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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성씨 Feb 25. 2024

만사 내 뜻같지 않은 날에는


애써도 안 되는 게 있다.

비수기도 그 중 하나인데, 나도 머리로는 잘 이해가 안간다.

연례 행사처럼 이맘때 물건이 잘 안팔린다는 걸 알면서.

그 때 팔만한 상품을 준비하거나 뭔가 획기적인 마케팅을 생각하거나 했어야지 도대체 뭘 하고 있었던거야.

자책하는 소리 뒤로 변명하는 마음이 따라붙는다.

좋은 일이 손잡고 오는 것처럼 꼭, 아쉬운 일들도 손붙잡고 오는 법이라.


지금까지 괜찮았던 광고 소재가 꼭 이 맘때 효율이 떨어지고

불안불안했던 시장가격이 하필 지금 30%나 떨어지고

(경쟁사들이 약속이라도 한 듯 1000원에 팔던 걸 700원에 팔아대니 내 물건이 팔릴 리 없다, 최저가는 500원까지!)

기대했던 신상품들이 주춤하는 마당에.

평소보다 2배정도 줄어든 주문량에도 불구하고 누락은 오히려 늘어났으니 내 머리 뚜껑이 남아날리가 없다.


펄펄 뛰는 분노가 쏟아낼 상대를 찾아 열심히 눈을 부라린다.

이건 누구탓이고, 누구탓이고, 아무튼 절대 내 탓은 아니다,

난리난리를 치는 모난 마음으로 밤잠을 설쳤다.


충분히 예상한 겨울인데.

여유롭게 다음을 기약하는 기간으로 삼자고 다독였건만

조급한 성격은 그 새를 못참고 이렇게 푸닥거리를 놓는다.


툴툴대며 일어났으니 출근 후에도 표정이 고울리 없다.

마녀처럼 꼼꼼하게! 한번 두번 체크!를 외치며 돌아다니고

좀처럼 나아지질 않는 판매 그래프를 노려보다가

막상 오늘 마치려 했던 일들은 반의 반도 못했다.


하루종일 펄펄 내리던 눈이 퇴근 시간즈음 되니 거짓말처럼 그친다. 오늘도 고생했다는 말을 주고 받으며 또 하나의 일상으로 서로를 돌려보내고 나니, 심술궂은 사장님만 혼자 남았다. 되짚을수록 어제 오늘의 내가 너무 유치해서, 한숨이 난다.


조금 더 멋질 수는 없었을까?


이미 벌어진 일에 길길이 뛰며 귀신처럼 굴기보다

호탕하게 웃으며 이제 이런 실수 하지 말자고 새끼 손가락을 내밀면 더 좋지 않았을까?

세워 둔 계획 앞에서 효과와 결과를 걱정하며 머뭇대지말고

일단 달려들어 헤치웠다면 더 개운하지 않을까?


이건 네 탓, 저건 쟤 탓, 콕콕 찔러댄 점들이 빙글빙글 돌아

나에게 물음표를 찍어댄다.

이렇고 저렇고 그러한 문제들까지 다 책임지고 해결하라고 만든 자리가 사장 아니겠나.


그러니까 아무 짝에 소용없고 화만 돋굴 뿐인 원망은 그만두기로 한다.

나무랄 대상도 고쳐 쓸 인간도 나 하나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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