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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생각을 파는 사람 Oct 11. 2020

간판은 없어도 된다, SNS가 있으니까

간판 관리하듯, SNS를 관리해야 하는 이유

익선동 간판없는 가게 (출처 : 간판없는 가게 인스타 계정)


2010년대 후반부터 익선동 한옥마을은 뉴트로 트렌드에 편승하여 힙플레이스(힙한 장소)로 조명받았다. 서울 도심 한복판에 작은 골목 골목 사이로 한옥으로 지어진 예쁜 상점들이 배치되어 인스타 감성의 인증샷을 유발하는 공간이다. 이러한 익선동에서도 유달리 눈길이 가는 곳이 있다. 이 곳은 간판이 없다. 간판이 없어도 매장 안에는 북적북적하며 줄 서서 기다리는 사람도 많다. 나도 종종 찾는 곳인데 명란 파스타가 맛있다. 이 곳에 들어서면 네온사인으로 대표되는 도심 속을 벗어나 잠시 고요한 사찰에 들어온 듯한 기분이 든다. 간판이 없어서인지 상업적 냄새가 덜 풍기는 것도 한 몫 한다. 


간판 공해


간판은 가게의 명함이다. 주변을 지나는 사람들에게 한 명이라도 더 우리 매장을 알리겠다는 목적으로 만들어졌고 간판을 보고 우리는 그 매장의 존재감을 느낀다. 간판 속 꽉 찬 문자, 자극적인 네온사인 등은 조금이라도 상점을 더 홍보하기 위한 상인들의 간절함이 묻어 있다. 그런데 간판이 없어도 사람들이 찾는 가게가 많아지고 있다. MZ세대에게 간판 없는 가게는 ‘힙플레이스’다. 색다른 경험, 희소성있는 경험을 원하는 그들 입장에서 간판이 없다는 건 꽤 매력적인 흥미 요소이기 때문이다. 


간판이 없어도 사람들이 가게를 찾을 수 있는 이유는 SNS 덕분이다. 누구나 계정을 만들고 누구나 잘 관리하면 팔로워를 모을 수 있는 SNS 덕분에 일반 상인들도 매체력을 가질 수 있게 되었고 간판이 없어도 SNS를 보고 오는 사람들 만으로도 충분히 매상을 올릴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물론 다시 찾아오고 싶은 맛을 보여줘서 입소문을 만들면 직접 SNS를 운영하지 않더라도 자발적으로 SNS에 후기를 올려준다. 그 후기를 보고 또 다른 소비자가 찾아오는 선순환 구조가 가능하다.


인스타그램을 예쁘게 꾸민 상점들


MZ세대는 상점의 SNS만 보고도 충분히 방문을 결정할 수 있는 집단이다. 해시태그 검색을 통해 맛집을 찾아다니는 건 트렌드 리더가 아닌 MZ세대 전반적인 취미이며 괜찮은 음식점을 찾으면 그 음식점의 SNS 계정에 들어가 꼼꼼히 검토한다. 어떤 음식이 있는지, 매장 인테리어나 분위기는 어떤지, 게시물에 남겨진 댓글 반응은 어떤지 등등 그들이 꼼꼼한 검토 속에 방문여부가 결정된다. 음식점과 관련된 해시태그를 검색해도 이전에 그 음식점을 방문한 고객들의 생생한 후기들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의사 결정에 큰 도움이 된다. 신규 고객이 아닌 기존 고객도 SNS를 통해 이 점포가 잘 운영되고 있는지 확인하고 재방문 여부를 결정한다. 즉 SNS는 일반 상점의 온라인 간판이자 홍보 창구이며 상인이 SNS 채널 관리에 공들여야 하는 이유다. 


브랜드의 SNS 경험 관리도 중요하다


브랜드의 SNS 채널도 상점처럼 온라인 상에서 간판의 역할을 하며, 고객과 소통하는 창구 그 이상의 가치를 가진다. 고객이 우리 브랜드의 매장 방문이나 구매를 검토하는 단계에서 핵심 평가 요소로 작용하며 재방문을 위해서도 항상 찾아보는 공간이 SNS다. 이러한 SNS 공간을 제대로 꾸미고 관리하지 않는 브랜드는 MZ세대의 습성을 잘 이해하지 못한 브랜드일 뿐이다. 그래서 향후 마케터의 주요 역할 중 하나는 온라인 경험 디자인이며, 그 중에서도 SNS를 핵심 경험요소로 고려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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