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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윤 Dec 01. 2020

안녕 그림자들

한쪽 얼굴이 무너져 가는 여자와 눈이 마주쳤다. 그녀는 너무나도 해맑게 웃으며 나를 바라봤다. 그러곤 내 손을 잡았다. 나를 학교로 데려다주고 학교가 끝나자 데리러 왔다. 집으로 가는 길 우리 앞에 빽빽하게 검은 그림자만 남은 사람들이 서 있었다. 그녀는 신나서 양손을 머리 위로 흔들며 그 사람들을 향해 인사했다.


눈이 번쩍 뜨였다. 눈물이 쏟아져 나왔다. 꿈이었다 나와 그녀 모두 밝게 웃고 있었는데 분명 꿈 안에서 행복했는데 내 몸은 그렇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숨이 넘어갈 것처럼 울어댔다. 동생이 내 방에 달려왔다.


"아빠가 여자가 돼서 내 꿈에 나타났나 봐. 아빠가 행복하게 웃으면서 손을 흔들었어."


얼마 만에 터트린 눈물인가. 아빠가 언젠가 떠나간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누구든 삶의 마지막 순간을 당연히 마주하게 된다고 말했다. 그렇게 말뿐인 말로 준비를 하고 있었다. 내 진심은 억누른 채 말이다.


아빠는 대학병원 퇴원 후 집 근처 요양병원으로 왔다. 코로나로 면회도 마음대로 할 수 없었다. 일주일에 한 번  비닐로 온몸을 감싸고 간신히 병원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병실에 들어서자마자 거친 숨소리가 귀를 휘감았다. 아빠는 가슴을 덜썩 더리며 누워있었다. 아빠 아빠 수차례 불렀지만 그는 어떠한 반응이 없었다. 눈도 뜨지 못하고 소변줄과 콧줄을 뽑을 까 봐 장갑 속에 묶여 있었던 왼손이 풀려있었다. 온몸에 힘이 다 풀려있었다. 가쁜 숨을 몰아쉬는 아빠에게 말했다.


 "아빠 힘들지. 고마워. 고생이 정말 많아. 미안해. 사랑해. 걱정하지 마. 엄마랑 동생 은이랑 서로 잘 챙기고 잘 지낼 거야."  


그의 오른 눈가에 맺혀 있던 눈물이 주름을 타고 흘러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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