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은 로또?

by 현스


여행할 장소에 대한 조언은 어디에나 널려 있지만, 우리가 가야 하는 이유와 가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는 듣기 힘들다. – 알랭 드 보통의 <여행의 기술>




떠나기 전의 수많은 이유들. 그 이유는 관광이 될 수도 있고 신혼여행, 유학, 여행, 도피, 문화체험, 휴양 혹은 누군가는 뭔가를 숨기기 위해, 숨기 위해, 찾기 위해서 떠난다. 많은 사람이 떠나고 떠났지만 네가 여행하는 이유는 뭐야?



길 위에는 많은 사람들이 있다. 각자만의 이유를 가지고 방랑 중이다. 여행하고 있는 나라는 같아도 그곳에 가게 된 이유에는 각자의 이야기가 있다. 물어본다. 어떤 이유로 여행을 하게 됐어? ‘여행이 좋아서’ ‘호기심으로’ ‘무료해서’ ‘일을 하다가 그만두고’ ‘결혼식 대신에 여행으로’ ‘이직 준비하기 전에 짬 내서’ ‘지금 아니면 안 될 것 같아서’ 여러 가지 이유들을 들으며 여행은 한량들이 하는 것이 아니라 용기 있는 사람들이 한다고 느꼈다. 시간 많고 돈이 많아서 여행을 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그런 사람들은 나와 여행 동선에서 겹치지 않았다. 주로 여행을 하기 위해 많은 준비와 결단을 한 사람들을 길 위에서 만났다. 사실 그때는 몰랐다. 그들이 비행기 티켓을 끊기 전까지 얼마나 많은 선택들을 했어야 했는지. “몇 년 다니던 회사 때려치우고 여행 왔어.” ‘아, 진짜? 쉽지 않은 결정이었겠다.’ ‘결혼 비용으로 여행 왔어’ ‘와, 멋지다. 나도 언젠가 그러고 싶어.” 그때 떠오른 생각들로 쉽게 대답을 했지만 그들이 여행을 떠나기 전까지 얼마나 갈.등.하고 고.민.하는 시간을 보냈을지 어렴풋한 무게만 느껴졌지 실감이 느껴진 것은 아니었다. 늘 그렇듯, 남이 만들어 낸 결과는 쉽게 보였다.




나도 티켓을 손에 쥐었다. 하던 일을 벗어나야 새로운 것들을 볼 수 있을 것이라는 마음이 확고하게 들었기 때문에. 시야를 넓히자! 자기 변화, 뭐든 더 나아질 거야! 자기부정. 지친 삶에게 힐링을, 선택할 것은 이것밖에 없어. 그중 뭐가 됐든 티켓을 끊는다는 것은 변화하고 싶다는 마음이었지만 실제로는 그걸 선택하는 것만으로도 쉽게 변화를 얻을 수 있을 만큼 여행은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수 만 번 들었을 말이 떠올랐다. ‘결국은 네가 바뀌어야 한다고’ 맞아. 여행을 떠나는 행동만으로 삶의 힘듦 따위가 싹 사라지거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줄 만한 혜안이 생기는 것은 아니고 유레카! 를 외칠만한 아이디어가 단박에 짠! 하고 나타나지 않았다.



인생은 로또? 여행은 로또? 아니, 로또는 로또뿐이다.



여행을 하면서 만나는 수많은 시행착오들과 행복, 슬픔, 지루함, 외로움, 짜증과 같은 우리가 일상에서는 흘려보내는 많은 감정들을 같이 때로는 혼자 그것들을 세밀하게 살펴보는 시간을 가질 때 그리고 엉망진창인 상황에서도 나를 인정하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을 때야 여행을 통해 일상도 변화될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생각했다.


그 시간들이 쌓이고 쌓여 나중에는 여행을 떠나지 않아도 되는 삶을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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