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터가 고객 리텐션을 접근하는 태도
3줄 요약
1. 최근 디지털 마케팅 화두 '리텐션'은 보통 고객에게 혜택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진행
2. 그러나 이는 본질적인 솔루션은 아님, 물질적이 아닌 정신적인 접근 필요
3. 엔터테인먼트 산업이 가수와 팬을 관계 형성시키는 방식을 활용해야 함
최근 ‘우리 이혼했어요’ 예능 프로가 화제다. 이혼한 셀럽 부부가 다시 만나, 이혼 후 새로운 관계에 대한 가능성을 제시하는 리얼리티 예능인데 내용은 분명 자극적이지만 그래도 하나 얻을 수 있는 교훈이 있다. 결혼보다 재결합이 훨씬 어렵다는 점이다. 떠난 마음만큼 다시 되돌리기 어려운 것도 없다. 브랜드와 고객 간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한 번 떠난 고객을 다시 되돌리는 것은 무척 어렵다. 특히 제품이나 서비스에 대한 불만족으로 떠난 고객은 마케터 입장에서 되돌리기 위해 어떤 행동을 취해도 답이 안 나온다.
최근 디지털 마케팅의 화두 중 하나는 ‘리텐션(Retention, 기존 고객을 유지하기 위해 전개하는 마케팅)’이다. 기존 마케팅이 신규 고객 유입에 초점을 맞췄다면, 신규 고객 유입보다 기존 고객 유지를 통해 얻는 투자대비 효율이 더 높다는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이제 리텐션 마케팅이 각광받고 있다. 특히 한 번의 지불로 물건의 모든 값을 지불했던 구매의 시대에서 정기적으로 사용한 만큼만 값을 지불하는 구독의 시대로 전환되면서 리텐션 마케팅의 중요성은 나날이 높아지고 있다.
흔히 ‘넷플릭스’나 ‘멜론’ 등의 콘텐츠 서비스를 이용하다가 구독을 해지하려고 하면, “지금 해지 안하고 유지하면 OO의 혜택을 드립니다”의 광고 문구를 만나본 적 있을 것이다. 통신사에서도 2년 약정 계약기간을 채운 고객이 다른 통신사로 이동하는 것을 막기 위해 별도의 해지 방어팀을 운영하는 등 더 많은 혜택으로 고객 이탈을 방지하기 위해 노력한다. 게임 업계에서는 아이템 가격을 파격적으로 할인해주는 프로모션으로 고객의 이탈을 막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이처럼 마케터가 일반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리텐션 마케팅의 무기는 혜택이다. 그러나 이는 악순환의 시작이다. 특정 혜택으로 고객을 유지시켰다면, 그 고객은 진성고객이 아닌 혜택을 위해 잠시 머무르는 고객일 가능성이 높다. 고객이 해지를 결심했다는 건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며 해지를 혜택으로 잠시 늦춘 것뿐이다. 본질적인 마케팅 솔루션은 아니라는 소리다. 그렇다면 소 잃고 외양간 고치지 않기 위해 마케터가 해야 하는 행동은 무엇일까?
뜨겁게 불타올랐던 연인도 시간의 흐름은 막을 수 없는 것처럼 구매한 제품이나 사용하는 서비스에 대한 매력은 시간이 지날수록 점차 감소하기 마련이다. 언제든 이탈가능성이 존재하는 기존 고객을 우리 브랜드 고객으로 지속 유지시키기 위해서는 사람 간의 관계에서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보통의 인간 관계가 그러하 듯이 사람과 사람 사이의 좋은 관계는 물질적인 것이 아닌 정신적인 것에서 형성된다. 정신적으로 상대방을 신뢰하고 존중해야 그 관계는 유지되고 서로의 감정을 공유하게 된다. 그렇다면 꾸준하게 고객에게 말을 걸어주고, 내 이야기도 솔직하게 하며, 우정도 기념할 줄 아는 등 고객과 사람 대 사람으로 관계를 맺어가겠다는 태도로 마케팅에 임해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고객과 관계 형성을 잘하는 대표적인 산업군이 바로 엔터테인먼트 산업이다.
팝(pop) 음악사에서 가장 센세이셔널한 아이콘 중 하나로 뽑히는 ‘레이디 가가’, 그녀를 전세계적 스타로 만들어 준 건 혁신적인 패션, 무대 장악력 등 다양한 요소가 있겠지만 그 중에서도 마케터가 주목해야 할 건 그녀가 팬과 관계를 형성하는데 탁월한 역량을 보였다는 점이다. 그녀는 대중을 상대로 마케팅을 하지 않았다. 그녀에게 열광하는 극소수의 팬들(1%)과의 관계 형성에 집중했다. 1%의 팬들만 그녀의 홈페이지로 초대하고 그들과 같이 거리에서 춤을 추고 인권 운동을 했다. 또한 그들에게 몬스터(Monster)라는 애칭을 지어 주고 그녀의 심볼인 해골 탈을 선물로 줬다. 그녀는 절대 자랑도 홍보도 하지 않지만, 그녀와 관계를 맺은 팬들은 온 세계의 사람들에게 레이디 가가를 알리고 자랑했고 그녀의 콘텐츠를 재구매했다. 리텐션 마케팅 전문가라고 칭할 만하다. 가수 임창정도 팬 관리를 잘하는 가수로 정평이 나 있다. 최근 16번째 정규앨범의 타이틀곡을 정할 때는 오래 전부터 관계를 맺어왔던 자신의 팬들을 초대해서 신곡을 먼저 들려주고 그들의 투표에 의해 타이틀곡을 정했다. 팬 입장에서는 자신의 의견이 실제 셀럽의 활동에 반영되는 것만큼 멋진 리텐션 요소도 없을 것이다.
‘팬 관리 능력’을 보유한 가수들처럼 브랜드도 기존 고객과의 관계 형성을 위한 마케팅 활동에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다만, 관계 형성이라는 건 마케팅의 규모보다 사람 대 사람으로 진정성있게 접근하는 태도 그 자체에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예를 들어 과거 쿠팡맨처럼 택배 하나를 배송하더라도 문 앞에 잘 놔뒀다고 사진을 찍어주고 집에 아이가 있음을 알고 초인종을 누르지 않아서 고객들의 호감을 받았던 것처럼 진정성있는 태도가 마케터의 유일한 무기다. 이 외에도 신제품 정보를 기존 고객에게만 먼저 공개하는 방법, 계속적으로 뉴스레터로 고객에게 말을 거는 방법, 출석할 때마다 보상의 범위를 높여서 고객의 축적된 방문을 기억해주는 방법, 고객 개인에게 맞춤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법, 고객 한 명 한 명의 의견에도 세심하게 답해주는 방법 등 진정성을 무기로 고객을 계속 기억해주고 고객에게 말을 걸어주는 행동 만이 리텐션을 일으킬 수 있는 유일한 해법이다.
떠난다고 할 때 후회하지 말고, 있을 때 마음을 얻는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