베팅을 하고 있다. 왜냐하면 어쨌든 확률이 완전한 제로는 아니고(매주 1등이 나오니), 로또를 사야지만 희박한 확률이나마 내게도 기회가 주어지기 때문이다. 벼락도 밖을 돌아다녀야 맞을 수 있듯, 로또 1등도 우선 로또를 사야지만 나에게 일어날 수 있는 일이 된다.
책이 많이 판매되고 독자들에게 널리 읽히기 위해선 무엇보다 책의 내용과 만듦새의 완성도가 가장 중요하겠지만, 예상치 못한 행운도 큰 역할을 한다는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출간 당시에는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잊혔던 책이 우연한 계기로 유명해져 베스트셀러가 되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SNS에서 화제가 되거나, 인플루언서에 의해 소개되거나, 심지어 유명 연예인이 손에 들고만 있어도(읽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그 책은 베스트셀러가 될 확률이 매우 높다. 미디어의 종류와 파급력이 막대해진 시대이기에 가능한 현상이다.
나도―당연히―나에게 저러한 행운이 일어나길 바란다. 사람들 사이에서 내 소설에 대한 입소문이 점점 퍼지더가 어느 순간 SNS에서 난리가 나고, 결국 수많은 매체에서 인플루언서와 연예인들이 내 소설을 추천하는 장면을 꿈꾸기도 한다. 정말 말도 안 되는 꿈만 같은 상상이지만 확률적으로만 보면 로또 1등 당첨 확률보다는 높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앞서 말한 것처럼 로또도 사야지만 1등 당첨의 기회가 주어지듯, 아무것도 안 하고 가만히 있으면 이러한 상상도 현실이 될 리 만무하다. 고대 로마의 철학자 세네카는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행운은 준비와 기회가 만날 때 찾아온다고. 이 말은 아마도 치열한 준비와 노력이 있어야지만 기회를 잡았을 때 적절하게 대처할 수 있고, 그럴 때 행운도 따른다는 의미일 것이다. 내가 꿈꾸고 기대하는 행운도 분명 그에 맞는 준비가 되었을 때 찾아오지 않을까?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는지는 솔직히 모른다. 하지만 적어도 매일 한숨이나 푹푹 쉬며 책이 왜 안 팔릴까 걱정이나 하는 건, 또는 책상 앞에만 앉아서 포털사이트나 인스타그램에 내 책과 관련된 새로운 글이 안 올라왔는지 검색이나 하는 건 분명 행운이 찾아오기 위한 준비는 아닐 것이다. 아무도 보지 않는 인스타그램 게시물이지만 계속 올려야 하고, 아무도 찾지 않는 북페어라도 꾸준히 나가야 한다. 한 권이라도 더 팔기 위해서, 사람들에게 내 책을 조금이라도 더 알리기 위해서라면 무엇이라도 어떻게든 시도해봐야 한다.
로또 1등 당첨이라는 행운을 얻기 위해선 사는 것 외에 할 수 있는 게 없겠지만, 책의 판매와 홍보는 그렇지 않다. 내가 준비하고 노력하는 만큼 성과와 행운이 따를 수 있다. 과연 그럴까, 라는 의심이 들 수도 있다. 하지만 어쩔 수 없다. 그럴 거라고 믿는 수밖에.
_2024.08.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