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유독 그녀가 주는 자극에 예민한 것일까?‘
첫째 딸아이는 외적인 (얼굴, 키 같은)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은 거의 나와 비슷하다. 그래서 아이를 키우며 예민해서 민감하게 반응할 때가 종종 있다. 아니 지나칠정도로 많았다.
한때 내 아이와 어울렸던 아이의 엄마로 인해 내 마음속 아주 깊숙한 곳에 꽁꽁 숨겨놓았던 낡은 패러다임상자가 열려버렸다.
내 아이와 함께 놀이터에 놀러 나가면 항상 다른 아이들이 찾는 A. 마르고 자신을 꾸밀 줄 알고 아이들에게 항상 친절한 A의 엄마의 행동에 동네아이들이 그녀의 아이를 찾는 걸 보고 있으니 엄마로 인해 아이가 인기가 많구나 하는 생각을 했었다.
그러던 중에 그녀와 나의 마찰이 시작되었다.
아주 사소한 사건으로 생긴 오해로 힘들어하다가 나는 사과전화를 했고 그렇게 잘 해결되는 듯하였다.
하지만 의도했던 의도치 않았던 작은 바늘로 찌르는 듯 그녀의 행동들은 나의 마음을 콕콕 찔러댔다.
보이지 않는 상처는 곪을 때로 곪아 그녀와의 문제가 나와 우리 가족의 문제로 나타나 터지기 시작했다. 무심코 돌을 던진 이는 잘 지내는데 말이다.
나에게 돌을 던져놓고 아무렇지 않게 행동하는 그녀가 너무나 미웠다. 잘못된 행동인걸 알지만 나의 억울함을 풀고 싶은 마음에 험담도 많이 하고 다녔다.
험담을 할 때는 속이 후련한 느낌이 있지만 지나고 난 후엔 더 힘들었다. 상황도 더 나빠지는 것 같았고 답답함의 무게가 더 심하게 나의 마음을 짓눌렀다.
이 문제를 어떻게 서든 해결하고 싶었다.
나는 발버둥 칠수록 점점 깊숙이 빠져들어가는 갯벌에 갇혀 허우적 되는데 그걸 지켜보며 웃는 그녀. 그리고 나의 모습을 보면서 본인이 갯벌에 빠져 허우적대고 있다며 갯벌에 빠진 나의 위에 올라와 밟고 갯벌에 빠진 흉내를 내는 상황이 되어가니 미칠 노릇이었다.
‘나는 왜 유독 그녀가 주는 자극에 예민한 것일까?‘
걷는 동안 이 생각을 끊임없이 해보았다.
그녀가 싫어서 그런지, 정말 그녀가 말한 대로 내 딸아이에게 문제가 있는지 휴대폰 메모장에 써 내려갔다.
내용들을 종합해 정리해 보니, 그녀가 나의 어릴 적 기억, 20여 년 전 나는 완전히 극복하고 잊어버린 줄 알았던 왕따의 기억을 자극하고 있던 것이었다. 내 인생에 지워버리고 싶은 기억. 너무나 외롭고 초등학교5학년아이가 견뎌내기엔 힘들었던 그때의 감정선을 건드려 나의 예민이 극치에 올라와있었다.
"어릴 때 형성된 습관들, 생각의 틀이나 개념을 ‘패러다임’이라고 한다. 그런데 이 조건화된 패러다임이 당신의 모든 것을 지배하고 있다.
재정적인 생활, 사회적인 관계 등 모든 것을
지배하는 것이다! “ [더플러스, 조성희, 37p]
그때의 기억으로 인해 내 패러다임은 나는 외로운 사람이라는 정의로 굳혀져 버렸고 무의식 중에 그 패러다임을 가지고 살아오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나는 숨는 걸 좋아했고 나를 드러내지 않으려는 성향이 짙었다.
나는 더 나은 삶을 살고 싶어서 이 낡아빠진 내 안의 패러다임 상자를 정리해보려 한다.
낡은 패러다임을 완전히 비우고 새로운 패러다임상자를 가져다 놓아서 나의 모든 것(재정적인생활, 사회적인 관계 등)을 뒤집는 여정을 나누어 나처럼 지난 기억 속에 갇혀 힘들어하는 사람들에게 희망을 전달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