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장지 디자인으로 프리미엄을 만든 스타트업, 매스트 브라더스
용감한 형제의 작은 시작
매스트브라더스는 2007년 뉴욕 근처 브루클린 윌리엄스버그에서 마이클 매스트와 릭 매스트라는 두 형제가 스타트업으로 시작한 작은 브랜드였다. 대신 최상의 카카오 빈을 직접 공정거래 무역을 실천하며 구매하였고, 원두 콩 선별에서부터 초콜릿바를 만드는 전 과정을 직접 인하우스에서 소량 생산하는 장인 정신을 고수하였다. 정통 초콜릿바 비즈니스 모델을 고집하였다. 예를 들어 천연 아마겟센 바다소금을 넣은 초콜릿이나 미국에서 스페셜티 커피 붐을 일으킨 스텀프타운 커피, 런던의 티 카페로 유명한 굿앤드로퍼와 협업해 초콜릿을 만들고 있다. 미국의 쉐이크쉑 매장에서도,버거메뉴 외에 매스트브라더스 초콜릿바를 함께 비치하여 판매하기도 한다.
감각적인 디자인
매스트 브라더스 성공의 요인으로는 초콜릿 자체의 뛰어난 품질과 좋은 재료를 이용한 탁월한 맛도 있지만, 필자가 꼽는 일등공신은 한눈에 꽂히는 탁월한 포장 디자인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기성 초콜릿을 녹여 멋진 포장으로 바꿔 판다는 웃픈 루머가 돌며 유명세를 톡톡히 치렀다. 패션 브랜드처럼 매 컬렉션별로 출시되는 초콜릿바 포장 디자인은 하나의 추상화나 건축 조형물, 세련된 원단 패턴을 보는 듯하다.
2012년 매스트브라더스에 합류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네이선 워켄틴은 원래 빈티지 스타일의 남성복과 가죽 재킷 등을 디자인한 패션 디자이너였다. 그는 초콜릿 포장지 하나를 디자인하기 위해 수많은 아트 작품과 갤러리, 건축물을 참고하고 세라믹 디자인, 패브릭 디자인 등을 심도 있게 벤치마킹하여 매스트브라더스의 시그니처가 된 기하학 패턴의 고급스러운 포장지를 만들었다고 한다. 흡사 대리석이나 벽지를 연상시키는 기하학적인 무채색 계열의 포장지부터 꽃을 모티브로한 포장지까지 디자인은 다양하다.
초콜릿 겉 포장지 하나에도 이렇게 심혈을 기울여 하나의 예술 작품처럼 만들었기에, 두 형제가 약 10년 전 시작한 비교적 짧은 역사의 작은 초콜릿 브랜드가 <포춘>이나 <보그>와 같은 유명한 매체에 소개 되는 프리미엄 브랜드가 된 것이다.
패션 상품 처럼 매번 새로운
포장지 컬렉션이 시즌별로 나온다.
나는 2017년 뉴욕 브루클린에 있는 매스트브라더스의 작은 플래그십스토어에 방문했다. 느슨하지만 아트 전시물처럼 시크하게 진열돼 있는 각양각색의 초콜릿을 보면서 카메라 셔터를 누르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어떤 디자인과 맛을 고를지 한참이나 고민 하며 머물렀던 기억이 난다. 브랜드북까지 사고 싶었지만, 한국까지 이고갈 짐이 무거워 겨우 내려놓았다.
사실 초콜릿 포장이야 벗겨내면 그만이다. 재사용을 전제로 한 초콜릿 포장도 아니지만 선물 받는 사람의 취향을 고민해가며 각각의 맛과 여러 패턴 중에서 신중하게 고르게 됐다. 받는 사람이 좋아할 만한 성향과 감성, 맛을 상상하면서 말이다.
포장지만 바꿔 파는게 아니냐는
견제섞인 소문이 돌 만큼
포장지가 단연 눈에 띄었다.
매스트브라더스 초콜릿은 한때 억울한 소문이 돌 만큼 관련 업계로부터 많은 견제를 받았다. 시중에서 판매하는 초콜릿을 녹여 초콜릿 포장 껍데기만 예쁘게 만들어서 초콜릿바 하나에 우리 돈 만 원이 웃도는 비싼 값에 판매한다는 소문이 돈 것이다. 소문의 진앙지는 블로그였다고도 하고, 실제로 프랑스 초콜릿 제조사 발로나로부터 고소를 당하기도 했다. SNS상에서는 창업자들의 트레이드 마크인 턱수염을 희화하여 조롱하는 사진들도 올라오기도 했고, 잘못된 소문과 기사들이 퍼졌다.
비교적 신생 브랜드지만, 창업자 형제는 뜻이 맞고 장인 정신을 가진 여러 브랜드와 협업하여 질 좋은 초콜릿바를 만들고 있다. 예를 들어 천연 아마겐셋 바다소금을 넣은 초콜릿이나 미국에서 스페셜티 커피 붐을 일으킨 스텀프타운 커피, 런던의 티카페로 유명한 굿앤드프로퍼와 협업해 초콜릿을 만들고 있다. 미국 쉐이크쉑 매장에서는 매스트브라 더스 초콜릿은 물론 매스터브라더스 초콜릿바를 이용한 디저트 아이스 크림 메뉴를 개발해 판매하기도 한다.
기성 초콜릿을 녹여서 제품 포장만 달리하여 비싼값에 판매한다는 소송에 휘말렸을 때도 매스트브라더스는 잘못된 소문을 바로잡고 직접 적으로 대응하기보다는 제품 품질과 생산성을 높이는 데 집중했다. 소송과 잘못된 기사를 바로잡기 위해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기보다 제품 본연에 충실하며 퀄리티 높은 제품을 개발하고 생산하는 것에 과감한 투자를 하여, 프리미엄 가치를 높이고 잘못된 소문은 스스로 걷혀지게끔 기다렸다.
그렇게 런던과 LA 매장은 닫고 약 6,000제곱미터가 넘는 브루클린 공장으로 옮겨 생산 수량을 늘렸다. 덕분에 1년 사이 연간 초콜릿 판매 매출이 천만 달러에서 1억 달러로 10배 높아졌다. 집중과 성장으로 초콜릿 판매 가격도 낮출 수 있었다. <포춘>지 인터뷰에서 공동 창업자 릭매스트는 마크 트웨인의 유명한 격언을 인용했다.
“진실이 신발을 신고 있는 동안, 거짓말은 세상 반 바퀴를 돌 수 있습니다.”
다행히 진실이 거짓말보다 더 빨리 지구를 돌 수 있었던 것은 원재료 소싱부터 초콜릿 생산, 디자인, 마케팅에 이르기까지 정공법을 택했기 때문이다. 덕분에 우리는 지구 반 바퀴를 돌아 매스트브라더스 초콜 릿을 알기 시작한 것이다.
마케터에게도 미학적 감각이 중요하다.
프리미엄 마케팅은 디자인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심미안이 있어야 하며, 감각적인 디자인으로 마케팅 메시지를 표현하고 고객과 함께 커뮤니케이션해야 하기 때문이다. 로고 디자인, 제품 디자인, 감각적인 색감, 패키지 디자인, 광고물 이미지 완성도, 웹 폰트 하나하나까지 디자인적 완성도에서 자유로운 것은 없다. 마케터에게도 디자인적 감각은 매일 필요한 동물적인 감각이다. 모든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툴이 결국 디자인적 요소로 표현되기 때문이다. 여러 시안 중에서, 선택을 함께 해야 하는 마케터에게 디자인 감각은 중요하다. 언뜻 보면 비슷비슷해 보이는 디자인 결과물 후보에서, 한 끗 차이를 느끼고 옥석을 본능적으로 가려내야 한다. 디자인은 개인적인 취향일 수 있겠지만 상업적인 마케팅에 있어서 대중성과 프리미엄을 동시에 만족시킬 만한 가장 괜찮은 디자인을 뽑아야 한다. 때로는 너무 디자인이 마케팅 포지셔닝과 다르게 나올 때에는, 대안을 제시하고 레퍼런스를 찾아 전달해야 한다. 무형의 차이와 고급짐을 유형의 예시와 구체적인 언어로 표현해서, 디자이너가 충분히 공감할 수 있도록 할 수 있으면 좋다. 디자인을 고를 때에도 너무 난해하거나 개인적으로 편향된 취향을 배제하고, 항상 고객보다 한 발 더 앞에서 예쁜 디자인을 골라야 하기 때문이다. 폰트 하나 고를 때에도 가시성, 가독성, 글꼴의 모양이 가져오는 심상적인 이미지를 복합적으로 고려하기도 한다.
이렇게 모든 마케팅의 시작과 결과물도 디자인과 연결되어 있다. 디자인이 뛰어나면, 결국 눈에 띄고 잘 되게 마련이다. 반면에 디자인이 후지면, 아무리 노력해도 프리미엄이 되기 어렵다. 디자인이 전부는 아니지만, 디자인이 별로이면 그 정도에서 머물게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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