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과 현실의 경계에서
끔찍한 꿈에서 깬다.
어찌나 서럽고 끔찍했던지 꿈에서 깨고 혼미한 정신에도 가슴으로 주먹을 쳤다. 것도 모자라 꿈과 현실의 경계가 여전히 모호한 상태로 주먹으로 벽을 몇 번이나 세게 쳤다. 손 날에 드는 피멍이 느껴진다. 옆에 자고 있던 사람이 꿈에 나왔는데 그 꿈에서 날 얼마나 괴롭게 했던지, 자고 있는 사람을 보는데 화가 나서 눈물이 났고 배에 주먹을 몇 번이나 꽂았다.
그 날은 낮잠조차 악몽이 이어졌다. 생각해 보니 며칠 전엔 좋은 꿈을 꾸고, 깨고 나서 다시 자도 그 꿈이 이어졌기에 참 좋았다. 그러나 악몽의 그 날은 지독하게도 악몽이 연속적으로 이어진다.
중학교 건물에서 누군가 추락했고 사람들은 어쩌지도 못하고 멀리서 수군대거나 피하고, 멀지 않은 거리에 서있던 나는 공포에 움직일 수 없어 붙박인 채 그 장면을 지켜보고 있다. 몸은 굳어있어도 내면에선 공포가 휘몰아친다. 한참 뒤 그 시체가 일어나 움직인다. 공포로 정신이 나갈 것 같다. 말소리가 나오지 않는다. 나는 어찌할 줄 모르고 꿈에서조차 도망치지 못한다.
그렇게 생생한 악몽에서 깼을 때,
내 슬픔과 두려움을 달래줄 이, 알아줄 이가 있어 나는 소리 내 엉엉 울었다.
대부분의 시간은 혼자이므로 혼자 잠들고, 혼자 잠에서 깬다.
끔찍한 꿈에서 깼을 때, 사방의 적막함은 혼자라는 당연함을 괴롭게 만든다.
완전히 빠져나오지 못한 꿈의 흔적이 끈적하게 나를 휘감고,
아무도 없는 익숙한 내 낯선 공간에서 깼을 때 나는 그냥, 소리 죽여 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