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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떠돌이 May 21. 2020

꿈의 조각을 맞춘다

꿈과 현실의 경계에서

끔찍한 꿈에서 깬다.

어찌나 서럽고 끔찍했던지 꿈에서 깨고 혼미한 정신에도 가슴으로 주먹을 쳤다. 것도 모자라 꿈과 현실의 경계가 여전히 모호한 상태로 주먹으로 벽을 몇 번이나 세게 쳤다. 손 날에 드는 피멍이 느껴진다. 옆에 자고 있던 사람이 꿈에 나왔는데 그 꿈에서 날 얼마나 괴롭게 했던지, 자고 있는 사람을 보는데 화가 나서 눈물이 났고 배에 주먹을 몇 번이나 꽂았다.


그 날은 낮잠조차 악몽이 이어졌다. 생각해 보니 며칠 전엔 좋은 꿈을 꾸고, 깨고 나서 다시 자도 그 꿈이 이어졌기에 참 좋았다. 그러나 악몽의 그 날은 지독하게도 악몽이 연속적으로 이어진다.

중학교 건물에서 누군가 추락했고 사람들은 어쩌지도 못하고 멀리서 수군대거나 피하고, 멀지 않은 거리에 서있던 나는 공포에 움직일 수 없어 붙박인 채 그 장면을 지켜보고 있다. 몸은 굳어있어도 내면에선 공포가 휘몰아친다. 한참 뒤 그 시체가 일어나 움직인다. 공포로 정신이 나갈 것 같다. 말소리가 나오지 않는다. 나는 어찌할 줄 모르고 꿈에서조차 도망치지 못한다.


그렇게 생생한 악몽에서 깼을 때, 

내 슬픔과 두려움을 달래줄 이, 알아줄 이가 있어 나는 소리 내 엉엉 울었다.




대부분의 시간은 혼자이므로 혼자 잠들고, 혼자 잠에서 깬다.

끔찍한 꿈에서 깼을 때, 사방의 적막함은 혼자라는 당연함을 괴롭게 만든다. 

완전히 빠져나오지 못한 꿈의 흔적이 끈적하게 나를 휘감고, 

아무도 없는 익숙한 내 낯선 공간에서 깼을 때 나는 그냥, 소리 죽여 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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