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나비’와 ‘나방’을 구분하여 부르지만,
프랑스에서는 이 둘을 모두 포함하는 단어 ‘빠삐용(papillon)’만이 존재합니다.
프랑스 사람들에게는 나비와 나방을 구분하는 개념이 없는 셈이죠.
이렇게 각기 다른 언어는 각자의 세계관을 구성합니다.
한 철학자는 "내가 사용하는 언어의 한계가 내가 사는 세상의 한계를 규정한다"고 말하기도 했죠.
이 관점에서 보면, 어제의 기쁜 소식이 더욱 놀랍게 다가옵니다.
바로 한국의 소설가 한강이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것이죠.
작년의 한 인터뷰에서 한강은 이렇게 얘기했습니다.
"역사적 배경이 다르다고 해도 우리가 인간으로서 공유하고 있는 것이 있기 때문에 당연히 누구든 이해할 수 있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녀의 소설이 서로 다른 언어가 만드는 세계관의 간극을 넘어 세계인의 마음에 가닿은 힘은 실로 놀라운 일입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한강이 말한 ‘인간으로서 공유하고 있는’ 보편적 감정일테죠.
이를테면, 어린아이가 우물에 빠지려는 모습을 보고 느끼는 측은지심 같은 감정말입니다.
종종 문학이나 감성은 무용하다는 이야기를 듣습니다.
논리와 이성이 중요한 시대에,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위해서는 가능한 한 감정을 배제하고 이성적으로 생각해야한다는 얘기들이 그렇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대하는 이들이
그리고 함께하는 이들이 모두 나와 같은 '인간'이기에 변하지 않는 것들이 있습니다.
누구나 슬프면 울고 기쁘면 웃는다는 것
인간의 감성은 수시로 변하나 그 감성에 반응하는 작용은 같다는 것입니다.
생각보다 우리가 내리는 많은 논리적인 판단에는 감정이 깊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이성과 논리가 중요한 시대에서도 문학과 감성이 살아남는 이유일 것입니다.
특히나 오늘날처럼 복잡하게 변화하는 vuca시대에서는
논리만으로 판단하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는 듯 합니다.
이럴 때일수록 감성지능에 기반한 소프트파워가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함께하는 모든 구성원 분들이
이성을 넘어 공감과 이해, 배려와 양보를 통해
보다 큰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