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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른아이 Sep 04. 2020

'엄마'의 'Mom'이라는 것

04. 임신주수별 검사, 그 중 첫 긴장을 안겨준 기형아검사





임신하고 나면 주수마다 병원을 가게 된다. 그리고 주수별 검사도 있다. 이번에 한 검사는 1차 기형아 검사. 딱 11주에 시행했다. 아이에 발달에 대한 첫 검사라 그런지 왠지 긴장이 되었다. 심장소리 듣기 전과는 또 다른 긴장 ...


괜찮을거야, 이상없겠지? 라고 생각했지만 혹시나? 하는 걱정이 밀려드는 건 어쩔 수 없었던 것 같다.


1차 기형아 검사는 피검사로 진행하고 수치로 나오는 게 아니라 저위험군, 고위험군인지만 나온다고 했다. 확실한 검사결과는 2차 기형아 검사를 하고 나서 알려줄거고, 1차 기형아검사 결과는 2~3일 뒤 나오고 이상소견이 있으면 문자로 추가검사 통보를 해준다고 했다.


그리고 이 때 초음파로 '목투명대검사'도 한다. 목투명대는 태아의 목덜미 뒤 목투명대 두께를 재는 검사인데, 측정했을 때 두께가 2.5mm이상이면 염색체 이상이 있을 확률이 높다. 다행히 우리 아기는 0.8mm! 정상이라고 하셔서 기분이 너무 좋았다. 그 외에도 걱정할 만한 요소없이 아이는 무럭무럭 잘 자라고 있었다.





처음에는 형체도 없던 아이가 이젠 흔히 말하는 '젤리곰' 형태로 변한 걸 보고 정말 신기해서 남편과 몇번이나 초음파 사진을 봤는 지 모르겠다.



#



아직까지 임신을 주변에 많이 알리지 않은 이 시기에 대학시절부터 절친이었던 친구가 갑자기 연락이 왔다. 잘 지내냐는 안부 인사와 함께. 그리고 조심스레 본인의 임신 사실을 내게 알려주었다. 나 역시 지금 임신상태라고 친구에게 알려주었다.


우리는 같은 시기에 임신한 것도 신기한데, 출산예정일도 비슷했다. 신기함도 잠시, 마음을 나누는 친구와 같이 엄마가 되어간다는 게 너무 좋았다. 결혼 전 남편과 같이 4명이서 본 적이 있는데 우리 남편도 그 만남을 재밌고 편안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너랑 비슷한 시기에 임신해서 너무 기쁘다."



라는 말을 서로 나누며 대화했던 그 하루가 얼마나 즐거웠던지.



사실 친구는 임신을 너무 기다렸다. 결혼한 지 올해로 3년차인 친구는, 첫 해동안 자연임신을 시도했으나 임신이 되지 않아 병원을 갔더니 임신이 어렵다는 진단을 받고 난임병원을 다니고 있었다 했다. 원래 생리가 불규칙했고, 몸도 좋지 않은 편이라 예상은 했지만 덜컥 난임 진단을 받으니 아무리 침착한 친구였어도 태연하긴 어려웠던 것 같다.



결혼하고 나서 우리는 결혼했단 이유로, 삶의 안정을 찾았다는 이유로 연락이 점차 뜸해졌다. 하지만 서로의 생각을 하지 않은 건 아니었다. 오히려 무소식이 희소식이란 생각으로 서로가 잘 지내고 있다고 믿었다. 그러나 연락하지 않은 시간동안 친구가 마음 고생했던 얘기들을 하나 둘 들으며 친구로써, 또 같은 여성으로써 마음이 좋지 않았다.



'아직 남편도 너도 어린데 마음 급하게 먹지마.'



주변 사람들이 하는 그 말을 들을 때 마다 더 조급했다던 친구는 오랜 기간동안 여러번의 시험관과 인공수정을 시도했다. 하지만 번번이 실패하다가 이번에 인공수정으로 임신이 되었다. 그리고 축복처럼 두 아이가 친구를 찾아왔다.



여건만 되면 두 아이를 낳고 싶지만 몸 상태가 안 좋아 둘을 놓긴 어려울 것 같다던 친구는, 간절히 쌍둥이를 바랬다고 했다. 그리고 친구의 소망처럼 찾아온 그 아이들이 나는 참 고마웠다.



어떻게 될 지 몰라 중기가 되어야 임신 사실을 말하려 했지만, 그 전부터 너무 말하고 싶었다던 친구. 임신하기 전이라면 몰랐겠지만 지금 내 뱃속에서 움트는 생명의 존재를 느끼게 된 순간 이 기쁨이 너무 커 친구의 간절한 마음을 너무 잘 알 것 같았다.



#



임신을 하고 나면 나라에서 주는 몇 가지 혜택이 있다. 첫 번째로, '국민행복카드'인데 국가에서 임신기긴안 60만원을 지원해주기 위해 발급하고 있는 카드이다. (주변을 보니 거의 병원진료 볼 때 쓰고, 남으면 한의원에서 산후보약을 처방받기 위해 쓰는 것 같았다. 조리원비 결제는 안된다고 한다.)



카드사가 여러곳이라 맘에 드는 카드사에서 발급받으면 되는데 나는 롯데카드를 이용했고, 베베폼, 미즈톡톡 같은 사이트에서 카드를 발급받으면 사은품을 준다고 해서 나는 미즈톡톡을 이용했다. (역류방지쿠션을 사은품으로 받았다!)



두 번째로 보건소에 임산부 등록을 하면 주수별 필요한 영양제 (엽산, 철분제)와 기형아 검사 쿠폰을 준다. (1,2차 기형아 검사 시 20,000원 할인을 받을 수 있다.) 그리고 안 주는 곳도 많은 것 같은데, 요즘 코로나 바이러스로 마스크도 지급한다.



생각보다 나라에서 주는 혜택이 크진 않기 때문에, 뽑아 먹을 수 있는 건 다 뽑아먹어야 한다 ... 특히 소득에 따라 지원을 받을 수 있고 없는 것이 있기 때문에, 오히려 나 같이 애매한 중산층(?)은 정말 더 힘든 것 같다.



요즘 저출산 문제가 대두되면서 여러 정책들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임산부로써 크게 실효성을 느낄만한 정책은 없는 것 같다. 육아휴직 1년을 여러번 쪼개쓰는 것, 임신기간에도 쓸 수 있게 하는 것, 그게 저출산의 효율적인 대책이 될 수 있을까?



오히려 금전적인 문제를 지원해주고(산후조리원 지원, 국민행복카드 금액과 사용처를 늘리는 것, 출산 시에 지급해주는 출산장려금 인상 등), 육아휴직 기간을 늘려 임신기간동안 쓸 수 있는 휴직을 따로 마련해주거나 혹은 임신 전기간 단축근무 등이 실효성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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