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산미테 Aug 26. 2021

싫다./ 싶다.

나약한 것이 싫다.

어여삐 보일 수 있는 약점만을 자랑스럽게 늘어놓는 사람들이 싫다.

비싼 장신구라도 되는 냥 흘리는 눈물은 더 싫다.

그런 것을 자연스레 받아들이고 위로하는 것이

누군가에게 마음을 여는 과정이라면

마음을 심해로 보내 대왕 오징어의 일용할 양식이 되게 하겠다.


사전에서 찾아볼 수 없는 모호한 표현과 가치가 싫다.

예를 들어, 생소한 단어 조합들로 이어진 문학의 신선함과

기준 없는 깊이가 싫다.

내가 쓰는 글은 명확하고, 직설적이었으면 한다.

다만 배려로 성립되는 메타포를 존중한다.


여유 부리는 내가 싫다.

합정 메세나폴리스에 거주하는 아파트 실 소유주이고 싶으면서

잠도 자고, 넷플릭스도 보고, 식단 조절도 못하다니 참을 수 없다.

피와 뼈를 갈아서라도 가능하다면

누군가 매일 맛보는 설탕에 푹 담가진 세상을 알고 싶다.

더 이상 몸에 좋은 홍삼, 인삼 싫다.

먹어봤자 오래 건강하게 사는 것 밖에 없는 거.

그런 엄청난 영광은 필요 없다.  

   

김광석의 “일어나”를 들으면, 곡자의 본래 의도가 어떻든 간에

크게 일어날 생각은 들지 않는다.

그가 세상에서 받았을 모든 고통들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적당히 사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스스로를 해할 수 있을 정도로 연약하게 태어난 인간이라 다행이다.

하지만,

2박 3일을 잠들지 못하고 일해도

평생 기절 한 번을 안 하고 이토록 건강함을 유지하는 나.

몇 년을 악의적인 개소리에 시달린대도 자신을 끝까지 사랑할 나.

역시 장수할 운명인가 생각하면 착잡하다.    

      

부정적인 단어들이 두렵다.

모순인걸 알지만 그렇다.

어리석음과 불안한 마음이 씻겨지기를 매일 기도한다.

그렇게 해도 하루도 깨끗이 비우지 못할 오물 주머니이지만.

청정해역 일급수에 발을 담글 날을 꿈꾼다.

투명하고 고고했으면 싶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