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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NJANG Nov 06. 2019

알바트로스(Albatross)

‘알바트로스’라는 새를 아는지? 내가 어릴 때는 꾸러기 수비대라는 애니메이션에서 주인공들이 탑승하는 유니콘 로봇의 이름으로 유명했었다. 하지만 실제로는 태평양에 서식하는 슴새 목 알바트로스과 조류의 이름이며, 멸종 위기에 처해있는 보호종이기도 하다. 나는 이 새의 존재를 너무나도 늦게 그리고 참담한 심정으로 알게 되었다.

Chris Jordan Albatross mandala, Midway Island, 2010

SNS에서 우연히 본 사진에는 언뜻 새의 일부분 같아 보이는 것들을 중심으로 형형 색색의 플라스틱 조각들이 방사형태로 놓여있었다. 이것은 언뜻 보기엔 어린아이가 놀이터에서 소꿉장난을 치다가 간 흔적처럼 보이기도 했고, 이름 모를 어느 작가의 동시대 미술 작품 같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내 그것은 새의 시체와 주변에 버려진 폐 플라스틱 조각들로 만들어진 광경이라는 것을 알 수가 있었다. 그것은 내가 살면서 처음으로 본 ‘알바트로스’라는 새의 첫 모습이었고 몇 장의 사진을 더 본 뒤엔 참담한 마음에 가슴을 쓸어내릴 수밖에 없었다. 

미국 출신의 작가 크리스 조던은 사진과 개념미술, 영화와 비디오 아트 등 장르를 넘나들며 현대 세계의 주요 담론과 이슈를 작품으로 보여준다. 조던은 원래 변호사였지만, 미국 텍사스대 로스쿨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뒤 시애틀에서 10년간 변호사로 일하다가 2003년경에 작가로 돌아섰다. 나는 조던의 이러한 이력이 조던 자신의 작품 활동에서 다루는 주제가 작가 개인보다도 주로 공익적이고 거시적 관점에서의 예술 활동을 하도록 영향을 주었으리라고 생각한다. 조던은 평소 해양 플라스틱 오염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갖던 중, 죽은 알바트로스의 시체가 자주 발견된다는 미드웨이 섬을 알게 된 후 곧바로 카메라를 들고 태평양으로 향했고, 약 8년 동안 미드웨이 섬에서 알바트로스와 함께 생활하며 작업을 해나갔다. 알바트로스는 주로 먼바다에서 생활하며 2년마다 단 하나의 알을 낳아키우는데, 새끼에게 고작 한입의 먹이를 먹이기 위해 착지 없이 약 1600km를 날며 먹이를 구하러 다닌다. 알바트로스는 수면 위를 낮게 날거나 잠수를 해서 바다에 있는 먹잇감을 포착해 그것을 뱃속 가득 삼킨 뒤 둥지로 돌아간다. 단지 바다가 제공하는 것을 믿고 새끼에게 먹일 뿐인 알바트로스들은 자기가 삼킨 것이 먹이인지 플라스틱인지 알지 못한다. 그렇게 새끼에게 줄 먹이를 뱃속 가득히 채운 후에 알바트로스는 둥지로 돌아와 자신의 뱃속에 있는 먹이 혹은 플라스틱을 게워내어 새끼에게 먹인다. 그렇게 뱃속에 플라스틱이 가득 찬 알바트로스들은 결국 이를 소화하지 못해 영양부족으로 죽게 된다. 

Chris Jordan Albatross mandala, Midway Island, 2010

조던은 미드웨이 섬에서 8년간 생활하며 촬영한 영상들로 장편 다큐멘터리 영화’알바트로스<albatross, 2017>’를 제작했고 이듬해에 영국 런던에서 열린 세계보건영화제(Gloval health film festival)에서 대상을 타며 플라스틱 과소비와 환경문제에 대한 심각성을 전 세계에 알리는데 기여했다. 참고로 영화는 지금도 알바트로스 필름의 공식 홈페이지에서 무료로 시청이 가능하다.


전 세계적으로 플라스틱 사용에 대한 경각심이 날로 증가함에 따라, 각 나라 혹은 각 기업마다 플라스틱을 줄이기 위한 제도 마련이나 제재가 이루어지고 있는 실정이지만 내가 체감하기에는 플라스틱 사용 감소는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고 느낀다. 나는 보통 주변에 전시를 추천하거나 권유하는 편은 아니지만 이 전시만큼은 열렬히 주변에 추천했던 기억이 있다. 그냥 누군가 한 사람이라도 더 내가 본 것을 보고 내가 느낀 감정들을 느꼈으면 해서였다. 내가 본 것을 이렇게 알리는 것만으로 이 문제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나 하나쯤’이라고 생각하기보다는 ‘나부터’라고 생각을 해본다면 누구든 거대한 변화의 한 발자국이 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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